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창고

팜므파탈(1)

청춘의 오류는 불가능한것을 시험해 보는 오류이다
이것은, 그 어떤 위대한 업적을 쌓은 청춘이라 해도 궁극적으로 실패라는 것을 의미한다


청춘은 본질적으로 허기지고 정복한 대상이 늘어날 수록 환상이 깨져나가게 되는
크나큰 성공과 궁극적인 패배의 곡선이 교차하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 떄문이다

 

 

 

빈, 나이 20대 중반


직업  경험많은 바텐더

형액형 B형


사는곳 대전

 

독립심이 강하고 지적이며 아름답다
거칠고 메마르며 황폐하고 동시에 순수하다
보이쉬한 목소리에 성격도 터프한 면이 있다
사랑받는 반항아

 

술고래, 술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여짐

 

 

 

첫인상- 일단 아름답고 고독해 보였으며 지적이었다

(그것이 나의 감성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해도,)

 

 

어깨아래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긴 머리에...

 

 

검은색 원피스 유니폼에 어깨에 문신을 새기고서

담배를 꼬나문채 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서 그녀는 손님과 훌라를 치고 있었다

 

 


그 유려한... 선이 어떤 아름다움과 서글픔과 어쩌면 이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체념적인 그러나 오히려 저항에 가까운 삶의 긍정을 나타내는 듯이 보였다


나는 블랙러시안을 마시며 삶의 진보성에 대해, 위대한 것에 이르는 길에 대해 K형과 토론하던중
(예컨대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어떤 욕망의 대상을 구하고 갈구하고 얻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 그 자체가 진실이기 떄문이다")

그녀에게 깊은 흥미를 느끼고 지나가는 투로 물어 보았다


'어떤 사람이야? 저 사람은'

-복잡한, 그래서 매력적인 여자라고 느꼈다-

 

그녀는 동화속의 공주였고 상상속의 여자였다, 그녀는 원해서는 안되는 여자였고

그렇기에 난 사랑에 빠져드는 수밖에 없었다


난 무기력하고 속되고 공허한 사람이 되는 것,

즉 정신적인 자살을 경험했었고 정신적으로 죽어버린 내가 선택한 무덤은 군대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속물로(더이상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고정화되는 것이 아닌

이제껏 스스로에게 했던 모든 질문들이 벗겨버린 나에게 되돌아 와

삶에 대한 궁극의 분노가 내 삶의 모든 의미들에 대한 퍼즐을 재 조립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 퍼즐의 한 조각을 쥐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지 않고는 난 한 발자국도 전진할수 없을 것 같았다


그 해, 여름 대전은 내게 있어 온통 모든 추억들과 회한들이 흘러들어간 꿈의 도시였다

스 무살의 그 모든 불안과 희망과 좌절, 상실이 대전 번화가의 퇴폐적인 분위기에 녹아들어가

삶에 대한 짙은 우수를 허공의 캔버스위에 그려내고 있었다

-백그라운드 뮤직: 롤러코스터의 무지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면 난 게임에서 패하는 것이다

난 온전히 그녀에게서 내 삶의 조각을 훔치고서 달아나야 한다


그녀는 세이렌이고 메두사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요부(팜므파탈)

너무나 황폐해서 남자들이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는 것을 자학적으로 즐기면서도

그저 존재만으로도 남자들을 유혹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직관적으로 들었다


위험하고 감당못할 여자였다

 


세상은 어쩌면 무한히 영원히 반복되고 회귀하는 인생의 연극일지도 모르고(Show Must Go On)

 

무대는 다시 한번 물랑루즈의 파멸에 이르는 젊은 시인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어다(It's Show Time)

 


형들은 어쩌면 저 여자가 내가 20년 동안 찾아헤멘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하자

심각한 충고(나는 엉겁결에 저 여자가 날 구원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이상하리만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내 삶의 조각을 쥐고 있다면

나 역시 그녀의 삶의 조각에 겹쳐있을 테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녀를 이해하는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한 사람이 사람들에 대해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가 가진 힘과 시간과 정보력을 무제한한 것으로 여긴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일종의 게임이고 하나의 협상의 결과물이다

그가 가진 정확한 역량을 파악하거나 혹은 협상을 거부할 경우 평범한 인간이 휘장을 걷고 나타난다

그녀가 가진 힘 역시 다르지 않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장막을 설치했다는 점에선 정말 대단할지 모르지만

그녀 역시 무제한의 권리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K형은 그녀를 과소평가 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그녀를 과대평가 하지 않았나 싶다)

 

 

예정된 결말에 이르르면 난 반전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패배하기 전에 깔끔하게 몸을 빼낼 것이다

 

 

아니, 난 그녀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녀를 벗어날 것이다

 

 

사람은 삶을 살아야 할 죄를 가지고 태어나고, 인생이란 하나의 형벌이다

 

구제의 길은 죄속으로, 인생으로 깊이 나아가는것 뿐,


그 죄의 의미가 옅어질때까지 더욱더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