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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박정석,강민,박용욱에 관한 단상

 
<박정석,강민,박용욱에 관한 단상>


안녕하세요  주다스페인입니다
이번 글은 예전에 써놓았다가 비슷한 내용으로 쓴글과 겹처서 올리지 않은 글입니다
현재 강민선수와 박용욱 선수의 MSL과 서바이버에서의 분투를 보고 정리와 응원의 의미를 담아 올립니다
글이 길어질듯 하니 편한 맘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진호 선수에 대한 단상을 쓴뒤 필자는 정신적으로 탈진해 버린듯 합니다...
너무 필에 의지한 탓일까, 한동안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지 않을것 같군요

항상 지켜봐주시는 고마운 페퍼민트님(미인이실거라 굳게 믿습니다^^;;)
강민선수에 관한 그 글은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밖에 완결이 안될듯합니다
강민에 대해서 쓸말은 많지만 2년전 제가 보았던 그 시점으로 바라보기엔 저도 그도 너무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신화의 시기를 넘어 번영의 시기로]

05년 11월 12일을 마지막으로 박용욱선수가 탈락함에 따라

프로게이머 개인에게 있어 최고의 무대라고 할수 있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3대 프로토스는 그들이 화려하게 등장한 마이큐브 이후

처음으로 3명 모두 PC방 예선으로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MSL리그엔 세명 모두 잔존해 있기는 하지만
OSL이 스타업계에 있어 차지하는 상징성을 봤을때, 이를 보고 하나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감지한 사람들이 많았을겁니다


물론, 그들의 기량이 부족한것도 아니고 또 앞으로 다시
그들 개개인이 OSL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기대하는게 전혀 어리석은 예상도 아니지만


우리는 동시대를 호흡했던 3명의 위대한 프로토스가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무대를 화려하게 빛내며 공존하던 영광의 시기를 추억하는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몽상가와 악마와 영웅은 이제, 포쓰가 함께했던 3명이 공유하는 업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각자 스스로의 자리를 명확히 확립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인드로 어떤 길을 가던지
그들 셋은 자신들이 프로토스에게 허공과 망상속에 신화나 전설을 새겨 넣은 것이 아닌
고난의 소수 종족이었던 프로토스에게 자생의 가능성과 후예들이 걸어야할 길과 모델이 되는 원형을 제시하고
프로토스를 번영시킨 시작점이 되었다는 것에 늘 자부심과 책임을 느끼고 그에 나아가서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 스타 밸런스의 키는 각 종족이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S급 유저의 존재와
어떤 맵과 어떤 종족 어떤 상대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
그리고 양과 질을 겸비한 루키들의 육성에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한떄 프로토스는 그 세가지 조건 모두가 부족했었고 3대 프로토스의 등장이후 첫번째와 둘째 조건은 어느정도 충족 되었으나
테란종족 패권의 열쇠였던, 장차 S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슈퍼루키들이라는 자원의 부재에 깊은 우려를 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간이 필요한 문제였음을 이제는 깨닫고 있습니다
하나의 열매가 죽어 싹을 튀우듯이 3대 프로토스가 서로 경쟁하며 이룩해논 프로트스의 영광과 가능성은
예전엔 생각하기 조차 어려웠던, 현재의 다양한 스타일과 인원수 그리고 슈퍼루키급의 프로토스 신인들로 이어진 겁니다


S급 테란들과 천적인 저그에게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박지호의 재치가 돋보이는 가운데 기세로 밀어붙이는 호쾌한 플레이와
파괴력있고 날카로운 전략성과 모범적인 물량의 겸비와 그것을 대회나 다전제에서 적절히 배치해 승리하는 법을 아는,
So1 대회에서 강적들을 꺽고 로얄로드와 가을의 전설을 이룩한 오영종의 뛰어난 용병술
아마도 운영에 있어서 후에 크게 대성할 것으로 보이는 송병구의 그릇

그 외에도 수많은 신인과 중견,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아마계의 재목들까지...


후계 프로토스 프로게이머들의 모범을 떠나 이들 셋은 프로토스 유저인 저에겐 우상이었습니다


누구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들 셋의 공명과 서로의 스타일을 보완하는 완벽한 체계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기량에 감동했습니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는 바로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문장이었고
서로간에 분명한 스타일의 차이와 라이벌 구도를 바탕으로 그들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셋이 한 시대에 포쓰를 내뿜으며 공존했다는것이 당시의 프로토스에게 있어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밸런스와 맵과 유저의 부재라는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는
프로토스의 암울한 현실을(이제는 과거가 돼 버렸습니다만) 타파할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상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중 하나를 편애했기에 그들 셋을 당시에 평가한다는것은 저에겐 어려운 일이었고
하나의 시대가 종언을 고한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들 셋을 냉정히 돌아볼 용기가 생깁니다




[박정석]

3대 프로토스를 얘기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선수는 박정석일 것입니다

뛰어난 야전사령관이자, 생각하는 최초의 프로토스였던 김동수 해설의 의심할 수 없는 전인으로서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재능의 소유자인 박정석은 김동수가 무명의 박정석에게 했던 찬사처럼
01년 당시 오로지 힘과 물량밖에 없었음에도 최강의 프로토스가 될 자질이 있었습니다


옛말에 다듬어지지 않은 금강석은 돌덩어리와 같다고 했나요?

프로토스의 영웅 이라는 찬사는 플토 최후의 선지자라고 할수 있는 김동수의 안목과 세공이 없었으면 빛나지 않을 보석이었습니다
(사실 전 김동수 해설의 진정한 업적은 황제를 뺨치는 전략성으로 스카이배를 우승한것이 아니라
박정석이라는 최고의 프로토스를 키워낸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경이적인 빠른 왼손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물량에,섬세한 콘트롤,전략적 이해도 라는 삼박자를 갖춘
(더해서 스타일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이는 외모와 매너라는 부가조건까지)
2002 스카이배의 박정석은 당시로서 생각할 수 있는 최초의 완성형 프로토스였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로토스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다듬어진 프로토스 였습니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수많은 프로토스가 나올 것이지만, 가장 프로토스다운 프로토스로서 기억될 남자는 박정석일겁니다


뛰어난 콘트롤로 인한 소모전에서의 이득과 빠른왼손을 바탕으로한 적절한 조합을 갖추고 전장에 즉각 투입되는 물량,
이 두 무기를 바탕으로 초반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도 자신만의 타이밍을 언제고 만들 수 있다는 전략적 마인드는
2002년을 지나 2005년에 이르기까지 대 테란전의 최강자로서 현시대 최강이라 불리는 최연성선수를 물량전에서 제압하고
오랜 기간 박정석이 스타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으로 내며 홀로 플토진영의 마지노선을 지켜냈을 정도로 완성된 스타일이라 할수 있습니다
(이런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고안하고 그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고 다듬은 김동수에게 찬사를!)



그러나 플플전의 최강자라는 수식은 기본 옵션으로 달고 스카이배에서 황제를 꺾고 가을의 전설을 시작케 하였으며
무한종족최강전에서 수많은 저그를 하드코어압박에 이어지는 중후반 물량운영으로 제압하고
60% 승률대의 저그킬러로 불렸던 그도 결국은 빠른 속도로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올드 팬들은 끔찍한 악몽과 함께 기억하겠지만 2002 스카이배 이후의 프로토스와 박정석은 오로지 상처뿐인 영광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정석의 엄청난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패배를 반복하고 있었으며
"하드코어 컨트롤 죽여주네 드라군 드라이브 환상이네 물량 끝장이네 무당스톰 대박이네 그런데 게임은 졌네..."
메이저 대회에서 플토의 대형신인은 더 나오지 않은채 박정석은 유일하다시피 혼자서 플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더더군다나 라이벌이라 할수 있는 테란의 이윤열 선수와 상대전적에서 차이가 심하게 벌어지자
결국 그는 결코 자신이 물러서면 안되는 테란과 그 정점인 이윤열 선수에게 트라우마까지 가지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저그에 대해 막강한 포스를 보이던 모습도 조용호를 위시한 소울식 수비저그에게 패배를 거듭하자 거짓말 처럼 사라졌습니다
박정석은 당연한 수순으로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프로토스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와 그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박정석의 모습은
수많은 플토유저들을 좌절에 이은 현실에 대한 분노라는 감정에 빠지게 만들었고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의 박정석은 프로토스의 암울한 현실을 짊어지고 상처뿐인 영광을 감싸안으며
홀로 외롭게 분투하는 고독하고 고단한 영웅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밝히기 부끄럽지만 엄격했던 과거의 PGR21에서 드론밀치기가 플토의 가능성을 죽이는 악랄한 버그라며
PGR21을 격렬한 논쟁으로 시끄럽게 했고, 결국 엄재경 해설위원과 김동수 선수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자면 그때 하드코어의 무력한 모습과 하드코어를 하고도 드론 밀치기에 게임이 뒤집어져 버리는 경기모습이 발단이었습니다
전 당시, 테란이 메카닉의 개발로 상성인 프로토스와 비등한 승률을 내는것에 힌트를 얻어
'메카닉이라는 것은 결국 원 배럭 하이테크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상성인 종족을 극복하는것은 가스를 위시한 고테크 유닛의 활용에 그 열쇠가 있다'고 판단해서
원게이트 플레이의 활성화야 말로 저그전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며 아마도 최종적인 진화의 모습은
섬맵에서 플토가 저그를 상대하는것과 같은 형식의 장기적인 플레이의 지상맵에서 적용이라 판단했고
원게이트의 초반 입구 질럿홀드는 물론 하드코어도 뚫어버리는 드론 밀치기는 그 가능성을 죽여버리는 버그성 플레이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나친 객기와 예의없음, 그리고 오만으로 인해 그냥 모두에게 안좋은 결과만 낳았지요



지금에 와서 냉정히 생각해 보면 당시 박정석 선수의 이해할 수 없는 부진은
우승자에 대한 당연한 분석으로 철저히 스타일이 노출되어 있다는것도 있었지만
리그에 존재하는 강력한 프로토스가 오로지 박정석 뿐이었다는것, 그래서 타종족은 오로지 박정석만 고민하면 되었다는것
그리고 박정석은 전략의 소화력은 뛰어나되, 전략을 스스로 창조하거나 완성시키는 재능의 소유자는 아니라는것
그리고 그로 인한 반복적 패배가 박정석에게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빼앗아 갔다는것
이 요소들이 악순환을 일으킴으로서 결국 박정석이 슬럼프에 빠찌게 된것이었습니다


더더군다나  박정석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그의 전략적 베이스인 김동수가
자신의 타고난 호기심과 실천력으로 한빛을 떠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것이 결정타 였습니다

만약 이때 김동수가 끝까지 박정석의 곁에 남았있었다면 영웅은 더 나은 모습으로 그 시기를 견뎌냈을 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배짱을 잃어버리는 깊은 상처를 입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영웅이자 프로토스의 자존심이며 늘 꾸준한 박정석에게 한가지 부족하다고 느꼈던것은
태산과 같은 의지로 유닛을 믿고 전투를 하는 그가 의외로 배짱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김동수해설은 박정석을 평하기를 자신감만 가지면 최강이 될수 있다고 했지요
이 말은 박정석이 배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돌려서 말한것에 다름 아닐 겁니다


3대 프로토스가 함께 있던 시기와 최근의 그 모습을 살펴보면
박정석은 때때로 중요한 경기에서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거나 도망가는 듯한 플레이를 할떄가 있습니다


상대전적이 벌어진 후 이윤열선수와의 과거 경기가 그러했고
질레트배 결승전에서 박성준선수에게 단한번도 그의 장기이자 자존심인 투게이트 하드코어 정석을 쓰지 않은채 패배할떄 그러했고
에버 스타리그 4강전 첫경기에서 최연성선수를 물량으로 제압하고도 오히려 스스로가 질린듯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패할때 그러했으며
이번 구룡쟁패 듀얼과 MSL리그에서 자신이 본래스타일로 천적에 가깝게 전적차를 보이며 압도하던
성학승 선수에게 연속적으로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고선 패하고 Pc방 예선으로 떨어질때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믿고, 자신이 가장 잘 할수 있는 플레이를 했을때 그 모습은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에버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선수에게 패한뒤 홍진호 선수와의 3,4위전에서
종족상성에서 밀리고, 맵도 암울하고,연습시 항상 지던 홍진호 선수에게 압박정석 플레이로 혈투 끝에 승리한뒤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는 말을 했을때 그렇했고
현존 최강하는 게이머인 최연성을 우주배 MSL에서 다시 맞붙었을때, 도망가지 않고 정면에서 붙어
물량전과 과감한 플레이로 3대0으로 셧아웃 시킬떄 그러했으며
자신의 천적이라 불리던 압도적인 전적차가 나는 조용호 선수를 더블넥 이후의 압박 물량소모전 끝에 5차전으로 가
하드코어러쉬로 저그의 앞마당을 밀어버리며 결승진출을 확정시킬때 그러했습니다



4강에서 자신의 천적에게 정면으로 승부하는 박정석과
운명의 기로였던 듀얼에서 자신이 천적이던 선수에게 도망갔던 박정석...


박정석은 야구로 치면 정통파 좌완투수(신의 왼손!)로서 강력한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을떄만 구위가 살아날수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그가 어떤 상대에게도 정면으로 밀어붙여 이길수 있음을 인식시킬떄 상대방은 박정석에게 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타입은 다르지만 물량의 최연성이 그 압도적인 배짱과 심리전 그리고 자신감 때문에
상대선수들이 주눅이 들어 한수 접고 들어감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록 고단한 전투끝에 패배하고 쓰러지더라도 전 박정석 선수가 자신을 믿고 자신이 가장 잘할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립니다
그건 누군가가 원해서가 아니라 박정석이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박정석의 재능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천재적이 플레이어인 이윤열 선수같은 자유로움과 센스와는 다릅니다
그의 재능의 정체성은 다듬고 연마되고 끝없는 튜닝이 가해진다면 끝없이 찬란한 빛과 절대의 강도를 지니게 될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습니다

그가 KTF의 스타이며 억대연봉자이고 우승자'였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길 바랍니다


전 강민이 허무하게 잊혀진다면, 그 상실감으로 스타리그를 안볼테지만  
박정석이 끝내 약한 모습으로 은퇴한다면 프로토스를 접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프로토스를 시작한 저에게 있어 그 어떤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영웅이었습니다




[강민]


강민은 제가 가장 편애하는 선수이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프로토스입니다
'절대강민편애모드'는 어떻게해도 고칠 수가 없는 불치병이며 약도없는 난치병입니다

처음 이 선수가 등장했을때는 그저 저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재밌는 선수 정도로 생각했지만

그가 제1차 MSL 스타리그인 스타우트배에서 승자 4강에서 임요환선수를 꺾었을때  
전 이 선수가 차후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테란을 꺾어내며 명성과 우승을 동시에 이룩할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임요환 선수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기질과 큰승부에 강한 승부사적 기질탓에 강민은 자신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것을 보여줘야 했고, 결국 자신의 그릇을 증명했습니다... 임요환 선수를 거친 선수가 대성하는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제가 여의나루에서 이윤열 선수를 3:0으로 셧아웃 시키고 우승한걸 지켜봤을때
어쩌면 당시의 한계가 분명하던 프로토스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지금도 3대 프로토스가 공존하던 영광의 시기는 강민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김동수선수 이후로 가장 대담한 배짱과 체계적인 전략적 마인드가 있는 프로토스이자

김동수 선수가 지니지 못한 두가지,
스타에만 올인하고 집중하고 훈련할수 있는 환경과 천성,
과거 기욤이 보여줬던 고도의 직관적 창의성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맵전체를 아우르는 운영 및 예측능력를 가지고 있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절대 긴장하지 않는 그 강심장과 MSL에서 이윤열을 꺽고 우승하고도 별 감흥이 없던듯한 야망이었습니다
그 절대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을듯한 자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김동수선수와 박정석 선수 이외에는
사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선상에 있는듯한 정신력과 자세를 보여줬던 이전의 많은 프로토스 게이머들에겐
이 험난한 바닥에서 그것도 배경이 약한 소수종족으로 맵 밸런스에 대한 체계적인 보완이 진보하지 않은 시기를
버터냐갈 힘이 부족했으니까요


황제와의 4강전과 천재와의 결승 그리고 그 인터뷰를 보면서 받은 인상은
이 친구는 자기자신과 자신의 실력, 그리고 자신의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과신이... 문제될 선수이긴 해도 결코 큰 무대에서 주늑들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 뒤는 모두 아시는 대로 몽상가라는 닉네임을 얻게된 마이큐브에서의 대파란과
박정석!을 4강에서 꺾음으로 인해 단순한 도박과 일회용 전략에만 의지하는 얕은 선수가 아니라는것을 증명했고
그후 박용욱에게 패해 로얄로드와 가을의 전설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지요
다음 시즌인 한게임03~04에서 당당히 우승을 걸머쥐고 자신의 존재를 입증 시켰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마이큐브 결승에서의 패배가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마이큐브떄 준우승을 하고도 "별로 할말이 없다"는 등의 난감한 인터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 역력해 보이던 그는
결국...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을 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록 로얄로드와 전설의 계승자를 동시에 이룩하는 전무후무한 타이틀은 놓쳤지만 전 그가 이 경험이 그에게 약이 될 것이고
현존하는 최강의 프로토스라는 명성을 당시에 얻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좋은 결과라 생각했습니다


프로토스의 역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거인인 김동수 해설의 말을 들어보자면
강민을 예전에 보았을떈 별로 주목할 필요가 없는 프로토스라고 생각해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과거 PGR21에서의 논쟁이 있었을때, 전 김동수해설에게 강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마지막 답글을 달았습니다
김동수 해설은 기억할리도 없고 직접 저에게 얘기한것도 아니니 별 의미는 없습니다만
전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프로토스의 브레인도 주목하지 않았던 저의 기대가
제 예상을 넘어 더한것을 보여줬을때 상당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강민역시 제가 받은 감상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김동수해설은 후에 '천하의 강민'이라는 수식어로 그를 인정하고 부르지만

사실 마이너 당시의 강민과 MSL에서 우승할때의 강민은
게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너무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받게 할 정도로 플레이가 중구난방이었습니다

전 그의 현실적인 성향으로 봤을때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하나의 정석을 시도하는게 아닐까란 인상을 받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운영의 묘에 대한 안목이 높지는 않던 시기였기에
지나치게 넓고 엷은 안배와 너무 위험한 도박사이에 있던 강민의 유기적인 운영의 흐름을 눈치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김동수 해설이 당시 강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유심히 살펴보았다면
자신이 하고자 했고 또 활용했던 게임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한 안배의 유사함을 발견했을겁니다
후에 그가 글에 썼던 아마도 자신과 가장 비슷한 타입의 프로토스였기에 깨닫지 못했다고 적은 것처럼 말입니다  


수많은 연습량으로 기본기를 단단하게 다진탓도 있겠지만
강민의 그 수많은 전략과 도박과 비약적이고 뜬금없는 경기내용에도 불구하고 높은 승률을 이루고
경기가 초중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진행돠며 대테란전에서 중앙 한방싸움에서의 대승리로 끝나는 높은 시나리오성은

게임의 흐름에 대한 높은 이해에서 비롯되는 판을 꽉 채우는 운영과 게임안에서 미래를 읽는 '눈'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고
이것이 기상천외한 전략이나,뛰어난 유닛 컨트롤,전술적 감각,대규모 한타 싸움에서의 집중력등등의
표면에 드러나 보이는것이 아닌 강민의 진짜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이게 강민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중 가장 뛰어난 재능이자 정체성일겁니다


시기와 노력과 재능이 맞아 떨어진 덕분에 강민은 수많은 전략적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프로토스가 보여줄수 있는 진행방식의 다양함을 입증시킴으로서
타종족 게이머들에게 있어 프로토스를 상대할때 고민하게 하고 선택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강민이 진정한 업적은 그의 우승횟수와 프로토스가 보여줄수 있는 최강의 포스가 아닌
프로토스의 패러다임에 있어 수학에서 0의 발견과 같은 깊이와 개념의 확장을 가져다 준것이었습니다
(0은 그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숫자의 뒤에 붙으면 10배의 가치를 지니게 하고 곱하면 무가 되지요)


그리고 박용욱은 그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강민이나 자신, 혹은 여타 프로토스 유저들의 전략적 아이디어들을
자신의 틈없고 착실한 운영안에서 안정화 시켜 강력한 카드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박정석은 더이상 외롭게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그의 빈자리를 채워줄 동료이자 강력한 라이벌 둘을 만났습니다


바야흐로 한여름밤의 꿈같은 전설이 아닌(한 가을의 꿈이라고요??) 진정한 프로토스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입니다


사상유래 없는 플토의 패권이 장기적으로 확고히 된 시대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그때는 프로토스에게 있어 처음있는 영광의 시기였습니다



MSL 스프리스배 이후 강민은(그리고 다른 3대 프로토스 역시) 서서히 포스를 잃어갔습니다



04년 부턴 OSL에서 탈락했으며 이후엔 PC방 예선까지 떨어져 기나긴 침묵의 시간을 견디게 되었고
오랜 기간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게 그의 경기력에 미세하지만 치명적인 균열을 내
미묘하게 본선무대에 오르는 길에서 충분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꾸 잘못된 선택을 하게 했고
그의 재기를 기원하는 많은 팬들을 아쉽게 만들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선 전성기와 같은 집중도를 보여주지 못하며
압도적으로 보였던 신예플토와의 컨트롤능력 수준차 조차 수준이 상승해 이제는 거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극강이었던 플플전에서 패배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전성기의 재부활을 기대하는건 사실 이제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만 본래 지닌 천혜의 장점이었던 운영능력과 혜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
대 저그전에 있어 TvsP의 메카닉전술과도 같은 해법을 제시하는 수비형 프로토스를 완성해 내었습니다
종족 상성을 극복해낸 그의 끈기와 실험정신은 2년간 메이져 무대에 오르지 못한 그지만
그가 어떤 가치를 지닌 게이머인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또한 KTF 팀에서 그가 보여주는 절대절명의 에이스 결전정에서의 미스테리한 강력함 때문에
그가 오랜 시간동안의 침묵과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배짱과 승부근성 그리고 강렬한 자부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고 해서 그에 대하 신뢰가 배반당하지 않으리란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강민이 조용히 그러나 피할 수 없이 닥쳐온 이 변화의 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가 고민해야될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의 강민은 각각의 경기들에 있어 긴장감을 조절하는 기어조절이 잘 안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스스로에게 부가하고 조절하는 기어는 딱 적절한데,
이는 그의 자부심과 에이스 결정전의 부담감이 맞물려서 딱 알맞은 세팅으로 경기 내에서 기어가 잘 조절되기 때문에
상대의 미묘한 경기력의 저하와 맞물려 연승의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강민은 불타오르는 타입의 선수는 아니고 경기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선수입니다
덕분에 게임하면서 스스로 발동하고 흔들리면서 조절하는데 능하지 않습니다
강민이 OSL듀얼에서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올라오지 못했던것은
듀얼에서 자신의 자부심이 긴장감의 기어를 너무 낮추어 '과시'하는 듯한 플레이로 경기력을 소모시키기 떄문입니다
이는 비단 OSL듀얼의 문제만은 아니고 프로리그 개인전이나 여타 대회에서도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실력은 이미 올라갈데로 올라간지 오래고 강민이 전성기의 기량으로 싸운다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헌데 이 상황에서 '과시'라니요  
정신력,자세,마인드 모두 훌룡한 선수인만큼 강민 스스로 깨닫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둘째, 이것은 좀 개인적인 감상인데 강민 선수가 KTF에 들어간 것이 연봉이나 인기를 제외하고는(...)
강민에게 큰 득이 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도전자의 정신을 느낄수가 없습니다...
팀과 정도 들었고 입지도 확고하고 계약기간도 많이 남았으니(연봉도...)
할말은 아닙니다만, 전 예전에 강민 선수가 주장을 맡은것도 탐탁치 않았습니다
강민은 아직 주장보다는 에이스내지 무모한 실험가가 어울리던 때에 주장을 맡았었다고 생각되거든요
강민 그 자체로서 팀인 KTF에 절대적으로 부족한것을 채워줄수 있는 선수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셋째, 최연성 선수에게 갚을것이 많습니다 리그에 다시 올라간다면, 결국 만나야 할 상대고
프로리그 라이벌인 SKT1의 에이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강민이 슬럼프에 빠지게 된 시기에 최연성선수와의 연패가 겹쳐있기 때문에 특히나 각별할 겁니다
최연성 선수의 운영능력은 테란에서 당대 최강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강민 선수의 운영능력 역시 제가 보기엔 프로토스중 역대 최강입니다
기세나 배짱에서 밀린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강민은 항상 선수로 최연성 선수에게 1타 2타 3타 4타 다다다다~~로 이어지는 전략을 건뒤,
맵 전체를 아우르는 운영능력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많이도 패했습니다
사실 최연성 선수같은 맵을 통째로 관리하는 괴물에겐 오영종선수가 보여주었듯이 올인성 전략이 더 나은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강민이 몇겹의 함정을 걸고 중후반으로 이어지는 경기운영에서
최연성 선수가 구상하는 맵에서 시간과 공간상의 접점을 우회해서 파고드는 운영을 그가 보여줄수 있으리라 믿고
그가 다시 최연성 선수와 MSL이나 OSL에서 붙었을떄 보여주는 경기내용과 승패가
그의 게이머 인생 후반을 좌지우지 하는 기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피리스배에서 붙었던 세번의 경기는 사실상 강민이 완승할수도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오로지 이윤열만 바라보고 있다는 최연성선수의 머리속에 다시는 잊지못할 '강민' 두글자를 강하게 박아놓으시길 바립니다





[박용욱]


박용욱에 대해선 저에겐 재밌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OSL 3차 챌리지 리그가 진행되던 중 친구와 전 누가 신인 플토중의 best냐는 토론을 했고
전 강민을, 친구는 박용욱을 꼽았습니다(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인은 아닙니다만)
"친구 왈, 물량 죽이지 콘트롤 죽이지, 전략도 잘쓰지 애는 뭐가 되도 될거다"
박용욱은 챌린지 결승에서 강민을 이기고 시드를 받아 올라감으로써 제가 진것이 되었고
강민은 얼마뒤 MSL을 우승했고 그때는 제가 이긴것이 되었습니다만
마이큐브 배에선 박용욱이 강민을 이기고 우승하면서 제가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그후엔 강민이 한게임을 우승함으로써 업적과 포스상 제 주장이 인정을 받았지만
박용욱 선수는 그후에도 항상 중요한 순간에 강민을 잡아내더군요...
지금도 종종 친구랑 그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OSL 초대리그 한빛배때 4강까지 올라감 대회에서 무적이었던 임요환에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겼고
저그와의 트리플넥서스로 승리해 악마의 프로토스라 불림 높은성적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위해 잠정적으로 은퇴한탓에 그 대회에서 우승한 임요환과 준우승자 장진남, 그리고 3위인 기욤만이 기억됨
은퇴하지 않고 꾸준히 선수생활을 했으면 박정석의 영광을 대신했을지도 모르는 남자
복귀한뒤 친정인 한빛팀으로 돌아왔으나 영웅이 존재하고 있던 그곳에서 그가 설 자리는 없었음, 후에 동양으로 이적
S급 프로토스라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대회 우승경력은 마이큐브배 뿐
백병전의 최강자라 불림에도 박정석과의 상대전적으로 인해 전투는 박정석이 위인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동시대에 몽상가라 불리는 강민에 의해 임팩트를 발휘하지 못함
모든 종족에 대해 고르게 높은 승률을 보이나 테란전은 박정석이 최강자의 칭호를 지니고 있고
저그전은 강민 특유의 과거 원게이트 플레이와 현재 수비형 프로토스의 완성으로 인해 더높은 평가를 받지 못함
플토전은 3대 프로토스가 물고 물리는 관계로 최강의 이미지가 없음
막강한 경기력을 보이다가도 무너질땐 허무하게 무너져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음"



박용욱은 항상 자신이 가진 실력에 비해 조금씩 불운했고, 조금더 과소평가 받아왔습니다
3대 프로토스에 박용욱이 있는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나 일반팬들에게 있어
3대 프로토스을 생각할때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이 그의 모습임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막강한 악마의 이미지 때문일까, 그는 소름끼치도록 강력했지만 최고의 프로토스로서 기억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박용욱이야 말로 자신이 가진 스펙 내에서 가장 완성된 프로토스였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석과의 묘한 관계, 같은 부산 출신에 같은 한빛 출신이고 같은 프로토스면서 같은 박씨인데다 과거 물량토스서 이름 날린
이둘은 실제로 상당히 친한 친구라지만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공존할 수 없듯이
박정석이 이미 영웅이 되어버린 스타계와 한빛에 돌아온 박용욱의 행보는 꽤나 흥미깊은 일이었습니다
박정석을 능가할 수 있을까? 아니 박정석의 아류가 아닌 그 자신으로서 독자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나 얼마뒤 박용욱은 결단을 내려 한빛에서 동양으로 이적했고
부단한 노력끝에 스스로의 스타일을 완성시켜 그 누구도 아닌 박용욱으로서 박정석과 어깨를 나란히 헀지지요
그 점에서 그는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선수입니다



박정석을 거울삼아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뼈를 깎는 수련을 했기 때문일까

박용욱은 자신이 가진 재능 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균형도를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박용욱은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선수입니다
악마의 프로브로 대변되는 극악의 소수유닛콘트롤,물량토스,백병전의 최강자,깔끔하고 뛰어난 운영의 소유자,강력한 전략가
집요하다고 라고 밖에 표현할수 없는 끝없는 견제 플레이

해서 박용욱은 이런 선수다 하고 예전에는 팬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빠질것 없는 물량,임팩트 있는 전투컨트롤,효율적이고 강력한 전략의 삼박자는 물론이요 운영마저 강민 뺨칠 정도였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것은 그의 스타일내에서 일관적인 모습으로 적절히 그 모든게 녹아들고 배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박용욱은 소음인의 기질을 강하게 가진 선수였고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심함과 집요함을 세심함과 집중력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선수입니다

그는 악마의 프로프 견제로 명성을 얻은 탓에 주로 초반에 강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초,중,후반에 걸쳐 그가 모자른 타이밍은 없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든 타이밍에 있어 기승전결의 역활을 확실하게 수행합니다
그는 상대로부터 이득을 뺐어와 조금씩 쌓아가는 스타일의 깔끔하고 탄탄한 경기 운영을 하고
대테란전에서 초,중반에 본 이득을 바탕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넘어가는 캐리어
대 저그전에서 하드코어로 피해를 준뒤, 빠른 가스를 이용한 테크 콤보로 마무리 등은 잘 알려진 모습입니다

전투에 있어서도 항상 이득을 보는 싸움을 해서 점수를 누적시키고 그를 바탕으로 '마무리'를 잘 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박정석이 언뜻 불리한듯한 전투를 이겨내는 타입이고,강민이 이길수 밖에 없는 전투를 하는 타입이라면
박용욱은 전투로 이득을 보는걸 즐겨하는 타입입니다


마이큐브 배에서 박용욱의 완성된 경기력을 보면서 느낀 감상은
아... 바로 이것이 '이기기' 위한 프로토스 로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기기기 위해서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냉혹한 플레이와 전투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는 투지는
전장에서 나약한 인간들에게 자비없이 살육을 감행하는 압도적인 악마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 되더군요

냉철하고 실리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박용욱이 갖고 있는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면서
드디어 프로토스에게도 이기기위해선 수단방법을 안가리는 사내가 나타났음에 기뻐했습니다

박용욱 이후, 프로토스는 그렇게 잘하고도 지는것에서 울분을 터뜨리는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경기내용과 플레이의 활약이 그대로 승리로 이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악마는 저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흥미를 주는 프로토스였습니다


박용욱의 세심한은 그의 운영스타일과 맞물려 여러면에서 그의 장점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박용욱이 단순한 승률 좋은 프로토스에서 S급 프로토스로 명성을 떨친것은
그가 때때로 보여주는 엄청난 집중력 때문입니다 주로, 병력의 접전인 백병전에서 보여주는 그 불가사의한 집중력은
주로, 그것말고는 할수 있는게 없을때, 또는 그것밖에 남지 않았을때 올인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전투 결과를 보여주곤  합니다

김환중 선수와의 경기중 본진이 정지된 상태에서,상대방과 같은 규모의 병력을 가지고 전투를 압승한것은 좋은 예입니다
변은종 선수와의 본진이 밀린 상태에서의 루나 대첩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용욱은 강민과의 관계에서도 흥미로운 점을 많이 보여주는데

박용욱은 보기와는 달리 논리적인 전략적 마인드에 장점이 있는 선수고
오히려 잘알려진 깔끔한 경기운영력은 부차적으로 그 마인드에 맞춰서 완성된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강민은 반대로 그에게 경기를 읽는 눈과 높은 시야에서 바라보는 운영력은 선천적인 것이고
귀모라 불릴수 있을 만한 놀라운 전략은 그의 운영력에서 찾아낸 게임내의 미개척지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강민이 전략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듯한 경기를 많이 보여줬다면
박용욱은 그의 착실한 운영방식안에 전략적 아이디어를 안정화&정석화 시키는 경기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이둘의 주고받음에 박정석이 그 수혜를 받으면서 프로토스가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것이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또 강민은 업적이나 화려함에서 박용욱을 능가하지만,
박용욱은 그런 강민을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이겨 왔습니다

강민과 박용욱의 경기를 보면, 확실히 강민은 전쟁은 잘하되 스트리트파이터는 아님을 알수 있고
그가 흐름을 장악하는데 있어 초일류일지는 모르나 집중력에 있어선 박용욱이 위라는게 잘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강민이 그와의 싸움에서 많은것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용욱이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에서 떨어진 지금 이시기에도
그가 가장 완성도 높은 프로토스라는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완성의 경지까지 이끌었던 그의 재능인 섬세함이 그에게 있어 최대의 약점이란것 역시 여전합니다


박용욱이 받는 가장 부정적인 평가는 "기복이 심하다, 바이오리듬을 많이 탄다
이길때는 누구도 박용욱을 이길 수 없을 듯한 완벽한 경기내용과 포스를 보여주지만, 질때는 그냥 '허무하게' 져버린다"는 겁니다


전 이게 그의 재능과 그 재능에서 비롯되는 운영 스타일 탓이라고 봅니다
그의 스타일을 완성시킨 섬세함은 그가 준비한 전략과 게임내에서의 병력운용과 맞물려 완벽한 경기운영과 내용을 보여주게 하지만
조금이라도 빌드나 전략, 운영이 어긋나면 불안해하고 민감해져 집중을 못하게 만드는듯 합니다


사실 박용욱의 조금씩 전투(와 빌드에서 비롯되는 전략의 우위등)을 통해 이득을 쌓아나가 대규모 접전에서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운영방식은
초고수간의 경기에서는 나오기 힘든 스타일입니다
(이건 대 테란전에서 박용욱의 스타일을 베이스로 연습해온 저도 많이 느낀 부분입니다
상대 테란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압박과 전투에서의 이득으로 따라오지 못할 차이를 벌린다는건 널뛰듯이 어려워집니다)



박용욱은 그 특유의 셈세함과 집중력으로 그 갭을 줄였고,
그 반작용으로 조금이이라도 예상 혹은 자신의 이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의 장기가 오히려 이제는 단점으로 작용해 갭을 심하게 벌리는것이지요


그의 극단적인 경기 양상상,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가 느끼는 허무감이 그를 짓누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미 완성된것으로 보이는 그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조언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때떄로 그가 머리를 비울떄 보여주는 집중력이야 말로 그가 가진 비장의 무기이고
잘 정리된 내용을 차곡차곡 머리에 쌓을때와 머리를 깨끗이 비울때의 접점을 박용욱선수가 잘 구별해 내는것이
그가 바이오리듬의 저주를 받는 상황을 이겨내는 길이 될것 같다는 것 뿐입니다





전 박용욱이 다른 두명의 프로토스와 비교했을때 운도 부족했고, 재능의 잠재력 역시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운이나, 혹은 재능에 의지하기 보단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모자란 부분은 투지와 끈기,독기, 집념으로 메꾸어 나갔습니다
초반부터 시작되는 집념어린 견제와 후반 힘싸움의 긴박감과 긴장감에 대한 두근거림과
장인이 인고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 놓은듯한 그의 명품같은 경기운영 떄문에
프로토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악역을 꼽으라면 전 주저없이 박용욱을 꼽을 수 있고
이 매력적인 악당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프로토스이기도 합니다


항상 2% 불리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완성시켜온 남자기에
비록 옛 3대 플로토스가 공존하는 영광의 시기가 아닐지라도 끝까지 살아남으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 ...




이로서 3대 프로토스에 단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비록 강민 선수에겐 나름대로 아쉬운것이 많지만
언젠가는 제 나름대로 그들 모두를 정리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었기에 속이 후련합니다

비록 이글에서 이야기되지는 않았지만 전태규 선수도 그 당시를 빛낸 선수였고
역사에 묻혀진 임성춘의 계보를 이어가는 지극히 안정적인 운영으로 최종후반까지 경기를 끌고가는 방법론으로
프로토스 최상의 유닛조합에 대한 아니, 프로토스의 근본적인 강함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던 그의 플레이도 잊을 순 없습니다


비록 그들의 시기는 지나갔지만, 그들 개개인은 추억속에 머물러야 할 때는 아닙니다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이 새로운 시대에 자신이 서있을 확고한 자리를 잡아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