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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07'12'22 에버 07 OSL 결승 감상평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 2007년인가 아니면 2005년인가 아니 2003년인가?


특히 블루스톰 4경기가 그랬는데

김태형 해설이 근래 들어 여러모로 옛날의 근성을 되찾아서 포인트를 정확히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점은 1,2,3,4 경기 모두 그랬고 특히 2경기의 무탈 스컬지 올인 타이밍을 짚어낸 게 빛났다. 그러고 보니 저때는 김태형 해설이 잘할 때였군하.


송병구는 커닥 타임이 끝나자 끝까지 질럿+드라군+템플러+아콘을 조합해가며 교전 컨트롤에 의존하는 정면충돌을 고집했다.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고전적인 프로토스 타입이고 송병구가 과거의 저그전을 그 정도면 잘 한다고 보이면서 적당히 50% 넘는 승률을 유지한 게 저 타입이다.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기내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본래의 스타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한 것이겠지.

이제동은 특별히 할 말은 없다. 1경기는 페르소나 더블넥이란 예상외의 상황이 나오자 말할 수도 없이 꼬인 경기였고 2 경기는 송병구가 밑그림 다 그린 상황에서 박성준이 보여주던 신컨에 의지한 엇박자 뮤컬지 찌르기로 끝. 3,4 경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한 허세 이후 병력 움직임이 아주 좋았다.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연습했다는 말이 그대로 떠오를 만큼 연습량이 느껴졌으니까.


송병구는 냉정하게 말해서 저플전의 빌드말고는 과거의 프로토스에서 진보된 모습을 무엇하나 보여주지 못했다. 굳이 추가하자면 제3 제4 멀티타이밍 정도일까. 그럼에도 1경기를 잡고 또 2경기까지 잡으며 이제동에게 완승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 건 송병구의 빌드-판짜기와 기본기가 너무 훌룡하기 때문이다. 허나 그게 한계. 결승에 올라온 저그를 잡으려면 중반이 넘어서도 저그를 휘두를 만한 머리와 전술이 있어야 한다. 그의 라이벌이 그러는 것처럼. 마재윤vs김택용의 8강과 비교하면 너무 부족한 경기력이었다.

가장 아쉬운 건 2경기의 패배 이후 계속해서 뮤탈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점이다. 송병구가 저그전에서 07년 승률이 도약한 발판이 좋은 빌드에 바탕하고 있었기 때문에 밑그림 짜기에 실패한 송병구는 3,4경기에서 너무 무력했다. 송병구의 약점 특히 저그전에서의 약세는 항상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마재윤,김준영 특히 김준영에게 패배할 때 그리고 박성준에게 승리할 때 느꼈던 것인데 송병구는 운영으로 가닥을 잡고 들이대지 않는 저그에겐 게릴라를 집어넣을 틈을 잘 만들지를 못하더라. 이게 수준급 운영을 보여주는 저그에겐 종합세트선물을 당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중반을 지나면 저그전에서 수를 던지며 저그의 심리를 읽고 더해서 창조적인 경기내용을 이끌지 못한다는 점이겠지만. (그런 점에서 05년도 박태민-마재윤 in 레퀴엠 연전 중 수비형 프로토스에 이어  최종후반까지 경우의 수를 철저히 배제시키며 모든 고급유닛을 조합해 극한의 컨으로 경기를 이끌었던 방식은 송병구의 저그전이 극에 달한 모습을 잘 보여줬던듯 하다.)


송병구가 프로토스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그게 이런 결과로 나타난 건 좀 당혹스럽다. 전통적인 운영형의 고수 프로토스가 상성을 뛰어넘는 저그전을 보여주는 게 아직 무리일까..


그러고 보면 스코어가 3:1이다. 과거 결승에서 당대의 떠오르는 걸출한 저그에게 패배한 프로토스의 스코어가 늘 그랬다.(박성준,마재윤)  여러모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에버 07결승이었고 그래서 김택용의 급격한 몰락이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다.


이제동은 메카닉저그라 비아냥 받음에도 당대 최강급의 토스를 이기며 자신이 당대 저그를 이끌 재목임을 입증했다. 그에게 가해지는 혹평은 난 분명 불합리하다고 본다. 송병구의 저그전 클래스는 굳이 따지자면 현존 톱3에 들만 하다. 그런 친구를 이긴 저그다. 그의 미래는 레드카펫으로 쭉 갈려지게 되었고 남은 것은 적절한 관, 좋은 닉네임을 얻을 만큼 자신의 아우라를 드러내는 경기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일뿐이다. 허나 그 끝이 마재윤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재윤과 같은 저그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제동은 그 튼실한 몸과 열정적인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S급 저그의 감각은 아직 갖추지 못했고 천변만변하는 마재윤의 저플전과는 다른, 고정된 다전제 시나리오에 충실한 원패턴의 경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승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마재윤도 시작은 평범했다. 그의 재능도 팔할은 실전과 위기를 통해 얻어진 것이었니까.



이렇게 해서 거세었던 07년 프로토스의 진군은 끝이 났다. 개인리그+프로리그에서 혁명적인 시작과 기세 높은 중반 시즌의 성적에도 김택용은 박성균에게 송병구는 이제동에게 각각 테란과 저그의 신성들에게 일격을 맞으며 주저앉았다. 그렇다고 해서 암울해할 필요는 없다. 좋은 풀이 갖춰지고 진보가 있었기에 07년의 프로토스는 스타 방송시대 이후 그 어느 때 보다도 빛났던 것이다. 이 말은 08년도도 기대할만 하다는 말이다. 우리에겐 아직 김택용도 있고 송병구도 있으며 무엇보다 기대되는 프로토스의 신인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너무 늦기 전에 프로토스의 끝을 보여주리라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