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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이병민, 소리없이 시작된 그 남자의 야망


'수없이 많은 테란의 강자들 중에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실력에 비해 가장 저평가 받았던 게이머'라는 질문의 답은 확고하다




굿프렌드, "이병민"

슈퍼루키로서 두각을 나타났었을때는  골든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임팩트는 약했고


희한하게도 양대 메이져에서 승승장구 했을때조차
강민의 할루레이션 리콜의 희생자, 최연성의 레이스 관광,박성준의 대박 역전결승전의 상대테란으로서 기억되는 바람에

그 뛰어난 실력과 성적에 반비례하는 관심으로 인해 '완불뱅'으로 불렸으며

현재는 무관심의 관심이라는 역전환으로 들쿠달스 폰 엠프즈넥틈 백작이란 장난기 어린 대세를 이루고 있는 재밌는 인물


사실 이는 그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테란으로 정한 이상 짊어져야 할 숙명이었다

동시대에 스타의 판도를 좌지우지 하는 이윤열과 최연성, 초 에이급 만능 플레이어인 서지훈, 테란역사의 거목인 임요환이 공존하고
그외의 저력있는 중견 올드게이머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수많은 슈퍼루키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출몰하는 테란진영안에서

임팩트 없는 게임과,부커진조차 외면하는 부족한 시나리오성,뚜렷한 라이벌구도가 없는 무난한 과거,뛰어나지 않은 말발
적극이지 않은 성격, 모자르진 않지만 개성이 부족한 외모를 가진 그가 주목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왠지 이런 상황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가 야망이 없는것은 아니겠지만, 어딘지 '용병'틱한 자신의 이미지와 게임스타일을 잘 인지하지하고 있으며
이 바닥에서 프로페셔녈한 용병으로서 나름의 입지를 굳히려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규모 정도의 병력의 기동력이 돋보이는 운용으로 적절한 공수를 해내며 물량을 모아 승기를 적절하게 굳히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잘 매치되는듯 한다, 게임의 스타일은 사고방식의 스타일이기도 하니까
실력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그가 이윤열을 위해 존재하는 팬택에서
강력한 테란카드의 부재를 지적받았던 KTF로 미련없이 이적한 그의 선택은
KTF와 이병민 본인에게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줄것으로 예상되는 굿샷이었다

팬택에서 그러했듯이 이왕이면 단기계약을 맺어 그의 실력을 보여준뒤
이곳저곳을 재 그를 상품으로서 파는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이건 대기업 스폰서가 적고 미래가 불투명한 이스포츠 시장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여진다


필자가 보기에 그는 어떤 팀소속으로 어떤 상대로 어떤 맵에서 경기를 하던
동료와 감독, 그리고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보여 줄 수 있는 만능 카드다


최연성,이윤열,서지훈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승률과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방송경기에서도 이미 검증받았으며 팬택에서의 활약으로 팀내 기여역시 인정받은
경기 스타일이 맵이나 상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병력 중심의 무난한 운영을 하는 적절한 테란,

비록 한시대의 아이콘이나 팀의 심볼로선 부족할지 모르지만 안정적이고 강력한 카드인 그가 지나친 주목을 받지 않아서
어떤 상황에서든 부담없이 사용될수 있다는 '용병'으로서의 가치는 '최고'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그가 보여주는 수준높은 경기력과 명경기를 양산하는 적절한 GG타이밍은 비록 그 자신에게 명성과 인기를 가져다 줄지는 알수 없지만
리그의 경기 그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과 대회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그는 사랑받을 선수다

스타일의 개성측면에서도 근래에는 테테전을 제외하곤 좀더 선방어적인 경향이 보이지만
중규모 병력의 스피디하고 끊임없는 기동운용을 통한 적절한 공수로 초중후반에 이르기까지 틈이 없이 물흐르는듯한 운영의 묘는
테테전에서의 강력함과 더불어 테란의 계보에서 누구의 아류도 아닌 그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고
비록 TV로 방영되는 옵저빙을 통한 모습이 매우 적절+무난한게 탈이지만 테란유저 스타일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심도있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사실 그의 스타일은 그가 아마추어시절 저그고수였다는걸 증명하듯 저그의 운영문법과 통하는 면이 있고
박태민선수가 그러했듯이  불가사의한 역전승과 무난하게 진행하여 압도적인 세를 이루어 승리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만 한다면
비록 운영과 게이머는 주목받기 어려운 전통에도 불구하고 테란의 운영의 마술사로서 인정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의 데뷔 시기인 듀얼에서의 경기때 많은 역전승을 이뤄냈음에도
단순히 운이 좋았다든가 상대가 방심했다는 평가를 받은것이 그의 운영력을 반증하는 증거가 아닐까)






익산의 아마추어 시절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연성과의 관계는
뚜렷한 시나리오가 없는 그지만 필자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대립 구도를 보여준다
일화에 의하면 둘은 아마추어 시절 익산의 양대물량이었고 이병민은 이인자의 위치였다고 한다

이것은 둘이 슈퍼루키라 불리며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뒤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는데

최연성은 동양에서 SKT1으로 이어진 최고의 팀에서 커리어와 경험면에서 누구와도 비교할수 없는 임요환에게 제왕 교육을 받으며
프로게이머계예 충격적으로 등장했고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적 인터뷰로 항상, 팬들과 상대선수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늘 자신의 곁에서 언론과 팬의 관심이 떠나지 않게 하고 있는 반면

이병민은 마땅한 배경이나 스승없이 이팀저팀 떠돌며 팬이나 언론의 집중조명없이 자신의 실력만을 무기삼아 이 바닥에서 버텨왔다

영화 친구의 두 주인공이 생각나는 이둘의 관계,


결국 프로게이머계에 데뷔했을 떄조차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최연성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그가 프로며 승부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상 호승심이 불타지 않을리는 없다

그래서일까 레이쓰 관광이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음에도 주늑드는 모습없이
당대최강이라 불리는 최연성과의 전적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과연 누가 먼저 '하와이'로 가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연성의 이윤열만 인정하고 있다는 오만한 발언은 얼마뒤 철회해야 할것이다
  

항상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겐 결코 꺽지 못할 저력이 자연스레 몸에 배게 마련이다


무관심과 압도적인 경쟁상대들 속에서 결국 SKT1의 유일무이한 라이벌이라고 할수 있는 KTF에 입단할 정도로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병민
어쩌면 그가 KTF로 이적한 것은, 팬택에서 팀동료이기 이전에 그를 빛내기위한 '시다바리'에 불과했기에 직접 맞딱뜨릴 수 없었던 이윤열과
무엇보다 항상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최연성에게 피할수 없는 경쟁상대로서 도전장을 내밀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고한 테란의 군주들이 시즈탱크와 터렛과 마인밭으로 보호하는 천년제국의 성벽위로
은밀하고 신속하게 강습작전을 감행하는 드랍쉽처럼 소리없이 시작된 들쿠다스 백작의 야망에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