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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임성춘, 김동수 [잊혀진 왕과 사라진 선지자]

안녕하세요 오랜 잠수중에 수면에 얼굴을 비친 주다스페인입니다
올드게이머에겐 추억을 뉴페이스에겐 역사를 엿보는 즐거움을 주기위해 쓴 글은 아니고...
처음엔 누군가에 대한 단상을 적다 부피가 너무 커져 버려 독립된 파트로 올리게 된 글입니다;;;

늘 그렇듯이 글이 깁니다, 마음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꿈같은 여름날 되시길 바랍니다




주다스페인의 프로토스 게이머 열전 part 2




임성춘, 김동수 [잊혀진 왕과 사라진 선지자]




스타가 본격적으로 이스포츠로서의 외관을 띄기 시작한 게임큐를 기점으로 삼는다면
프로토스 계보의 원점에서 일정한 수준을 넘어 거대한 족적을 남긴 프로토스로는 임성춘과 김동수를 들수 있다



<잊혀진 왕>



임성춘은 [IntoTheRain]이라는 시적인 아이디를 지닌 전설적인 프로토스 게이머로서 1.07시대 말기에
극도로 꼼꼼하고 섬세한 콘트롤과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터져나오는 한방러쉬로 당대최강에 오른 프로토스이며

유닛 하나하나의 섬세한 콘트롤을 바탕으로한 극강의 플플전마스터,
PvsT의 상성이 살아있던 시절 압도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보여주던 쉬운 테란전
그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전율의 한방러쉬가 돋보였던 대 저그 스페셜리스트등
플,테,저 모두 뚜렷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그의 경기 문법은 플토유닛은 하나하나가 비싸므로 아껴야하며, 모을수만 있다면 플토는 질수없다는 믿음에 근거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유닛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아끼며 모으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정보를 주지않고 자신은 상대방을 관찰하는 운영으로 상대방을 초조하게 만들어 먼저 움직이게 해
약간 빠른 테크와 약간 빠른 병력 생산 약간 빠른 방어준비로 자원을 조금씩 소모한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하며 얻은 이득을 바탕으로
한발 앞선 물량, 한발 앞선 업그레이드와 완벽하게 조합된 질+드+아콘/다크아콘+템플러의 한방병력 운용으로 후반에 승부를 보는
전형적인 플토고수의 원형을 창조, 01년~02년까지 아마고수사이에서 유행시켰다

실제 임성춘이 활동할 당시만 해도 존재했던 200vs200싸움은 플토가 최강이라는 공식은
그가 보여주는 플레이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저그전은 그의 스타일 가장 잘 드러나는 경기였는데, 온갖 악랄한 견제를 방어해내면서 삼룡이 멀티가 떨어질때쯤
치고 나가는 한방러쉬에 올멀티를 먹은 저그가 그대로 쓰러져 나가는 장관을 연출했다
전투만 붙으면 완벽하게 조율되는 병력의 움직임에 더해 전 화면을 뒤덮는 '천지스톰'으로 저그의 병력은 줄어가는데
플토의 병력은 점차늘어나 무한 저그의 자원대비 병력회전력으로도 감당이 안됐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로망이 플토로 대표되기 시작한건 바로 이것때문이라 과언이 아니였다    

테란전은 (1질럿1드라)옵드라->셔틀질럿->발업질럿->템플러->테란 병력붕괴->캐리어 공식을 완성시켰으며
이후에 플토가 메카닛을 잡는 기본틀이 되었다
실제 그는 전성기의 임요환을 게임큐 1차대회에서 가볍게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플토전은 마스터라는 표현이 적당한데 유닛하나하나의 섬세한 컨트롤과 아끼는 플레이는
구시대 플플전의 기본중의 기본이었던 만큼 이는 자연스레 승률과 압도적 경기내용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운명의 1.08 패치는 사이오닉 스톰의 의존도가 심한 그의 완성된 스타일에 균열을 일으켰고
결정적으로 더이상 저그전에서 한방러쉬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그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채
제 3차 챌린지리그 서지훈과의 결승을 마지막으로 은퇴해 서서히 잊혀지게 되었다



[徒弟]
알려진 제자는 김성제[InToTheRainbow]이지만 아마에서 고수로 올라가는 단계에서 지도를 해줬을 뿐이며
게임에 대한 마인드는 극에 가까울만큼 다르다 다만 성장기에 임성춘에게 확실히 교육받은
섬세하고 꼼꼼한 컨트롤은 그 자신의 견제와 카운터로 대표되는 아웃복서식 스타일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그 사파적이고 테크니컬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플플전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이유인듯하다  
임성춘은 그때나 지금이나 김성제에게 가르쳐준것이 얼마 없다며 겸손해 하지만 김성제 본인은 임성춘을 상당히 존경했다고 한다

제자로 받아들였을 당시, 김성제를 평범한 재능의 소유자라 생각했으나 연습으로 보여주는 근성과 성장만큼은 임성춘을 놀라게 했고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후에 김성제는 한길만 죽 파고들어서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서게 되는데
달인의 경지에 오르는데 필요한것은 재능보다는 집념과 끈기라는것을
비온뒤의 무지개를 보는듯한 현재의 다채롭게 연마된 테크닉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繼承者]
스타일상의 계승자는 전태규[Zeous]로 그는 임성춘 특유의 유닛을 하나하나 아끼는 섬세한 컨트롤은 갖지 못했지만
더 완벽한 수비능력 + 시대에 발맞춘 뛰어난 확장력을 바탕으로 1.08시대에 적응한 한방러쉬의 문법을 부활시켰다(주1*)
3대 프로토스가 공존하던 영광의 시기가 (하필이면)전태규의 전성기였는데
평범하고 무난하고 일반적인 플레이로 쌓아올린 온게임넷에서의 대 테란 대 저그의 막강한 승률은 경이적이었다
초반부터 시작되는 섬세한 컨트롤이 돋보이진 않았지만 한방병력의 스케일있는 운용에 있어서만큼은 임성춘을 능가했고  
한방병력을 이루기위한 게임내의 안배와 진행은 임성춘의 방법론보다 진보된 것이었다
"이윤열도 테란일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당대최강이였던 최연성을 정면에서 무너뜨렸으며
3대 토스가 어쩄든 대 저그전은 사실상 전태규가 최강이다라는 것이 식자들의 평이었다

전태규는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프로토스가 안전하게 후반을 가져간다면 결코 저그와 테란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
3대 토스가 빛나던 모습떄문에 오히려 사람들에겐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것만 같았던 프로토스의 현실적인 강함을
전태규는 평범의 역설속에서 증명했고 그를 4대토스의 한자리에 없어서 안될 인물로 만들었다



그러나 플플전이 재미없고 싫어서 연습을 안했다는 나태함과 구시대 PvsP의 핵심이었던(지금도 중요한)
유닛 하나하나의 섬세한 컨트롤 및 관리, 소규모 교전에서의 전투력부족은  플플전 최약체라는 아킬레스건과 함께
그를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했고 자기관리의 소흘과 게임외적인것에 치중한 모습은 그를 시간이 지나자
4대 토스중의 하나라는 영광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를 밀어내 그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천성적인 비노력파에다가 자기자신이 가장 잘 할수 있는것만 하고서도 4대토스로서 이름을 떨친것을 보면
재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단한 플레이어였다

평하자면 역사에 묻혀진 임성춘의 계보를 이어가는 지극히 안정적인 운영으로 최종후반까지 경기를 끌고가는 방법론을 통해
보여준 플레이는 프로토스 최상의 유닛조합에 대한 아니, 프로토스의 근본적인 강함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재확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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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임성춘 해설이 보여주는 실없는 개그이미지만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믿을 수 없겠지만(청춘횽...)
1.07시대가 조금만 더 길었다면 프로토스의 제왕으로서 군림했을거라 믿고 싶을만큼 임성춘이 보여준
카리스마와 실력(그리고 사나이답게 잘생긴 외모)가 주는 무게감은 대단했다 '왕'의 품격이 느껴지는 프로토스랄까
그의 플레이에는 사람을 의지와 용기로 고양시키는 그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사라진 선지자>


OSL 2001 스카이배
프로토스가 고귀하게 싸울 수 있던 시절은 1.08과 함께 사라졌던,
스타의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꾼 임요환이 테란의 신들린듯한 환상처럼 활약하던,
바로 그 시대는 온갖 전략과 기묘한 타이밍과 알수없는 속임수 그리고 약삭빠른 콘트롤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과거의 프로토스 우승자인 김동수[Garimto]가 I-tv해설자로서의 오랜 침묵후 돌아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김동수는 본래 전형적인 러셔(Rush+er-돌격형)로서 하드코어 질럿러쉬를 바탕으로한 플토로는 보기드문 저그킬러였고
그가 00년 프리첼배에서 봉준구(저그중심의 랜덤)를 꺽고 우승할때 역시 당시를 지배한 종족인 저그들을 때려눕힌 결과였다
그때는 스타 게임이론이 정립이 안되었던때라 아주 큰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그는 한 인터뷰에서 테란전에서 질럿을 10기 뽑아가며 러쉬한 다음
그후 드라군은 한부대 유지하고 질템 쓴다고(드라군이 정말 싫었다고 한다) 밝힐 정도였으니까}
이 당시 김동수가 쓴 하드코어에 관한 글을 보면 그의 게임감각과 이론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가 창안한 하드코어 질럿러쉬는 시대가 그렇게 흐르고 저그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때에도
얼마전까지 대 저그전의 정석이자 플토의 자존심같은 전략이였고 지금도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어쩄든 이때까지의 그는 어디까지나 단순한 러셔였고 러쉬의 개념을 벗어난 전략적 플레이엔 전혀 무관심했다
(드라군리버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내 전공이 아니니 묻지 말아달라고 당당히 밝힌 뚝심의 농사꾼 토스)



그의 오랜 침묵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우승이후 뚜렷한 게이머활동이나 경력이 없었던것은 분명하다
다만 Itv해설자의 경험은 그에게 수많은 경기를 해설자의 입장에서 관전케 했으며 게임에 대한 시야가 넓고 깊어진 계기가 된다
이때 그는 스타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이머인 임요환의 등장을 그 두눈으로 누구보다 가까이 목격하게 되었는데
처음에 그 역시 임요환의 야비한 플레이에 대해서 반감이 있었던듯 송병석과 아이들 사건의 주역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주2*)


그러나 임요환은 무시할수는 있어도 피해갈수는 없는 존재였고 그가 스타계에 일으킨 바람은 가히 혁명, 그 자체였다
게임을 보는 시각은 전혀 달라지고 있었다 단순히 많은 병력을 모아서 중앙에서 잘싸운다 라는 것만으론 이길수 없었다
그는 아주 철저하고 현실적으로 게임내의 전략적 요소에 접근해 타이밍,전략,컨트롤을 무기로 차가운 냉소처럼 허점투성이의 적들을 쓰려뜨렸는데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전쟁이고 프로들의 싸움이었다 이전의 게임관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순진하고도 순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은 아직 임요환의 문제제기에 저항하고 있었고,
우직하기로 소문난 프로토스 유저들은 그것을 특히나 비겁하다고 느끼는 면이 많았다
"전략적 플레이? 물론 중요하지 나도 전략적인 게이머라고! 근데 꼭 그렇게 비겁하게 해야해?"


그러나 김동수는 달랐다 본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실리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게임해설을 하면서 느낀 게임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는 임요환의 문제제기, 시대의 변화, 프로토스의 적응이라는
이 난제들에 대해 그는 순수한 의미로 경탄하고 임요환을 경외하고 그리고 고민하게 했던듯 하다


돌연 복귀를 선언하고 스카이배에 돌아온 김동수의 모습은 과거 우직한 농사꾼을 연상시켰던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김정민과의 16강에서 몰래다크후 질럿 아콘 어택땅, 김대건 사일런트 볼텍스전에서의 적본진 앞마당 대놓고 리버
그건 우직한 프로토스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임요환의 마인드로 플레이하는 프로토스처럼 보였다
그러나 4강에서 홍진호를 꺽을때 그의 하드코어는 여전히 강력했고
결승에서 임요환의 전략적인 플레이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뚝심과 파워가 돋보이는 플레이로 조이기를 뚫어내며 황제를 무릎 꿇렸다


그가 우승했을때 남성관람객들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주먹을 불끈쥐고 손을 내저으며 연창한 '김동수!' '김동수!'
라는 외침은 남자의 종족, 가을의 전설의 시작이었며 스타가 단순한 언테터이너먼트나 게임쇼가 아닌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순간이었다



김동수는 딱히 물량이 대단한건 아니었으나 뚝심과 힘이 있는 플레이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었고
그에더해 임요환의 전략성과 심리전을 벤치마킹해 플토로는 아기자기한 운영을 처음으로 보여줄 정도로 지능적인 게이머였다
사자의 힘과 여우의 교활함을 갖춘 야전사령관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타입이라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의 은퇴는 너무나도 빨랐는데 그 이유를 짚어보자면

첫째, 이윤열의 등장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이 또 한번 무너졌고

둘째, 그의 전략적 플레이는 대담한 배짱과 치밀한 계산이 돋보이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상황에 의존한  방편(필살기)의 수준에 머물러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플토에 체화된 대안적인 운영을 완성하지는 못했고
      게이머 후반기엔 전략적인 유저가 쉽게 빠지는 함정인 쉽게 이기려드는 우를 범했고 그래서 쉽게 졌다

셋째, 그는 머리도 좋고 하고 싶은것도 많아서 단지 게이머로서 자신의 인생을 한정짓지 않았다
      결국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날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넷째, 박정석을 발견했다.




스타 제 2의 물결(주4*)에서 가장 영악하게 적응한 그였지만 어쩌면 그는 당시 프로토스가 끌어안고 고민하고 해결해야헀던
업을 가장 치열하게 안고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누군가가 반드시 해결해야만하는 문제였으며 그 이상의 적격자는 없었다
그는 결국 생각하는 최초의 프로토스가 되었다

골수 플토유저라면 탐탁치 않았을 그의 수많았던 외도와 변칙에도 불구하고
그는 근본적으로 러셔였고 프로토스의 매력을 거칠것없는 힘과 꺾이지 않는 근성에서 느꼈던 사내였다


그 결정적인 증거로 가장 이단적인 프로토스였던 김동수가 남긴 최대의 걸작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프로토스다운 고전적인 미학에 충실한 그러나 새시대의 요구를 모두 만족 시킨 히어로, 영웅의 탄생이었다









[後繼者]

그의 실질적인 후계자이자 2002 스카이배의 우승자이며 자신의 뒤를 이어 황제의 귀환을 저지시킨 장본인인
박정석[Reach]은 본래 명문 온리플토 팀플길드 출신의 유저로서(주5*) 2001년도의 그는 출신답게
비교불가의 물량과 탄탄하게 다져진 질럿,드라군 컨트롤 그리고 그외에 아무것도 없는 아주 심플한 게이머였다
질럿과 드라군이 통하는 시점을 지나면 다른 유닛의 콘트롤과 운용은 아주 졸렬했고
운영의 묘나 전략적 이해 또는 타이밍과는 담쌓은 모습이었다


이 솔직하고 담백한 너무나 장단점이 뚜렷한 순수한 부산 소년을 보면서 김동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가 느낀 환희를 똑똑히 느낄수 있다, 그건 보석세공사 장인이 다듬어지지 않은 순도높은 원석을 발견했을때의 느낌이리라




'박정석에겐 자원을 그대로 병력으로 순환시킬 신의 왼손이 있고 소모적 전투에서 이득을 챙길 컨트롤의 자질이 있으며
이둘을 결합해 지속적인 소모적인 전투를 끊임없이 감당할수 있는 플토 최고의 손빠르기가 있다'


그가 한빛팀의 후배인 2001년도 박정석에게 최강의 프로토스라는 말을 한것은 정치적인 의도를 떠나
그의 진심과 바램과 목표가 담겨진 말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곧바로 그의 가장 원초적인 게임마인드였던 러쉬,
하드코어의 문법을 전 종족을 상대로 모든 유닛을 사용해 모든 타이밍대에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해낸 것처럼 보인다

초반부터 압박을 시작해 무리인듯한, 불리한듯한 소규모 전투에서 뛰어난 콘트롤을 바탕으로 살아남고
그것에 적절한 조합과 양을 갖춘 후속병력이 합세하고 또다시 상대방의 병력과 전투를 벌이고 또다시 합세,
최대한 안정적으로 멀티를 가져가면서도 자원에 비례해 가장 효율적인 게이트 숫자와 병력생산의 순환율을 통해
자신의 타이밍을 언제고 만들어내 주도권을 놓치않으며 상대의 대응유닛을 통해 정보를 획득해 상대의 전략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소모전을 통해 상대적인 물량의 차를 벌리고 결국 그 모두에서 앞서는 상태를 만들어 내는것

이것이 김동수의 원형에 더해 박정석이 실전을 통해 체득해낸 그만의 문법이다



"진정으로 완벽한것은 잔재주를 필요치 않는다 타이밍은 언제든 만들수 있으며 상대의 전략은 압박을 통해 파악분쇄하고
속임수는 물량으로 제압한다"

남자다움, 솔직함, 왕도(王道)의 전투였고 가장 프로토스다운, 영웅이 살아가는 법이었다





비쥬얼까지 완벽한... 어쩌면 이 대목에서 그는 좌절했을지도 모르겠다
박정석은 곧 수많은 프로토스 유저의 우상이 되었으며 고난의 시기였던 2002년도 우승이후의 시간들에서
그 외로운 고군분투로서 그리고 3대 프로토스와 함께한 영광의 시간들에서 그들이 모두 떠나간 뒤에도 지켰던
메이져리그의 자리에서 우리는 영웅의 등짝을 보며 위안을 얻었고 그는 단순한 플토 최고수 이상의 의미로서 우리에게 자리하고 있다


꺽이지 않는 의지, 프로토스의 혼, 영웅의 품격, 인간적인 저그전에서의 약점까지



영웅의 최대의 불행은 그가 천재와 그리고 신동과 전성기를 공유했다는 사실이며
이윤열은 최강의 창으로서 박정석의 투혼이 담긴 일격을 창으로 맞부딪히면서
더 빠르고 더 유연하게, 드랍쉽과 벌쳐로 빈틈을 찌를 정도의 천재였고
조용호는 영웅과 정면대결하는 우같은건 범하지 않고 현명하게 성큰,럴커,스포어로 수비와 확장만 거듭하고
그의 저그 동료들에게 최강의 프로토스를 잡는법을 빠르게 전파시켰다(주2*)



그 둘은 영웅의 최선의 모습이 항상 승리로 이어지는것은 아니라는걸 우리에게 일깨웠지만
우리는 영웅이란 우리를 지배하는자가 아니라 우리에게 등을 보여주는 자임을 그로서 알게 되었다







[後嗣]

김동수의 스타일상 뒤를 잇는 자는 아니지만 그 사명이나 역활(role)로서의 대안은 강민[Nal-ra]일 것이다
김동수의 직접적인 영향은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가림토가 실험을 시작할즈음 강민역시 무수한 객기를 부리고 있었다)
본인 역시 강민을 처음에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것으로 보아 초기에 교류가 있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다만 그가 게임내에서 추구하고 또 완성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문제의식은 그대로 강민이 현재 짊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두 사람은 항상 프로토스가 당면한 과제와 숙제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반응하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둘다 천적인 저그에게 대항하는 가장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았고 강민이 최근에 고생끝에 완성한건
근본적인 체계를 뒤엎는 수비형 프로토스였다 그러나 메이저의 복귀 시기가 맞물리지 않은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결승에서 저그를 만날 수 있었다면...


둘다 아기자기한 운영의 묘를 이해하고 있고,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추구한다
강민의 팬과 김동수의 팬 모두 부정할테지만 둘은 가장 비슷한 프로토스며
김동수가 하고자 했던건 바로 강민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것들이었다
플토에게 있어 모공(謨功)의 중요성과 잠재력에 대한 주목,그러나 둘이 이것을 바탕으로 나아간 길은 판이하게 달랐다

그 둘을 갈랐던건 한곳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천성
그리고 한명은 러셔로서 출발한데 비해 한명은 기본적으로 운영에 가장 큰 재능을 배분받았다는것 정도라 할수 있다


한명은 기름붓는 선지자(주6*)로서 한명은 무장한 예언자로서
이 둘은 종족의 미래를 그 자신이 보는 시야안으로 끌어당긴 인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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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는 사실 오로지 칭찬하는것도 비난하는것도 어려울만큼 다채로운 경력과 업적을 쌓은 인물이었다
그는 임요환을 비난했으면서도 결국 임요환을 경외하고 그의 스타일을 벤치마킹했으며 결국은 그를 이겼다
그러나 종국에는 가장 프로토스다운 프로토스를 완성시켰고,
그 자신의 방법론의 완성과 플토에 대한 애정을 접고 게이머 생활을 은퇴헀다
그리고 이제 다시 방위산업체 일을 마치고 게임계로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게임단과 게이머로서 돌아올 계획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영리한것 같은면서도 때로는 이해할수 없을만큼 무모한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오로지 그 자신의 눈에 비친 비전에 헌신하는 선지자 였으며
그렇게 충실했기에 한때 플토가 짊어져야 하는 모든 업을 안고 갈수 있었고 또 미련 없이 영웅을 남긴채 사라질수도 있었으리라











주1*
전태규는 임성춘과 방송무대 데뷔로 치면 거의 동시대에 등장한 게이머다,
그러나 그는 그때 거의 무명이었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소심&안전한 플레이외엔 특징이 없었지만
1.08시대 이후에도 살아남았고 그는 결국 만개해 임성춘이 풍미했던 당대의 프로토스 '스타일'을 계승적으로 보여주었다


주2*
불세출의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그전까지 마주서서 무식하게 스트레이트를 교환하던 당시의 복싱계에서
잽과 스텝을 무기로 복싱계를 평정하자 많은 사람들은 그를 비겁하고 야비한 겁쟁이(jap)라고 불렀다
그러나 알리의 등장 이후 복싱은 현대적인 의미의 가장 과학적인 타격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박서가 등장한 당대의 충격과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선 '야비한'이라는 외에 더이상의 표현이 없을 것이다


주3*
박정석은 보통 넥서스 길드 출신으로 알려지고 방송에서도 그렇게 언급되었으나
이준호 감독대행님께서 직접 본인에게 문의해 밝혀주신 것에 의하면
'335 길드 -> 미르 길드 -> 로데오 길드 -> 웁스 길드' 를 거쳤다고 한다
넥서스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박정석도 그곳 채널에서 많은 게임을 한게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킨 원인인듯


주4*
스타의 패러다임의 큰 변혁기를 뜻함
제 1의 물결은 고전시대 제2는 마이크로 메니지먼트의 시대 제3시대는 신고전주의 시대 제 4의 시대는 운영의 시대다


주5*
박정석의 전성기 대 저그 승률은 60%를 상회했고 병력 교전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저그는 그야말로 박살이 나야했다
상대방과 병력의 균형을 맞추는걸 중시했던 오뚜기 저그 성학승과의 전적은 당시 9:0이었다


주6*
다가올 메시아를 기다리며 광야에서 선전하고 기적을 일으키며 메시아의 등장후 그에게 세례를 주었던 세례 요한을 가리킨다




ps. 김동수와 임성춘은 각각 온게임넷과 엠비씨의 해설직 일을 맡았다(김동수는 현재 방산문제로 잠정적인 보류상태인 것으로 안다)
두명의 걸출한 프로토스가 은퇴후 각각 해설자로 그것도 OPL과 MPL로 영역이 갈리는것 역시 재밌는 우연이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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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9개월간의 글쓰기 금지 서약을 지키지 못해 후회가 남습니다...
한편으론 다시 글을 쓴다는것에 대해 기쁘기도 하지만, 필도, 노력도, 준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쓴 글을
과연 올려도 되는 것인가 하는 면에선 아직도 반성할점이 많고
망설이는건 항상 가장 나쁜 선택이며 결국 어느것이든 선택한 것에선 최선을 다하는것이 유일한 답인것 같습니다

임성춘, 김동수 두 사람은 그야말로 제 추억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고 사실 그들에 대한 평가는 미화와 윤색과 감상의 복잡한 얼룩이 져 있습니다 이점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나름대로 정확한 자료에 입각해 서술한 것이지만 오해와 편견과 자료의 부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