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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창고

김용옥 선생 돌아보기



김용옥 선생은 늘 철학-사상가로 남길 바라지만
철학-사상가보단 학자로서 뛰어나며 그 중에서도 특히 번역에 뛰어난 사람이다.

그가 남긴 권수십의 저술중엔 시간의 주인들이 버릴게 많지만 버릴 수 없는 것도 있다.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로 시작 된 금강경강해·중용강의·길과얻음(노자)·논어한글역주 같은 번역서가 그렇다.

한문 고전 판본을 확정해 깔끔한 한글로 번역하기에서 김용옥을 능가한 학자를 난 아직 모르며
고전이 탄생 후 씹혀 온 시간들을 종횡으로 정리-압축해서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일류 학자다.


김용옥은 결코 천재가 아니지만 둔재가 클래스를 얻는 길을 모범적으로 제시한 사람이기도 하다.
둔재는 완성되지 못한다. 완성되지 못하니 쓰여 소모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큰 그릇이 이루어진다.


그의 귀국 후 전성기엔 한국에 천재가 없었고 인문학자 중에서 비길 자가 드물었던 탓에, 한국사에서의 팔방미인적 영향력에 대한 욕심으로 쑤시지 않은 분야가 드물고 독창적 사상가로의 업적에 대한 열망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 그 시간들은 대개 업적이 되지 않고 '경험'으로 남았다. 



이제 멀지않은 죽음을 앞에 두고 십삼경을 비롯한 동방고전한글역주대전 작업에 담담히 몰두하는 그에게 많은 시간이 허락되길 빈다. 그는 해야할 일이 많다. 그리고 결코 끝낼 수 없을 것이다.

오래 건강하십시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까?

“공자는 호색(好色)하는 만큼 호덕(好德)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호색의 에너지를 호학의 에너지로 치환해야 합니다. 섹스 충동처럼 강렬한 것은 없지만 학문은 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는 어학(philology)입니다. 어학은 진짜 미련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에서 정신적으로 탁월한 지도자들이 각 분야에서 나오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불행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이 빈곤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