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한 음악관계자가 임재범 앨범엔 보컬 기술적으로 완벽한 노래만 있다고 불평한 때가 있었다.
기술이란게 혁신을 늘 하는 만큼, 지금 과거의 임재범의 노래를 듣는다면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전성기가 한참 지난 2011.5.1 나 가수 무대에서의 임재범은 더이상 우리시대 한국의 기준에 비추어 보컬 테크닉의 완벽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준수하지도, 무난하지도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전성기 등의 기준에 비추어도 기술적 퇴보며 음정조차 심하게 못맞추는 형편없는 테크닉이라 부를 수 있다.
이미 임재범은 라이브의 경우엔 2000년 이후 TV 프로그램을 봐도 음정을 틀리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곤 했었으며
한국에서 보컬트레이닝과 트레이너가 정착되기 이전에 락커 생활을 했으므로 학원에서 정규 훈련으로 익힌 기술도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기술에 있어서 완벽한 정교함을 추구하고 또 요구하는 것은, 그 기술을 정교하고 완벽하게 할 수록 어떤 효과-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요구하고 추구하는 것이다.
A라는 기술이 Z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되었는데 Z라는 목적의 달성을 5%정도만 추구할 수 있다면, A라는 기술 재현을 100%로 완벽하게 추구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그러므로 기술은 항상 수단으로서 그 목적에 종속되고 목적의 달성가능성에 따라 후에 고려된다.
대중가수-대중보컬리스트의 목적은 대중-청자에게 자신의 노래를 가치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예능이란 말로 에둘러 넘어가지만 진정성으로 장사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투기장형 노래 대회에서의 목적은 방청객 평가단들에게 최대한 많은 표를 받는 것일 것이다.
기술은 후자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요구되며 후자의 목적은 다시 전자에 귀속된다.
그리고 임재범은 자신의 목적을 출연가수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해 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음악을 기술적으로 익히거나 배운 사람들이 기술적인 수단으로서 임재범의 보컬기술의 미숙함을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하면 어째서 현존하는 그리고 표준화된 보컬 기술에서 졸렬함을 보여준 임재범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는가?
이 경우엔 세가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현존하는 보컬기술이란 수단의 목적 달성율은 충분히 높지 않다.
2)임재범은 존재 자체가 예외다.
3)집단 오류 혹은 대중의 음악적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
난 1)을 지지한다. 한국은 어느 분야든 표준화된 기술에 대한 정교한 테크닉을 중시하는데 이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평가하는 사람이 그 표준화한 테크닉의 달성정도에 비추어 가르치고 또 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레벨에선 중고딩들이 노래방에서 옥타브가 높이 올라가는 수준으로 노래 실력을 평가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나는 서두에 밝힌 그 관계자의 말을 임재범은 정교한 재현 기술로 한정되어선 안되는 보컬이란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내 생각은 물론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임재범이 따낸 메치기 한판에 대해서 답을 고민하는 것은 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일견 소모적 논쟁의 양상을 뛴다 하여도 그렇다.
과거 아마추어 음악가 겸 평론가 비틀범은 (한국에 난다하는 보컬이 많지만) 누가 임재범을 제외하고 최고를 논하냐나고 말했다.
그렇다. 누가 최고의 가수인진 모르지만 우리는 어째서 노래에 대한 한국식 식견을 흔드는 임재범을 빼놓고 그동안 최고를 논해왔단 말인가?
왕의 귀환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