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희-박태민의 '백두대간 전투' 평가보고서
이번 2006 프로리그 전기 결승에서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게임으로
제 4경기 문준희 -박태민 백두대간 전을 들 수 있을것이다
뻔하리라 믿었던 경기는 뻔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으리라 단정했던 두 플레이어는 변화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사업논란과 함께 비난과 옹호를 같이 받았던 이 문제의 경기를 살펴보자
[경기양상]
(1)게임 초반 문준희는 북쪽 박태민은 남쪽에 각각 스타팅포인트가 배정된다
박태민은 프로토스가 불리한 맵이기에 도박적인 필살기 또는 더블넥을 의식해 구드론 발업을 타고
문준희는 예상외의 본진 쓰리게이트를 올린다
추가로 앞마당 멀티를 먹으려 헀던 박태민은 위협적인 쓰리게이트에 앞마당을 취소하고
본진에 해처리 추가 콜로니 두개를 변태하기 전으로 준비하며 돈을 소모
(2)다수의 질럿으로 밀어붙일 것이라 예상했던 문준희는 또한번 예상을 깨고
질럿 충원을 8기에서 중단하며 가스-사이버-포지-로보틱스-공1업-옵저버를 올리곤 드라군을 추가한다
박태민이 질럿위주의 늦은 테크를 예상하며 가난해진 상태에서 빠른 레어후 럴커를 뽑을것이라는걸 정확히 예측한 빌드였다
본진에 포톤 한기를 박아두며 기습적인 빠른 뮤탈과 럴커 그리고 저글링 난입에 대한 방지를 한것도 좋은 센스
(3)옵저버의 충원이 럴커가 본진 언덕에 당도한 정확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럴커를 사냥하기 위해 병력이 위로 올라가지만 흐물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박태민은 망설임 없이 병력을 후퇴, 보존시킨다
만약 여기서 럴커가 잡혔다면 문준희는 병력을 진출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살아남은 세기의 럴커와 저글링 병력은 그후의 경기 내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게된다)
박태민은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자마자 뮤탈을 올리며 5시에 확장을 시도한다
(4)언덕에서 저럴과 신경전을 벌이며 왔다가다 하는중 5시멀티를 옵저버로 확인한 문준희는
질럿 5기를 보내 파괴는 못시키지만 뮤탈을 확인하고 위쪽의 저럴 병력과 시선을 그쪽으로 쏠리게 하는데 성공한다
(5)한방이 먹히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드라군 11기 질럿 6기 투리버 셔틀까지 확보하고 나서 남하하기 시작한다
원게스에다 가난한 상태에서 럴커와 발업을 한 상태라 뮤탈은 6~8마리 사이였고 병력으로 막는것은 불가능했다
럴커 저글링은 5시 윗쪽입구에서 매복하며 대비하지만 문준희 본진을 치는판단을 선택
(6)병력의 움직임을 확인한 박태민은 곧바로 입구 쪽에 성크 세개와 뮤탈을 추가
본집난입을 시도하려던 문준희의 드라군 한기를 줄이며 후퇴하게 만든다
병력의 이동경로를 확인하자 본진으로 향하던 럴커 3기와 저글링을 황급히 5시로 돌리며 입구 수비를 강화
(7)승부가 갈린 지점은 5시 멀티를 칠때였다
아랫쪽 입구에서 농성하던 문준희는 대비된 입구에서 옵저버를 파괴당하고 리버한기를 콘트롤 미스로 잃고 방황..
불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였으나
박태민이 본진을 다시 칠거라 생각해 뮤탈을 본진으로 뺴며 움직임을 놓친 사이
5시 윗쪽 입구로 돌아가며 합류해 17마리로 늘어난 드라군으로 5시를 공략한다
성큰과 럴커 저글링은 질럿과 리버의 좋은 포지션탓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뮤탈은 한부대 가량 모였으나 정면승부는 불가능한 상태
박태민은 역시 드라군 부대에 한번 덤볐다가 무리라 판단하고 저글링과 함께 본진을 턴다
이 전투에서 성급한 움직임으로 드라군 2기와 질럿 둘을 잃는다
(8)공격과 동시에 멀티를 준비했던 문준희는 그대로 본진이 초토화...
드라군 6마리까지 끊어먹는다, 완벽한 결단이었다
(9)조급해진 문준희는 본진을 치러 가지만 입구에서 내려올때 병력의 움직임이 매우 나빴고
덕분에 두기밖에 안남은 질럿도 체력이 다닳고 드라군 4기의 폭사와 함께 많은 드라군이 상하게 된다
(잔여 병력 질럿2 드라군 11 리버1) 질럿과 드라군의 포지션도 좋지 않았고 병력은 분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박태민이 뮤탈 저글링 드론으로 급습, 리버를 터뜨리면서 드라군은 지상병력의 화력에 노출되었고
패배를 직감하며 입구로 후퇴, 뮤탈2기까지 충원되면서 전투는 압도적으로 끝나게 된다
완벽하게 장군을 맞았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박태민은 병력의 움직임과 과감한 결단 한번으로
뮤탈의 충원 없이도 병력의 열세를 완벽하게 뒤집고 승리헀다
한번의 손짓으로 조커를 뽑아드는 마술사같은 멋진 운영이었다
*비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사업의 경우-
삼게잇 늦은 가스로 테크를 올린다면 본진의 가스와 미네랄이 남기 시작하는건 투리버를 뽑은 다음부터다
그때부터 사업을 한다면 드라11기로 밀고 내려올 숫자가 부족하지 않고
5시 공방에선 드라군이 2~3기 가량 부족하다 해도 14~15기 사이가 되므로
그 정도 양의 사업드라라면 한부대가량의 뮤탈에게 밀리지 않는다
(5시 입구에서 농성할때 뮤탈은 한부대 이하였고 이후 다섯시가 밀릴때 추가되지 않은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되도 1~3기가 한계며
5시가 밀린 후 본진을 공격당할 때까지 추가된 뮤탈은 본진에서 놀던 한기에 전투가 결정된 시점에서 합류한 2기뿐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투리버 이후에 사업을 누를 계획을 하는게 좋다
러쉬로 본진이나 멀티를 칠때까지 1~2분이 소요되므로 그때까진 사업이 완성된다
그러나 처음엔 드래군에 투자하는게 정면으로 뚫을 생각이라면 나쁘진 않을 수 있다
드라리버 병력에선 뮤탈의 숫자가 큰 변수가 되며 어차피 한방병력으로 밀고 내려오면
뮤탈은 정면으로 드라군의 진형에 파고들 수밖에 없으므로 사업이 큰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고
성큰,럴커,저글링은 다섯시전투에서 본것처럼 질럿과 투리버로 커버가 가능한 상태였다
(실제로 게임내에서 본병력에 대해 뮤탈로 짤짤이, 치고 빠진건 한번뿐이고 나머진 정면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늦은사업이 정확하게 타이밍을 못맞출 확률이 있다해도
5시 전투까지 실수건 의도건 드라가 많은건 나쁜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5시 전투가 끝나고도 사업이 안된것은 의문이며
예상컨데 주니는 늦은 사업을 하려했고 드라군에 일단 치중했으나 게임끝까지 사업이 안된건 실수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승부에 작용한건 앞마당 멀티를 한 선택과 박태민의 판단이다
사업자체는 5시를 밀때까진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늦은 사업은 하면 좋고 할수도 있었으나 대세엔 지장이 없었다
문준희가 어차피 앞마당을 먹으려 했고 박태민이 본진털었다면 사업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단 본진을 칠때 집중력을 발휘해 질럿 드라를 많이 살렸을 경우를 생각하면 주니는 일말의 기회를 놓친셈이다
[백두대간의 사투가 그 둘에게 남긴것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길을 잃었던 두 게이머,
문준희는 문제의 실마리를 보았고, 박태민은 희망을 보였다
데뷔 5년이 넘도록 변변한 성적도 메이져 진출도 없는, 잘 생겼다는것 외에는 무엇하나 주목받지 못한 선수
실제로 문준희 경기를 관람한적은 많지 않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서 느낀것은
그가 상당히 전략적 스나이핑 플레이에 소질이 있는 게이머란 점이다
시작부터 5시 공방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는 빌드와 병력의 움직임만으로 저그를 지배했다
백두대간과 박태민이라는 두 요소를 생각해 봤을때 많은 준비없이는 나올수 없는 플레이였다
(한기지 더 칭찬해주고 싶은것은 감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한 정찰로 상대의 동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략적으로 저그의 움직임을 제한하면서 맞춰잡거나
질럿의 압박/위협에서 이어지는 본진 플레이로 저그를 끝낼수 있는 수준의 프로토스로는 강민과 박용욱이 있다
전성기 당시의 이둘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만약 강민이었다면 5시 공방에 맞춰 좀 늦은 타이밍이라도 사업을 끝내고
박태민의 역습가능성을 고려해서 확장보단 방어를 생각 했을것이며
최소한 뮤탈이 빠지는 순간 넥서스를 취소하고 포톤을 늘리면서 드라군을 밀집시키는 움직임을 보였을것이다
만약 박용욱이었다면 본진이 털리는 순간 모든 신경을 병력에 집중해 박태민의 본진을 칠때
유닛을 최대한 아끼고 뮤탈과 정면대결을 하는 순간을 노리며 백병전에 승부를 걸었을 것이다
요는 문준희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본적이 거의 없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소한 실수때문에 무너지는게 아마도 이번뿐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는것이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게이머는 모두 스타일이 확고하거나 혹은 그 스타일을 지탱해주는 특출한 정신적 배경이 있다
조용호의 인내가 그러하고 박태민의 영리함이 그러하며 박지호의 배짱이 그러하다
상당히 오래전에 데뷔했음에도 그가 실전에서 저조한 역량을 보이는것은
아마 실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확고한 스타일적인 버팀목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전에서는 극도의 긴장과 집중, 그리고 변수때문에
어느 순간에선가 가장 확실한 한줄기 밧줄만 붙잡고 매달려야 할때가 언제고 온다
문준희는 그것이, 결정적으로 사격은 우수하되 사람은 죽인적 없는 저격수의 냄새가 난다
중요한 무대에서 경기를 할 기회를 자신이 어떻게든 놓치지 않는다면 어느 한순간 막히것이 뚫릴때가 올것이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가능성 있는 선수가 인재풀이 협소한 프로토스 진영에서 사라지는건 너무도 아쉬운 일이니..
박태민은 당골왕배와 아이웁스 스타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이어지는 기간까지 운신으로 압도적인 순간포스를 보였고
저그유저에게 운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T1 이적후의 그는 어딘가
득도하기전의 평범한 저그로 돌아간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결코 운이나 혹은 반짝하고 말것이 아닌 실재하는 특별한 자질을 갖춘게이머다
그것은 그의 저그가 남긴 결과물을 보면 알수 있다 그는 분명 저그의 도약지점이었다
불리하거나 비등한상태에서도 병력의 기동과 속임수 그리고 긴밀한 라바관리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그 플레이에는 평범한 저그유저에게선 볼 수 없는 강렬한 훅(hook)이 있었다
문준희의 플레이는 잠자던 그의 본능을 다시 깨웠다
전략적 판단을 강요하는, 연속되는 거칠고 복잡한 물음에 박태민의 재능이 공명한것이다
마치 잃어버린 미각을 신선한 재료의 연속적인 음미를 통해 찾아가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병민과의 알케미스트 원해처리 플레이를 연상시키는 한판의 멋진 운영.
상대방과 말이 아닌, 서로의 병력의 움직임과 판단을 통해 하는 대화의 민감함이야말로 그 운영의 본질이다
<이재훈 왈 -'그는 게임을 심리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고 상대의 약점에 대한 파악이 빠르다'>
왜 그동안 박태민의 이런 운영이 잠들었을까?
T1의 테란들은 기본적으로 상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물량과 맵장악 그리고 수비와 실리 위주의 '묻지마 관광'성향의 게이머들이다
예외는 임요환 혹은 이윤열과 상대할때의 최연성 정도일까
그 압도적인 플레이 앞에, 대화를 허용치 않는 답답함속에 박태민이 테란전에서의 운영의 감을 잃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건 전체적인 기량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T1은 자체 팀내에서의 연습외에는 타팀이나 게이머와 연습을 배제하는 편이라고 한다
동반 이적한 전상욱이 팀내 테란과의 공명을 통해 발전한것과는 대조적인 그의 행보...
다시한번 이적을 고려해야 할까?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다
박태민이 백두대간에서 다시한번 보여준 희망을 확고히 부여잡기 위해선
T1테란뿐만이 아닌 외부 테란게이머와의 연습기회를 그 스스로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할것으로 보인다
그만의 희망이 아닌 저그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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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두대간의 사투가 남긴것이 앞으로 두 게이머의 행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것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경기를 두눈으로 관람한 저의 행운에 즐거워하며 글을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2006 프로리그 전기 결승에서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게임으로
제 4경기 문준희 -박태민 백두대간 전을 들 수 있을것이다
뻔하리라 믿었던 경기는 뻔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았으리라 단정했던 두 플레이어는 변화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사업논란과 함께 비난과 옹호를 같이 받았던 이 문제의 경기를 살펴보자
[경기양상]
(1)게임 초반 문준희는 북쪽 박태민은 남쪽에 각각 스타팅포인트가 배정된다
박태민은 프로토스가 불리한 맵이기에 도박적인 필살기 또는 더블넥을 의식해 구드론 발업을 타고
문준희는 예상외의 본진 쓰리게이트를 올린다
추가로 앞마당 멀티를 먹으려 헀던 박태민은 위협적인 쓰리게이트에 앞마당을 취소하고
본진에 해처리 추가 콜로니 두개를 변태하기 전으로 준비하며 돈을 소모
(2)다수의 질럿으로 밀어붙일 것이라 예상했던 문준희는 또한번 예상을 깨고
질럿 충원을 8기에서 중단하며 가스-사이버-포지-로보틱스-공1업-옵저버를 올리곤 드라군을 추가한다
박태민이 질럿위주의 늦은 테크를 예상하며 가난해진 상태에서 빠른 레어후 럴커를 뽑을것이라는걸 정확히 예측한 빌드였다
본진에 포톤 한기를 박아두며 기습적인 빠른 뮤탈과 럴커 그리고 저글링 난입에 대한 방지를 한것도 좋은 센스
(3)옵저버의 충원이 럴커가 본진 언덕에 당도한 정확한 순간에 이루어지고
럴커를 사냥하기 위해 병력이 위로 올라가지만 흐물거리는 것(?)을 보자마자 박태민은 망설임 없이 병력을 후퇴, 보존시킨다
만약 여기서 럴커가 잡혔다면 문준희는 병력을 진출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살아남은 세기의 럴커와 저글링 병력은 그후의 경기 내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게된다)
박태민은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자마자 뮤탈을 올리며 5시에 확장을 시도한다
(4)언덕에서 저럴과 신경전을 벌이며 왔다가다 하는중 5시멀티를 옵저버로 확인한 문준희는
질럿 5기를 보내 파괴는 못시키지만 뮤탈을 확인하고 위쪽의 저럴 병력과 시선을 그쪽으로 쏠리게 하는데 성공한다
(5)한방이 먹히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그는
드라군 11기 질럿 6기 투리버 셔틀까지 확보하고 나서 남하하기 시작한다
원게스에다 가난한 상태에서 럴커와 발업을 한 상태라 뮤탈은 6~8마리 사이였고 병력으로 막는것은 불가능했다
럴커 저글링은 5시 윗쪽입구에서 매복하며 대비하지만 문준희 본진을 치는판단을 선택
(6)병력의 움직임을 확인한 박태민은 곧바로 입구 쪽에 성크 세개와 뮤탈을 추가
본집난입을 시도하려던 문준희의 드라군 한기를 줄이며 후퇴하게 만든다
병력의 이동경로를 확인하자 본진으로 향하던 럴커 3기와 저글링을 황급히 5시로 돌리며 입구 수비를 강화
(7)승부가 갈린 지점은 5시 멀티를 칠때였다
아랫쪽 입구에서 농성하던 문준희는 대비된 입구에서 옵저버를 파괴당하고 리버한기를 콘트롤 미스로 잃고 방황..
불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였으나
박태민이 본진을 다시 칠거라 생각해 뮤탈을 본진으로 뺴며 움직임을 놓친 사이
5시 윗쪽 입구로 돌아가며 합류해 17마리로 늘어난 드라군으로 5시를 공략한다
성큰과 럴커 저글링은 질럿과 리버의 좋은 포지션탓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뮤탈은 한부대 가량 모였으나 정면승부는 불가능한 상태
박태민은 역시 드라군 부대에 한번 덤볐다가 무리라 판단하고 저글링과 함께 본진을 턴다
이 전투에서 성급한 움직임으로 드라군 2기와 질럿 둘을 잃는다
(8)공격과 동시에 멀티를 준비했던 문준희는 그대로 본진이 초토화...
드라군 6마리까지 끊어먹는다, 완벽한 결단이었다
(9)조급해진 문준희는 본진을 치러 가지만 입구에서 내려올때 병력의 움직임이 매우 나빴고
덕분에 두기밖에 안남은 질럿도 체력이 다닳고 드라군 4기의 폭사와 함께 많은 드라군이 상하게 된다
(잔여 병력 질럿2 드라군 11 리버1) 질럿과 드라군의 포지션도 좋지 않았고 병력은 분산되어 있는 상태에서
박태민이 뮤탈 저글링 드론으로 급습, 리버를 터뜨리면서 드라군은 지상병력의 화력에 노출되었고
패배를 직감하며 입구로 후퇴, 뮤탈2기까지 충원되면서 전투는 압도적으로 끝나게 된다
완벽하게 장군을 맞았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박태민은 병력의 움직임과 과감한 결단 한번으로
뮤탈의 충원 없이도 병력의 열세를 완벽하게 뒤집고 승리헀다
한번의 손짓으로 조커를 뽑아드는 마술사같은 멋진 운영이었다
*비고
-가장 논란이 되었던 사업의 경우-
삼게잇 늦은 가스로 테크를 올린다면 본진의 가스와 미네랄이 남기 시작하는건 투리버를 뽑은 다음부터다
그때부터 사업을 한다면 드라11기로 밀고 내려올 숫자가 부족하지 않고
5시 공방에선 드라군이 2~3기 가량 부족하다 해도 14~15기 사이가 되므로
그 정도 양의 사업드라라면 한부대가량의 뮤탈에게 밀리지 않는다
(5시 입구에서 농성할때 뮤탈은 한부대 이하였고 이후 다섯시가 밀릴때 추가되지 않은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되도 1~3기가 한계며
5시가 밀린 후 본진을 공격당할 때까지 추가된 뮤탈은 본진에서 놀던 한기에 전투가 결정된 시점에서 합류한 2기뿐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한다면 투리버 이후에 사업을 누를 계획을 하는게 좋다
러쉬로 본진이나 멀티를 칠때까지 1~2분이 소요되므로 그때까진 사업이 완성된다
그러나 처음엔 드래군에 투자하는게 정면으로 뚫을 생각이라면 나쁘진 않을 수 있다
드라리버 병력에선 뮤탈의 숫자가 큰 변수가 되며 어차피 한방병력으로 밀고 내려오면
뮤탈은 정면으로 드라군의 진형에 파고들 수밖에 없으므로 사업이 큰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고
성큰,럴커,저글링은 다섯시전투에서 본것처럼 질럿과 투리버로 커버가 가능한 상태였다
(실제로 게임내에서 본병력에 대해 뮤탈로 짤짤이, 치고 빠진건 한번뿐이고 나머진 정면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늦은사업이 정확하게 타이밍을 못맞출 확률이 있다해도
5시 전투까지 실수건 의도건 드라가 많은건 나쁜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5시 전투가 끝나고도 사업이 안된것은 의문이며
예상컨데 주니는 늦은 사업을 하려했고 드라군에 일단 치중했으나 게임끝까지 사업이 안된건 실수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승부에 작용한건 앞마당 멀티를 한 선택과 박태민의 판단이다
사업자체는 5시를 밀때까진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늦은 사업은 하면 좋고 할수도 있었으나 대세엔 지장이 없었다
문준희가 어차피 앞마당을 먹으려 했고 박태민이 본진털었다면 사업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단 본진을 칠때 집중력을 발휘해 질럿 드라를 많이 살렸을 경우를 생각하면 주니는 일말의 기회를 놓친셈이다
[백두대간의 사투가 그 둘에게 남긴것들]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길을 잃었던 두 게이머,
문준희는 문제의 실마리를 보았고, 박태민은 희망을 보였다
데뷔 5년이 넘도록 변변한 성적도 메이져 진출도 없는, 잘 생겼다는것 외에는 무엇하나 주목받지 못한 선수
실제로 문준희 경기를 관람한적은 많지 않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서 느낀것은
그가 상당히 전략적 스나이핑 플레이에 소질이 있는 게이머란 점이다
시작부터 5시 공방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는 빌드와 병력의 움직임만으로 저그를 지배했다
백두대간과 박태민이라는 두 요소를 생각해 봤을때 많은 준비없이는 나올수 없는 플레이였다
(한기지 더 칭찬해주고 싶은것은 감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한 정찰로 상대의 동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략적으로 저그의 움직임을 제한하면서 맞춰잡거나
질럿의 압박/위협에서 이어지는 본진 플레이로 저그를 끝낼수 있는 수준의 프로토스로는 강민과 박용욱이 있다
전성기 당시의 이둘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만약 강민이었다면 5시 공방에 맞춰 좀 늦은 타이밍이라도 사업을 끝내고
박태민의 역습가능성을 고려해서 확장보단 방어를 생각 했을것이며
최소한 뮤탈이 빠지는 순간 넥서스를 취소하고 포톤을 늘리면서 드라군을 밀집시키는 움직임을 보였을것이다
만약 박용욱이었다면 본진이 털리는 순간 모든 신경을 병력에 집중해 박태민의 본진을 칠때
유닛을 최대한 아끼고 뮤탈과 정면대결을 하는 순간을 노리며 백병전에 승부를 걸었을 것이다
요는 문준희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본적이 거의 없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사소한 실수때문에 무너지는게 아마도 이번뿐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는것이다
일정한 수준을 넘어선 게이머는 모두 스타일이 확고하거나 혹은 그 스타일을 지탱해주는 특출한 정신적 배경이 있다
조용호의 인내가 그러하고 박태민의 영리함이 그러하며 박지호의 배짱이 그러하다
상당히 오래전에 데뷔했음에도 그가 실전에서 저조한 역량을 보이는것은
아마 실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확고한 스타일적인 버팀목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실전에서는 극도의 긴장과 집중, 그리고 변수때문에
어느 순간에선가 가장 확실한 한줄기 밧줄만 붙잡고 매달려야 할때가 언제고 온다
문준희는 그것이, 결정적으로 사격은 우수하되 사람은 죽인적 없는 저격수의 냄새가 난다
중요한 무대에서 경기를 할 기회를 자신이 어떻게든 놓치지 않는다면 어느 한순간 막히것이 뚫릴때가 올것이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가능성 있는 선수가 인재풀이 협소한 프로토스 진영에서 사라지는건 너무도 아쉬운 일이니..
박태민은 당골왕배와 아이웁스 스타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이어지는 기간까지 운신으로 압도적인 순간포스를 보였고
저그유저에게 운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T1 이적후의 그는 어딘가
득도하기전의 평범한 저그로 돌아간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결코 운이나 혹은 반짝하고 말것이 아닌 실재하는 특별한 자질을 갖춘게이머다
그것은 그의 저그가 남긴 결과물을 보면 알수 있다 그는 분명 저그의 도약지점이었다
불리하거나 비등한상태에서도 병력의 기동과 속임수 그리고 긴밀한 라바관리를 통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그 플레이에는 평범한 저그유저에게선 볼 수 없는 강렬한 훅(hook)이 있었다
문준희의 플레이는 잠자던 그의 본능을 다시 깨웠다
전략적 판단을 강요하는, 연속되는 거칠고 복잡한 물음에 박태민의 재능이 공명한것이다
마치 잃어버린 미각을 신선한 재료의 연속적인 음미를 통해 찾아가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병민과의 알케미스트 원해처리 플레이를 연상시키는 한판의 멋진 운영.
상대방과 말이 아닌, 서로의 병력의 움직임과 판단을 통해 하는 대화의 민감함이야말로 그 운영의 본질이다
<이재훈 왈 -'그는 게임을 심리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고 상대의 약점에 대한 파악이 빠르다'>
왜 그동안 박태민의 이런 운영이 잠들었을까?
T1의 테란들은 기본적으로 상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물량과 맵장악 그리고 수비와 실리 위주의 '묻지마 관광'성향의 게이머들이다
예외는 임요환 혹은 이윤열과 상대할때의 최연성 정도일까
그 압도적인 플레이 앞에, 대화를 허용치 않는 답답함속에 박태민이 테란전에서의 운영의 감을 잃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건 전체적인 기량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T1은 자체 팀내에서의 연습외에는 타팀이나 게이머와 연습을 배제하는 편이라고 한다
동반 이적한 전상욱이 팀내 테란과의 공명을 통해 발전한것과는 대조적인 그의 행보...
다시한번 이적을 고려해야 할까?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다
박태민이 백두대간에서 다시한번 보여준 희망을 확고히 부여잡기 위해선
T1테란뿐만이 아닌 외부 테란게이머와의 연습기회를 그 스스로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할것으로 보인다
그만의 희망이 아닌 저그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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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두대간의 사투가 남긴것이 앞으로 두 게이머의 행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것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경기를 두눈으로 관람한 저의 행운에 즐거워하며 글을 마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