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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팀리그의 엔트리와 연습에 대한 소고

춘추전국, 정확히는 혼란과 전쟁이 가속화 되었던 전국시대에 손빈이라는 병법가가 있었다. 그는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의 후손인데, 동문수학했던 친구 방연의 배신과 모함으로 말미암아 위나라에서 두다리가 잘리고 얼굴에 먹을 새기는 형을 받고 옥에 갇혀있다 기지를 발휘해 제나라 사신의 도움으로 탈출, 이후 제나라에 군사(참모)로서 초빙 되어 방연을 사로잡고 제나라를 승리로 이끈 뒤 손빈병법을 저술한 인물이다. 아래에 소개할 일화는 그가 제나라로 탈주하고 나서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장군 전기는 세번으로 겨루는 마차 경주를 즐겼는데, 계속해서 패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손빈이 넌지시 일러주길 "하급의 마차로 상급의 마차를 상대하고  중급의 마차로 하급의 마차를 상대하고 상급의 마차로 중급의 마차를 상대하십시오."라 하자 전기는 승리하게 되었고 손빈을 매우 존중하여 왕에게 천거하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틀이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카드패, 엔트리를 효율적으로 써먹는 방법과 그 효과에 대한 좋은 선례라 할 수 있다. 프로리그에서 팀이 승리하기 위해선 선수의 기량과 육성도 있지만 전략적인 엔트리 역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런 지략을 지켜보는것 또한 상당한 즐거움이다. 다만 현 프로리그의 경우에 엔트리를 공개하고 시작하며 그로 인해 감독-코치진의 전략적 사고 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연습과 역량에만 의존하고  또한 선수들이 '지지않기 위해' 고정된 맵에서 고정된 상대에 대한 무한한 반복연습을 하면서 게임 내적으로 연습량의 질은 늘었으되, 본질적으로 격투가 아닌 잘짜여진 대련 시범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은 엔트리가 비공개지만 게임이 저질이라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몰입감, 무엇이 저질러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그리고 무엇보다 박진감이 넘쳐난다. 적당한 여백과 경우의 수가 이런 재미를 만드는 것이다. 해서 프로리그의 엔트리 공개는 연습량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의 의미라기 보다는 감독-코치-선수들의 운영 편의를 위한 것이라 생각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 프로리그 방식에서 엔트리를 단순하게 공개한다고 해서 이런 지략 대결과 박진감을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건 동족전의 난무와 흐름을 루즈하게 만드는 팀플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정맵에 대한 고정멤버를 전담시키게 되는 구조와 각 경기 승리간의 연결성이 희박한 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수 기용은 유동적일 수 있어야 용병술이 부각되는 것이다. 팀리그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테란이 좋은 A맵에서 테란 '가' 선수가 승리하면 다음번엔 토스가 좋은 B맵에서 토스 '나' 선수가 저격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팀 선수들의 역량과 구성에 대한 이해 및 상대팀 선수의 역량과 구성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만약 '나' 선수가 테란에 극강하고 저그에 심히 약할 경우 B맵에서 '가' 선수를 이긴다 한들 다음 맵이 무엇이든지 1승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상대팀에 좋은 저그가 없다면? 혹은 더이상 남은 저그 카드가 없다면? 혹은 C맵이라는 특정 상황에서 단 한번 저그에게 먹힐 수 있는 필살전략을 준비했다면? 반대로 상대팀이 이런 움직임을 읽고 역으로 이용할 카드를 준비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경기는 점점 재밌어진다. 물론 팀리그에도 사기 카드는 존재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혹은 본좌급 선수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런 카드는 변수를 더 가중시키는 역활을 한다. 강한 카드이지만 꺾을 수 없는것은 아니며 소수의 탑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라면 그 선수를 꺽으면 '금적금왕' 팀을 급격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 또한 에이스를 꺽기 위해 에이스를 내보내야 할 경우가 생기므로 자연스레 각 팀간 최고의 매치가 프로리그완 달리 자연스레 이뤄지게 된다.     



혹자는 팀리그 방식이 엔트리가 공개되지 않기에 선수에게 집중적인 연습을 못시켜 질 낮은 경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것은 에이스 결정전의 예를 봐도 기우임을 알 수 있다. 충분히 연습이 되고 좋은 경기를 즐겁게 지켜보지 않았는가?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4경기 까지의 엔트리를 보면 에이스결정전에서의 선수 기용을 대략 팀에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적당한 여백과 변수가 양념이 되어 경기 시작전에 그리고 시작 후에 쉽게 예측하진 못하게 만든다. 팀리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팀을 읽을 머리와 노력이 있으면 대략적인 계획하에 연습이 가능해진다. 다만 감독-코치진이 지금보다 더 많고 뛰어난 역활을 수행해야 할 뿐이다. 그러나 무주공산에서의 예측이란 쉽지 않기 때문에 7전 4선승제를 가정했을때 1경기만은 공개 엔트리로 가는것을 권하고 싶다. 하나의 점을 미루어 두셋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또한 1경기 엔트리 공개는 팬들에게도 선전효과와 함께 지적 참여를 통한 흥미를 유도하게 되리라는 것도 그 이유로 꼽고 싶다.




현재, 지방투어나 이벤트성의 팀 대결은 모조리 팀리그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 경기들이 주는 박진감은 우리가 몸소 체험해 왔다. 경기와 경기간의 연결성이 강하고 선수가 기세를 타기에 죽은 경기가 쉽게 안나오고 항상 박진감이 유지되는 것은 팀리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왜 프로리그 외의 팀 경기는 모조리 팀배틀 형식을 취하는진 깊이 숙고해 볼 문제다. 그들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벤트 경기이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본격적인 엔트리 지략대결을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생각해보라 현 프로리그 체제가  팀리그로 전환된다면 우리는 힘(기세)과 지략이 더해진 훌룡한 팀스포츠를 갖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감독-코치-선수간의 유기적인 호흡과 팀전략이 부각되는 팀리그가 스타라는 게임의 단체경기 형식에 더 알맞다고 생각한다.



2008년의 새해가 밝았다. 프로리그의 실험과 평가는 몇년간 충분히 해왔고 팀리그도 소규모로나마 테스트 해본것으로 알고 있다. 개편되는 2008 프로리그에선 협회와 방송사와 팀들이 합의하에 팀리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도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이스포츠 관계자와 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__). 




Ps1-선수출전기회가 적다고요? 그럴줄 알고 협회는 2군리그를 만들었습니다. 2군 팀리그 돌립시다.
Ps2-팀플의 경우, 다음에 다시 언급해야 하겠지만 없는것이 선수에게나 팬에게나 팀에게나 방송사에게나 장기적인 이익이 될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