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타에서 심리전이 가장 흥미롭고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주지만 의도와 결과가 다를 수 있어 확실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vs주관) 심리의 문제이므로 그럴 의도였나 아니냐는 시전한 당사자의 증언으로만 증명할 수 있고 시전받은 상대방은 그 의도를 모르거나 알고도 씹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당사자들의 증언조차도 심리전일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스타 외의 인간활동에서 그러하듯 심리전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맥락 이해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컨데 sensible의 문제입니다. 빌드에 속하며 아주 뻔하고 반복되어온 심리전은 증명이 쉽습니다.(ex-코어 공업 페이크) 그러나 그 외엔 보통 안개속입니다.
김연우님이 심리전과 그 번역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면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2&sn1=&divpage=6&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135
김연우님은 군사학에서 '명백한 군사적 적대 행위 없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로 정의하는 심리전을 예로 들며, 일반용례와 달리 심리전=감정의 영역에 대한 공격·두뇌게임=이성의 영역에 대한 공격으로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이 두가지가 공격만의 문제는 아니고 생각처럼 딱 갈라지는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두개로 나누는게 개념상 편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리란 감정만이 아닌 인간의 정신활동 전반의 이치에 대한 단어고 군사 용어에서의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은 대개 특정 형태인 선전전(propaganda war)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어의 본의를 따진다면 한국군사학에서 심리전이 아니라 선전전으로 번역하는게 나았을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군사행동으로 적군의 판단을 혼란에 빠뜨리는 교활한 심리전의 효용성을 의문시 했지만 손무의 손자병법은 '용병은 속이는 것'이라고 하며 주도권(先手)을 잡는 교활한 심리전을 끝없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현대 군사학도 손자의 영향을 받아 심리전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또 김연우님은 심리전을 선전전으로 보아 "즉 상대의 사기를 떨어트리거나 내부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그런 것입니다. 상대의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는 일이라던가, 스카우트를 뽑는 일, 상대의 본진에 해처리를 짓는 일, 핵을 쏘는 일 등등 상대를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하는 것"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심리적인 압박은 결국 누군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게 목적이란 점에서 너무 한정적인 정의라 생각합니다. 스타안에서 심리적인 동요는 다음에 붙을 때 심하게 흔들리는걸 노리거나 제3자에게 인상을 심어주려는 강간성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1.논리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기만전
2.감정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신경전
기만전과 신경전을 나누는 기준은 정보 기만의 유무입니다. 기만전은 상대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넘겨주어 오판하게 만드는 것이고 신경전은 가능성을 제시해서 상대 스스로 흔들리게 만드는 겁니다.
신경전이 감정의 문제인 것은 본디 감정 판단이란 명명백백한 논리적 추론이 아닌 불확정인 현상에 대해 개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늘 불확정이죠. 특히나 싸움에선 대적하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무엇을 할지 100% 확신할 순 없습니다. 우리는 시작빌드 선택을 확률의 영역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빌드가 진정 상대에게 제대로 맞물릴지는 불확실합니다. 결국 준거와 경험이 부족하다면 빌드의 결단은 이게 '좋을 것'이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판단은 부정확하지만 빠르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의외로 많은 행위를 '좋겠다or나쁘겠다'란 감정판단에 의존합니다.
"설마 벙커링을 세번이나 하겠어?"엔 어떤 논리적이고 확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판단의 근거는 '그가 두번이나 썼으니 벙커링은 배제하는게 좋을것 같아' 정도입니다. 만약 벙커링 시전자가 상대가 빌드 가짓수를 균형있게 고르는 습관을 알고(시전자도 그러리라) 유도했다면 2연속의 벙커링은 감정적으로 흔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12_드론 앞마당을 했는데 세번째도 벙커링이 들어오는걸 본다면 감정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손발이 어지럽게 됩니다.
만약 벙커링에 심하게 당한 상대가 이후 무조건 벙커링을 염두에 두고 빌드를 택하거나 벙커링을 막을 생각에만 빠져 수세적인 게임을 한다면 이는 냉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정에 쓸려 빠져 판단이 흐려진 것입니다.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또다시 관광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적 상상에 두려워하고 되갚아야 한다는 복수의 감정적 상상에 분노 합니다. 둘다 '나쁘다'에 근거하지만 어느 쪽이든 사실은 그저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스타에서 신경전이 가장 치열한건 양 병력간의 교전에서 눈치보기입니다. 09년 스타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건 TvsZ에서 뮤탈vs마린메딕의 신경전입니다. 뮤탈이 갈듯말듯 하고 세너번 춤을 추면 마린부대는 스팀팩을 먹고 달릴 준비를 합니다. 이때 뮤탈은 뒤로 빠졌다가 다시 스팀팩 먹고 건물사이를 빠져나가 달려온 마린부대 끝머리를 짤라 먹습니다. 또는 빙글빙글 춤을 추며 건물만 치면서 스팀의 연속 사용과 메딕의 마나 소진을 기다려 홀드컨 스플레쉬로 한번에 잡아먹기도 합니다. 반대로 뮤탈의 '와리가리' 패턴을 확신하고 마린이 뮤탈을 녹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아케이드 대전 액션스럽죠. 다지선다 가능성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을 연속으로 내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빌드로 볼때 기만전은 PvsT에서 코어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고 신경전은 TvsT의 체제변환 싸움이나 TvsZ의 선가스 퍼즐빌드입니다.
그러나 A 게이머가 시전한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에 B게이머가 한번 당한 경험이 있고 A와 B가 다시 붙을 때 A의 코어가 돌아간다면 B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이때 B가 망설이다가 팩-엔베 터렛을 먼저 올리고 A는 평범한 사업-확장 진행을 탄다면 이건 기만전일까요 신경전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싸움은 바둑이나 장기같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턴과 턴으로 주고받는 상황에서 가장 분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은 매우 관념적인 게임입니다. 결국 수싸움은 몇 수 앞을 더 읽을 수 있냐는 추리의 문제입니다. 다만 스타는 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지 않고 실시간이기 때문에 스타의 추리-수싸움엔 기만전과 신경전의 요소가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아우를때, 스타에서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이 아닌 모든 종류의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판단/행위는 분리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조건도 결국 정신적인 판단/행위와 서로 의존하지요. 그렇다면 이를 심리의 싸움, '심리전'이란 포괄 용어로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김연우님께서 스타에서 쓰이는 심리전을 외국에 번역하거나 다른 곳에 소개할 때 혼동의 여지가 있음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본문의 이유로 외려 소박한 직역인 mind game이 가장 융통성이 있는 번역이고 심리전으로 통일해서 이야기하는게 오히려 혼동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론에서 어떤 심리전이냐를 표현할 땐 용어를 분화해서 고를 필요가 있겠지요.
논리의 영역에 대한 공격은 trick으로 번역하고 책략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주지만 의도와 결과가 다를 수 있어 확실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주관vs주관) 심리의 문제이므로 그럴 의도였나 아니냐는 시전한 당사자의 증언으로만 증명할 수 있고 시전받은 상대방은 그 의도를 모르거나 알고도 씹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당사자들의 증언조차도 심리전일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스타 외의 인간활동에서 그러하듯 심리전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맥락 이해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컨데 sensible의 문제입니다. 빌드에 속하며 아주 뻔하고 반복되어온 심리전은 증명이 쉽습니다.(ex-코어 공업 페이크) 그러나 그 외엔 보통 안개속입니다.
김연우님이 심리전과 그 번역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면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free2&page=2&sn1=&divpage=6&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8135
김연우님은 군사학에서 '명백한 군사적 적대 행위 없이 적군이나 상대국 국민에게 심리적인 자극과 압력을 주어 자기 나라의 정치·외교·군사 면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전쟁'로 정의하는 심리전을 예로 들며, 일반용례와 달리 심리전=감정의 영역에 대한 공격·두뇌게임=이성의 영역에 대한 공격으로 양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이 두가지가 공격만의 문제는 아니고 생각처럼 딱 갈라지는게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두개로 나누는게 개념상 편하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리란 감정만이 아닌 인간의 정신활동 전반의 이치에 대한 단어고 군사 용어에서의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은 대개 특정 형태인 선전전(propaganda war)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어의 본의를 따진다면 한국군사학에서 심리전이 아니라 선전전으로 번역하는게 나았을 것입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군사행동으로 적군의 판단을 혼란에 빠뜨리는 교활한 심리전의 효용성을 의문시 했지만 손무의 손자병법은 '용병은 속이는 것'이라고 하며 주도권(先手)을 잡는 교활한 심리전을 끝없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현대 군사학도 손자의 영향을 받아 심리전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또 김연우님은 심리전을 선전전으로 보아 "즉 상대의 사기를 떨어트리거나 내부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그런 것입니다. 상대의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는 일이라던가, 스카우트를 뽑는 일, 상대의 본진에 해처리를 짓는 일, 핵을 쏘는 일 등등 상대를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하는 것" 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심리적인 압박은 결국 누군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게 목적이란 점에서 너무 한정적인 정의라 생각합니다. 스타안에서 심리적인 동요는 다음에 붙을 때 심하게 흔들리는걸 노리거나 제3자에게 인상을 심어주려는 강간성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1.논리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기만전
2.감정의 영역에 대한 게임은 신경전
기만전과 신경전을 나누는 기준은 정보 기만의 유무입니다. 기만전은 상대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넘겨주어 오판하게 만드는 것이고 신경전은 가능성을 제시해서 상대 스스로 흔들리게 만드는 겁니다.
신경전이 감정의 문제인 것은 본디 감정 판단이란 명명백백한 논리적 추론이 아닌 불확정인 현상에 대해 개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늘 불확정이죠. 특히나 싸움에선 대적하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무엇을 할지 100% 확신할 순 없습니다. 우리는 시작빌드 선택을 확률의 영역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빌드가 진정 상대에게 제대로 맞물릴지는 불확실합니다. 결국 준거와 경험이 부족하다면 빌드의 결단은 이게 '좋을 것'이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판단은 부정확하지만 빠르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살면서 의외로 많은 행위를 '좋겠다or나쁘겠다'란 감정판단에 의존합니다.
"설마 벙커링을 세번이나 하겠어?"엔 어떤 논리적이고 확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결국 판단의 근거는 '그가 두번이나 썼으니 벙커링은 배제하는게 좋을것 같아' 정도입니다. 만약 벙커링 시전자가 상대가 빌드 가짓수를 균형있게 고르는 습관을 알고(시전자도 그러리라) 유도했다면 2연속의 벙커링은 감정적으로 흔들어 판단을 흐리게 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12_드론 앞마당을 했는데 세번째도 벙커링이 들어오는걸 본다면 감정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면서 손발이 어지럽게 됩니다.
만약 벙커링에 심하게 당한 상대가 이후 무조건 벙커링을 염두에 두고 빌드를 택하거나 벙커링을 막을 생각에만 빠져 수세적인 게임을 한다면 이는 냉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감정에 쓸려 빠져 판단이 흐려진 것입니다.
관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린 또다시 관광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감정적 상상에 두려워하고 되갚아야 한다는 복수의 감정적 상상에 분노 합니다. 둘다 '나쁘다'에 근거하지만 어느 쪽이든 사실은 그저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스타에서 신경전이 가장 치열한건 양 병력간의 교전에서 눈치보기입니다. 09년 스타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건 TvsZ에서 뮤탈vs마린메딕의 신경전입니다. 뮤탈이 갈듯말듯 하고 세너번 춤을 추면 마린부대는 스팀팩을 먹고 달릴 준비를 합니다. 이때 뮤탈은 뒤로 빠졌다가 다시 스팀팩 먹고 건물사이를 빠져나가 달려온 마린부대 끝머리를 짤라 먹습니다. 또는 빙글빙글 춤을 추며 건물만 치면서 스팀의 연속 사용과 메딕의 마나 소진을 기다려 홀드컨 스플레쉬로 한번에 잡아먹기도 합니다. 반대로 뮤탈의 '와리가리' 패턴을 확신하고 마린이 뮤탈을 녹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아케이드 대전 액션스럽죠. 다지선다 가능성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을 연속으로 내려야하기 때문입니다.
빌드로 볼때 기만전은 PvsT에서 코어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고 신경전은 TvsT의 체제변환 싸움이나 TvsZ의 선가스 퍼즐빌드입니다.
그러나 A 게이머가 시전한 공업 페이크 후 패스트 다크에 B게이머가 한번 당한 경험이 있고 A와 B가 다시 붙을 때 A의 코어가 돌아간다면 B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이때 B가 망설이다가 팩-엔베 터렛을 먼저 올리고 A는 평범한 사업-확장 진행을 탄다면 이건 기만전일까요 신경전일까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싸움은 바둑이나 장기같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완벽하게 알고 턴과 턴으로 주고받는 상황에서 가장 분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둑은 매우 관념적인 게임입니다. 결국 수싸움은 몇 수 앞을 더 읽을 수 있냐는 추리의 문제입니다. 다만 스타는 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지 않고 실시간이기 때문에 스타의 추리-수싸움엔 기만전과 신경전의 요소가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아우를때, 스타에서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이 아닌 모든 종류의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판단/행위는 분리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조건도 결국 정신적인 판단/행위와 서로 의존하지요. 그렇다면 이를 심리의 싸움, '심리전'이란 포괄 용어로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김연우님께서 스타에서 쓰이는 심리전을 외국에 번역하거나 다른 곳에 소개할 때 혼동의 여지가 있음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본문의 이유로 외려 소박한 직역인 mind game이 가장 융통성이 있는 번역이고 심리전으로 통일해서 이야기하는게 오히려 혼동이 적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론에서 어떤 심리전이냐를 표현할 땐 용어를 분화해서 고를 필요가 있겠지요.
논리의 영역에 대한 공격은 trick으로 번역하고 책략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