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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무(武)

무(武)라는 글자는 창을 뜻하는 戈 와 그침을 뜻하는 止가 합해서 만들어진 글자다. *(주1)

무력이란, 싸움을 그치게 하기 위한 힘이란 뜻이다.

군사력의 보존을 주창하고 전쟁을 지속시키는 궤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힘과 힘의 관계, 갈등과 갈등이 인간사 전쟁만이 아니더라도 그친 적이 없다는것을 생각할떄
어쩔 수 없이 분쟁은 일어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선 강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분명 타당성이 있다.


그래서 난 武라는 글자를 좋아한다.
거기엔 강력한 힘과 그 철학적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 합리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연륜이 쌓인 밀덕후들이 밀리터리는 좋아하지만 전쟁은 좋아하지 않는건 그런 이유이다.
'알면 알수록 전쟁은 그쳐야 하는 것'


그러나 스타는 武와는 별 상관이 없다.
싸움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싸움 그 자체를 위해 전쟁을 한다.

말그대로 투(鬪)와 쟁(爭)이고,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 남을 누르고 위에서 군림하는 욕망을 배틀넷 안에서 무제한으로 펼쳐놓는 게임이다. 다행스럽게도 게임에선 승리의 단맛과 패배의 쓴맛 외엔 현실에 큰 흠집을 내지 않으니까.

만약 인간이 경쟁을 좋아하지 않고, 승과 패에 연연하는 동물이 아니었다면 이런 류의 게임은 절대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게임을 반복하면서 내가 최강자가 아니란것을 알기에 또 강함의 비결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강자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지기에 우리는 최강의 게이머가 누구인지, 어떤 방식이 강함에 이르는지 궁금해 한다.

즉, 우리는 방송경기에서 게이머의 '강함'을 소비하고 있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현 프로리그의 시스템에선 강함보단 효율이 중요하다.
강한 선수가 아니라 효율적인 선수가 필요해진다.
정해진 맵에서 정해진 상대를 단 한판 이길 수 있는 선수,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
불리한 맵과 취약한 종족과  약한 상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나가면 그만이니까.
승부욕보단 철저한 임무수행능력이 더욱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프로리그에서 소모되는 선수들은
본질적으로 투사라기 보다는 공장기계의 부품이나 기업의 월급쟁이에 가까워 보인다.



투쟁만이 전부인 세계에서 투쟁을 억누르는 자기모순.
그런면에서 협회는 진정한 武를 지녔다 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강력한 힘에 의해 원초적이고 천박한 폭력은 그치고
돈과 월급을 위한 자신의 역할에 매진하는 평화와 성숙의 시대.


내가 프로리그가 중심이 된 이 바닥을 싫어하는 이유가 저기 있다.


주1*)止의 원기원은 '발'로서 상고시대의 갑골문자에서 武는 본래 창을 들고 전진하는 모습을 가리켰다 한다. 이후 문자의 기원은 잊혀지고 회화(그림)문자에서 회의(뜻+뜻)문자로 武를 해석하여 춘추전국시대부터 지금까지 한자권에선 본문의 뜻으로 굳어졌다.  - thx to nirv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