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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김택용의 강함

 
+경기에 대한 생각을 스타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편하게 주고받고 싶어 쓴 것이라 구어체와 비속어 투의 글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토스 같지 않은 토스
플토처럼 전략 걸고 저그처럼 확장하며 테란처럼 압살하는지라 올드빠의 외면을 받는 중이긴 하지만
어차피 그건 강자가 걸어야 할 길이니 동정조차 불필요하다.



택용이의 최상워권 수준의 EAPM(순수손속도)과 멀티테스킹이나 특유의 빠르게 늘어나는 시간대비 물량가속도는 어느정도 알려져 있지만
김택용만 어째서 툭 치면 상대가 픽하고 쓰러져 버리느냐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으론 부족하지.
(물량토스는 아주 많아, 꼬라박는 토스도 많지.)


3.3 대혁명 때 사람들이 김택용의 경기를 보고 깜짝 놀랐을 만큼 김택용은 성장이 빠른 선수야.
정신과 시간의 방이 푸켓에 있냐는게 아닌 우스개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내 기억엔 강민과의 4강전 때부터 이미 물량만 볼만하던 택용이 스타일의 발전이 드러났어.


그때 이승원 해설이 오히려 더 김택용이 강민스럽다고 말한 그 강민스럽다는
테크니컬 한 경기운영을 한다는 뜻이었고 더 파고들어가 보면 상대의 움직임을 자신의 의도대로 제한시키고 허점을 찌를 줄 안다는 얘기였지




언젠가 연우씨가 잘 설명해줬던 적이 있는데 '시선유인 후 우회타격'이 택용이의 밥줄이야
다만 내가 동의하지 않는것은 그건 최근에 들어서 깨달은 몇몇 유저들의 절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테크니컬한 선수들은 그런 기술적인 방식을 자주 써먹었다는 사실이지
(ex- 약해 보이는 투게이트 병력으로 쓰리게이트를 유도해 막아내고 다템이나 리버를 써먹는것 등)


*시선유인 후 우회타격은 뮤탈로 시선 돌리고 럴커로 타격하거나 커세어로 휘두르고 다크로 찌르기
뮤탈로 포톤 분산시키고 히드라로 밀기, 병력으로 압박한 다음 다크드랍, 언덕탱크 이후 벌처 찌르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손자병법에선 정병(正兵)과 기병(奇兵)으로 현대 군사학에선 주공(PrimeAttack) 조공(SubAttack)으로 표현하고 있고
우리가 전략적이라 부르는 모든 페이크 기반 테크닉은 사실상 다 이에 속한다고 보면 됨
토스진영에선 한창 잘나갈 때 김동수의 경기나 몽상가 시절 강민의 경기를 보면 이런 식의 게임진행에 대해 이해가 빠를 듯.



김택용이 진짜 무서운 건 그런 시선 유인 후 우회타격 뒤에 들어가는 물량의 속도가 엄청나다는 거지.
기민한 스텝과 훅으로 상대를 비틀거리게 만든 순간 연속적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하드펀치가 김택용식 압살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어
곰티비 1차 강민과 마재윤의 모든 경기들, 아니 그 이후로 계속된 김택용이 승리하는 경기 대부분은  이 공식을 따르고 있지.



이전의 토스 중에서 하드펀쳐는 적이 약하고 자신이 강한 순간을 만들어 내는 기민한 스텝이 부족했고
테크니컬 한 토스들은 정작 승기를 굳힐 수 있는 물량을 모으기까지 딜레이가 오래 걸렸어.
(대표적인 게 한팀에서 숙식하는 유명한 두 올드 플토들)



이 두 양극단의 연결고리를 소화해낼 수 있는 김택용의 특별한 재능이 그를 이전의 토스와 구별하는 지점이야.
최상위권의 EAPM(240)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멀티테스킹 도중 빠르게 차오르는 물량.  

그중 가장 주목할만한건 유리하거나 불리할 때 한순간 폭발하는 물량의 순발력이지
비결은 결국 일꾼 수 조절에 있겠지만 기존토스처럼 처음부터 가난하게 쥐어짜거나 부유하게 프로브 계속 찍어서 후에 뽑아내는것이 아닌
필요한 순간에 일꾼생산을 멈추면서 물량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게 압도적 압살과 불가사의한 역전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압살모드의 경우는 앞에서 설명헀고, 플플전에서 특히 자주 보이는 불리한 순간 터져나오는 물량으로 좋은 지형에서 병력을 막아내며 갉아먹거나
유리해서 안심하고 째는 상대에게 불가사의한 물량의 힘으로 한순간 밀어버리거나 타격주기(vs 오영종,이제동,도재욱,송병구)
과거 몽상가 시절의 강민이 2게잇으로 3게잇를 막거나 앞마당 먹으면서 앞마당 안먹은 토스를 밀어붙인게 이 방식이었는데,
김택용은 이런 빌드 운용을 병력 운영의 영역으로 심화시켜서 어느 종족전에서든 한층 더 강력하고 자연스럽게 소화 해내고 있다고 여겨져.
순간적인 물량폭발로 적을 압도한뒤 숨고르며 프로브와 멀티를 충원하는것으로 보이고, 후에 기동성 있는 물량 운영의 본보기가 될것같다.





대충 윤곽을 그려보자면 김택용은 힘과 속도 그리고 테크닉이 겸비된 최초의 토스라 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토스의 모델에 가장 근접하지 않나 싶다.


과거에는 이런 타입의 토스가 강민과 박정석이 함께 있던 팀에서 나오리라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론 변변찮은 신예토스 하나 키워내지 못해서 좀 실망스러웠고
오히려 같은 팀 박지호의 스타일이 이런 두 방식의 접점에 대한 힌트가 되지 않았나 싶어.



물량을 뽑아내는 방식이나 게임하는 스타일은 박지호와 김택용과는 많이 다른데
예를 들자면 박지호의 테란전은 숨고른뒤 200최적화 후 꼬라박고 빠른 발업질럿의 충원으로 미는 방식이고(vs 최연성 in 네오포르테)
저그전 같은 경우엔 커세어로 저그에게 히드라를 강제하고 포톤 잘 안 박고 발업질럿으로 휘두르며 확장하는 스타일이었어
택용이는 오히려 저그전에선 드라군이나 하이테크 유닛을 통한 압살을 선호하고
물량도 시간 준뒤 200최적화가 아닌 160~180대까지 빠르게 물량이 차오르는 스타일이야.
그럼에도 주도권을 쥐고 속도감 있게 휘두르는 김택용의 경기들을 보면 박지호의 잔영이 언뜻언뜻 묻어나지.




김택용이 잘하는 점이나 장점을 더 들어보자면
죽지 않는 프로브부터 시작하는 정찰력, 불리한 상황을 상대의 약점을 찔러 타개해나가는 센스도 있고
맵 전체와 게임 흐름의 끝을 읽는 눈이 탁월하면서도 국지적인 전투나 견제 시에 순간적인 화면전환과 집중력이 좋아
버릴 전투는 버리고 이길 전투는 이기기에 물량우위,조합우위,지형우위 확인하고 진형 짠 다음 대범한 어택땅 후 자기 볼일 다보는 경우도 많지.
이런 야전사령관 타입의  운영력을 바탕으로 단선적이거나 2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상대방의 우위를 역전하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고 있어.
다판제에서 반드시 필요한 담력과 빌드 및 판을 짜오는 역량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강할 거라고 예상되는 게 가장 감탄스러운 부분.



현재의 과제는 테란전에서의 초반 안정감.
그리고 더블넥-커세어-하이테크 견제 운영에서 저그가 제4해처리를 타지역에 빠르게 피면서
히드라로 포톤을 강제만 하는 방식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고 있지 못하다는 것 정도라 할 수 있겠네
예전 프로리그 신백두에서도 히통령에게 히드라로 압박 당한 뒤 콤보로 들어간 본진 드랍 히드라에 끝났던 경기를 생각해보면
역대최강의 저그전 강자로 남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
내 생각에는 계속해서 놓쳤던 본진 쪽으로 미리 올라오는 오버로드를 반드시 커트하고
외줄을 타더라도 히드라 올인이 아니라 생각되면 과감히 빠르게 발업질럿을 모아서 다크와 함께 막아야 하지 않나 싶다.
보는 입장에서야 재밌다만 완전 기본기 자존심 싸움인 플플전에서 최대한의 집중력으로 부딪혀오는 상대들도 결코 쉽진 않아 보여





택용이는 어찌 보면 이단스럽고 이전 토스들의 기술을 이것저것 취하면서도 기존 토스의 암울한 로망은 그닥 없지만
경기에서 상대를 제압해 나가는 방식이 스피드하고 역동적이야. 경기력 그 자체의 발전이 기대되는 선수지
이젠 마재윤이나 최연성이 등장했을 때의 압박과 공포를 타종족 유저들도 느껴야 하지 않겠어? 난 오랫동안 이런 강한 토스를 기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