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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조용호, 기억하고 계십니까

시간은 우리에게 다가왔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멀어져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함께한 가치있는 무언가에 대해 기억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치를 함축시키고 문화를 만듭니다. 문화란 그런 기억들의 총체입니다.



얼마전 전 저는 환멸스런 아니 매우 분노스런 기분을 느껴습니다.

전 이스포츠가 스포츠는 아니지만 그리 되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런것들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바닥은 얼마전까지도 몰이해로 임요환씨가 아침마당에 나가서 PK할때의 기분이 어떠니 게임머니를 몇억씩 쌓아두었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바닥입니다. 그리고 그러지 않기 위해 온겜은 축제를 표방하고 엠겜은 곰티비와 제휴하고 협회를 만들고 프로리그를 만들고 언론사를 만들고 이에스포스를 발간하고 팀마다 스폰서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그들에게 연호하며 우리의 문화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 네 물론 돈도 벌었습니다. 돈이 있어야 뭘 해먹고 수익모델이 되야 경기를 굴리죠.


그리고 그후, 얼마전 조용호 선수가 은퇴했습니다.

썩어나는 케텝기사 중 은퇴기사 한줄로 우리에게 통보되었고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냤는냐 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날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OSL-MSL 에서 리그의 역사를 만들었고
저그전 환상의 테란으로서 떠오른 임요환의 킹메이커였으며 조진락의 일원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랜드슬램 당시의 이윤열과 OSL 파나소닉배와 KPGA(MSL의 전신) 4차투어의 결승에서 맞붙었고
OSL 신한 1차에서 스타로 떠오른 한동욱과 혈전을 벌여 준우승을 차지하고
MSL 사이언배에서 최연성을 5:0으로 제압한 마재윤의 본좌 등극을 한차례 꺽으며 우승해
케스파 랭킹 1위에 올랐던 저그 선수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OSL과 MSL 양대 방송상에게 특히 02년부터 06년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함께한 MSL에게
저그는 커녕 테란과 토스 중에서도 우승 한번 준우승 3번의 커리어를 달성한 선수는 드물지라도
슈퍼스타 임요환과 스토리 하나 만들지 못하는 조용호는 겨우 그정도의 가치였던 게지요.


네, 물론 임요환 선수는 은퇴도 아니고 그냥 공군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엠겜의 역사와 깊은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황제를 추억하라며 V120이란 프로를 헌정 받았습니다.

물론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위대한 플레이어 입니다. 선수의 가치를 알고 추억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리그의 가치를 만들고 그걸 기념하는것은 훌룡한 처세입니다. 그게 일관성이 있는 행동이라면 말입니다.






사실 가장 처음에 화가났던 대상은 저그빠들이었습니다.

왜냐면 홍진호의 유산논쟁 때 고명한 저그빠들은 저에게 게임내적으로 저그의 역사에서 가지는 조용호의 가치와 업적에 대해 준엄한 훈계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저에게 조용호가 공방이나 아마고수들 그리고 프로게이머, 심지어 저 마재윤도 빚을 진,
저그의 바이블이자 코란이며 하이브를 지향하는 운영저그를 정립한 저그의 전설이라고 애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조용호가 은퇴하고 사라지는 그 시점에 그 분들은 조용히 침묵했습니다. 애도를 위해서 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흔한 비문조차 커뮤니티들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어정쩡한 사태를 야기한 KTF 팀.

전 KTF와 조용호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진 잘 모릅니다.
제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김철 신감독과 함께 코치진이 물갈이 되었을떄 갈등이 있었고
그후 조용호는 오랜기간 유급휴가를 받고 팀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은퇴기사 한줄과 케스파홈피의 은퇴공고와 자격증 말소,
포모스가 실어준 KTF측의 조용호는 자신의 의사로 은퇴 결정했으며 복귀선언을 하면 받아줄 용의가 있다는 입장 뿐입니다.

그리고 전 그가 KTF의 유니폼을 입은뒤 많은 활약을 했으며 팀의 명예를 빛내는 우승을 이뤘다는 사실도 기억합니다.
유급 휴가를 받기전 전기리그에서의 성적이 5승 5패였으며 팀내 저그 최고의 성적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합니다.

또 지금의 KTF가 자신의 경력을 그 팀에서 대부분 보낸 조용호의 은퇴에 대해
어떠한 예우도 하고 있지 않다는것도 보고 있습니다.



포모스가 흘린 KTF는 연봉삭감 없이 조용호에게 최선의 대우를 약속했고 복귀선언도 받아들일 만큼 관대한데
침묵하는 현실의 KTF는 더할 나위 없이 몰인정하고 얄밉습니다.


감독-코치진과 선수의 불화가 만약 있다면 안좋은 것이지만 그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량하양과 환경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해 선수가 은퇴결정을 하는것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들이 지금의 KTF가 보여주는 지저분한 처세에 대한 이유가 왜 되는진 전 모르겠습니다.
성실하고 명예롭게 이 바닥에서 그리고 그 팀에서 생활했던 선수라면
의견차가 어떻든 마지막 맺고 끊는 정리를 깔끔하게 해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관계자들과 호형호제 하며 어떠한 팩트도 파고들어 팬들에게 전달해주지 않는 언론사들도 별반 다를바 없습니다.

사진이나 찍어대고 이스포츠의 중심과 당대최강의 산실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관계자 눈치나 살살보는게 아니라
거짓없는 사실의 전달과 명확한 가치기준에 입각한 여론의 형성이 언론의 주 역활입니다.


사실도 전달 안하고 명확한 가치기준 따위도 없고

대체 이들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포모스의 경우 조용호의 은퇴에 대해서 써논 것이라곤
썩어나는 케텝 기사중의 한줄과 의도를 알 수 없는 KTF 관계자의 입장변호 뿐입니다. 


조용호 정도 되는 선수가 은퇴했다 치면 투명한 그 동안의 경과에 대해 알려주고
인터뷰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고 혹 본인이 그것을 거부했다고 치면
조용호는 은퇴의사를 밝혔고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가 원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길 바란다고 전해라도 줘야 하는것 아닙니까.

또 은퇴에 맞춰 그는 어떤 선수였고 그가 무슨 가치를 지녔고 그가 떠나는것이 무슨 의미인지라도
빈말이나마 적어줘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이스포츠의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의 태도입니까?


이스포츠의 언론이라는것이 팬들에게 적당히 꾸며지고 걸러진 말들이나 전해주는,
꼭두각시 인형의 조종줄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둘중의 하나입니다. 당신들은 무능하거나 팬들을 바보취급하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당신들의 침묵이 팬들에게서의 조용호의 기억을 죽여버린 주범입니다.




조용호 선수는 어떻습니까.
자신을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팬까페에도 12월 부터 지금까지 단 한줄의 글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말도 없이 붕 떠 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은퇴기사를 받아본 그후로도 어떤 말도 듣지못한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까?

선수에게도 개인의 사정이 있고 침묵할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프로게이머는 자신의 팬을 이해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조용호는 대체 누구를 위해 게임을 했고 누구의 응원을 받았으며 누구의 사랑을 받길 원했습니까.




선수는 돈의 유인을 받고 게임을 하지만 팬들의 인정과 사랑속에서만 프로게이머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낍니다.

명경기에 환호하고 위대한 선수가 떠날때 박수치고 그 업적을 기억하는것은 이 바닥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선수가 팬에게 또 팬이 선수에게 바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름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트로의 조용성 선수가 프로리그 은퇴경기를 하고 패 했을 때 이지호 감독은 그를 위해 막춤을 췄고 온겜 방송사는 그는 아주 훌룡한 선수는 아닐지라도 우리와 함께 했다며 추억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은 박수를 쳤고 어떤 사람은 재 뭐냐란 반응을 했지요. 기억한다는 것은 이런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기억의 가치들이 모여서 어설픈 이 바닥을 스포츠로서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그 방송을 보며 전 생각했습니다.


관계자분들께서 30대 프로게이머니 길이 남을 명예의 전당이니 스프츠로 도약하는 오락질 어쩌구 하기전에
인간의 드라마와 낭만과 이상을 모두 담은 것처럼 임요환 선수의 단물을 빨아대기만 하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전에
니들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간의 마지막에 대한 대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조용호 선수 뿐만이 아니라 이 바닥에 발을 담갔다 사라지는 모든 선수들에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글을 올리게 된 계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조용호 선수의 마지막 인터뷰로서 그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말입니다.


"팀 내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기존 선수들도 잘 해주고 있어 예전보다 출전기회는 줄었지만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이길 수 있게끔 많은 노력을 하겠다. 무엇보다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게이머 생활을 해오면서 가장 길고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조용호라는 게이머를 잊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그때, 조용호라는 게이머를 잊지 말아달라는 말에 팬들은 잊지 않겠다 답했습니다.




당신들은 조용호라는 게이머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기억하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