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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이영호+송병구)/김동수

시작하기에 앞서 김동수 해설의 글을 링크해두겠다.
[혹 동수님께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http://garimto.ivyro.net/bbs/view.php?id=fast&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689



난 김동수의 팬이다.(동시에 미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동수형이 옛 사건에도 불구하고 꺼림낌없이 기묘한 전략으로 스카이에서 파란을 일으켰고
후에 거침없이 박지호와 김택용이 토스의 미래라고 했는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동수형의 문제는 항상 머리가 너무 좋다는데 있었지.



이번 결승 끝나고 그가 이영호에게 한 평가를 보며 수긍도 부정도 했는데.

일단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단 저 평가가, 꼼수에 대한 반감만은 아니다.
그렇게 우직한 사람이 은퇴신고 끝나자마자 바로 인비해설로 데뷔했겠나.




독단적인 내 견해론 아마도 동수형은 이영호에게서 임요환을 봤지 않나 싶다.


승부사로서나 프로로서의 임은 동수도 크게 인정하는 바이지만
난 게이머나 내적으로 극한을 추구하는 구도자로서 그가 임을 인정한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적이 없다.



오히려 동수형은 이윤열을 정말 대단하게 봤지.


왜냐면 이윤열은 게이머로서 개념이 달랐고 스타의 차원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니까.
자신이 따라했고 또 극복해낸 임의 교묘한 심리전과는 달리 이윤열은 잡히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로 이영호에게 임요환을 본다.
이영호는 물론 임이최의 흔적을 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짙은 냄새가 뭐냐고 묻는다면 임의 향기다.
물론 이영호는 메카닉도 잘하고 기본기도 출중하다. 스타일도 틀리다. 그러나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딱 임이다.


"이기면 장땡"




리그 전체, 넘어서 타리그나 인터뷰같은 게임외적인것 마저도 게임의 승부에 연결시키는 승부짜기는 임의 전매특허다.
자신을 제외한 천하의 모든 사람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결승 3연속의 간특한 승부수는 임요환이나 보여줄법한 것이다.



그래서 난 이영호의 결승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결승흐름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리라 보지도 않는다.
임은 늘 그래왔다.그리고 그것도 옳다.



동수형이 이영호에게 붙여준 'Last Generation' 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수형은 이영호가 승리에 집착하는 승부사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파괴자가 되길 원했는데

[테란의 거장 최연성 이후 테란의 바다는 이미 레드오션이고
패러다임을 건드리는데 관심이 있는 테란은 박성균 정도라 생각한다.]




커리지매치 준비할때 남들이 양산형 빌드와 양산형 기본기를 닦을 무렵
당시부터 이기기 위해서라면 치즈러쉬나 날빌도 꺼리김없이 사용하고
OSL에 올라서도 꼼수를 남발하고 무난한 후반엔 이길 수 없는 이제동도 빌드빨로 결국은 제압하는 테란.

이게 이영호다.


테란이 다양한 빌드와 운영을 모조리 습득하고
각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과단성있게 실행해 쇼부치는 것만큼 무서운게 없다.
여기다 상대를 심리전에서 읽고 그것을 섞어서 맞춰 타격할 수 있으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그토록 이영호란 테란의 싹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테란은 승리를 위한 효율과 조립의 종족이고 승리만을 보는 테란은 미학은 없으나 그만큼 허례허식도 없다.



그리고 빌드를 넘어선 경기운영의 다양한 폭은 임요환은 불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플테전의 대세인 리버-캐리어에 대한 안티 운영으로 극강 삼토스를 오전제에서 연파하고 주목시킨뒤
결승엔 3연속 승부수로 이기는건 임요환은 할 수 없다.

결승을 좀더 살펴보자면,
1경기 블루스톰- 안티캐리어에 대한 저격빌드를 감추기 위해 방어적으로 수성한 사이 정찰도 없이 삼탱크 조이기
2경기 카트리나- 노게이트 더블넥 vs 센터 BSB
3경기 트로이-  언베아카 째고 커맨드 쉰뒤 4->5팩타이밍러쉬(원에드온)


특히 3경기를 주목하고 싶은데, 근래에 보기드문 양질의 승부수가 아니었나 싶다.
맵의 위치유불리(세로), 지형상의 이득(옆언덕), 드라압박으로 다수마린과 원탱크를 잡고 테란이 움츠리라 예상하고 트리플을 들어갈것을 예측한 벌처1기의 위치와 과감한 빌딩. 그리고 전진. 딱 한번에 끝났다. 질수가 없는 체제와 체제의 갈림.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영호는 인터뷰에서 밝힌것처럼 트리플을 들어가던 말던 거기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는것.
이건 이전 1,2경기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가 뭘하던 관심이 없었다. 이미 상대에게 주문을 해 놨으니까. 아니면 말뿐이다.
확실한 빌드 우위나 운영우위를 못점하면 올인러쉬하고 만다는게 이영호에게서 자주 보여지는 모습이나
그것이 자주 통하는건 그가 기본적으로 소화할수 운영의 폭이 넓고 어제의 판과 오늘의 판을 연결시키며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고정시킬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놀라운 지능이 때때로 상대가 자신의 예측범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혹은 정면승부가 어려운 승부처를 과감히 캐치하게 한다.
이번 결승은 단판에서 보여지는 이영호의 마인드가 인비 결승과 박카스 결승으로 확장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의 삼연속 오전제 사이에서도 이영호는 판과 판을 연결시켜서 이득을 봤다. 대표적으로 박카스 4강 김택용을 상대로 블루스톰의 빠른 더블업마인을 활용하고 그것을 지켜본 인비결승의 송병구는 질럿-더블을 포기해 초반빌드 이익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이영호는 무난하게 했다.


어쩌면 이영호야 말로 임요환 그 자신이 이상적으로 바랬던 테란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심리전에 능통하건만 임요환의 경기에선 항상 임요환만 보였다. 그리고 이영호의 경기에서도 이영호만 보인다. 자아중심적이고 존재론적이고 독단적이다. (최근의 임요환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드디어 상대방의 호흡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가 주고 네가 받고 주고 받고 그리고 부드럽게 외통수를 찍는다. 근래에 임요환이 보여준 테테전의 판짜기에서 난 그도 나이를 먹었음을, 연륜이 쌓였음을 느꼈다.)




송병석과 오리오리는 결승을 보면서 복받쳐오는 희열을 느끼지 않았을까?
난 그랬을것 같다.(응? 영호는 케찹이던가?)




어떤 의미에선 이영호는 확실히 테란 재능들의 용광로고,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그리고 난 그것도 '라스트제네레이션'이란 호칭에 충분히 어울린다고 본다. 끝은 끝이지 않나.


'실용테란의 끝'



결승전 직전 김정민의 인터뷰에서 이영호는 이렇게 말했다.
"3:0이 아니면 질것 같아요"

결승후 시상식에 이영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안티캐리어 빌드는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이영호다.





그리고 송병구란 백만대군의 사령관은 분명 한마리 요마의 환술에 '희생'당했다.
지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면 그건 송병구가 어리단 증거겠지.
특히나 눈물의 의미가 그렇다면 더 그렇다. 그런 그릇이 아니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