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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높이의 박성균에 대한 긴 이야기

속도의 이영호는 게임 스피드를 보고 말한것이 아니라
타 게이머를 앞지르는 생각(두뇌)의 속도감 있는 전환을 보고 한 말이다,

1. 판의 연결[이영호는 다전제와 다전제, 단판과 단판조차 연결시킨다]

2. 빌드조립의 연결[배제를 통한 테란 빌드 변주 레파토리를 레고처럼 조립해 타이밍 화력우위를 만든다]

3. 거점장악의 연결[매크로 관리에서 상대의 동선을 빠르게 계산하며 거점에서 거점으로 이동시킨다]

이 1,2,3의 판단이 빠르면서 1-2-3을 순차적으로 연결시키는데 뛰어난 기량을 보였기 떄문이다.
테란에게 매뉴얼로 남겨진 유산들을 가장 악랄하게 써먹는게 이영호다.

속도/높이 글에서 염보성과 이영호를 비교했던것도 둘은 최연성을 모체로 해서 테란의 유산 중 효율적인것만 인수합병한 식의 테란이고 기본기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사고전환의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여서 둘의 미래를 갈랐기 때문이었다. 이 차이는 개인리그 성적의 차이에서 가장 뚜렷한 결과물을 남겼다. 특히나 판의 연결부분은 이전 양산형 테란들의 고질적인 나태함이었고 이영호는 잘나갈때 아주 냉정한 사업가처럼 판의 연결에서 했던걸 반복하는 천착이 일절 없었다. 그리고 빌드빨에 너무 심취해 테저/테테에서 '난 노배럭 더블만 성공시키면 상대가 뭘하든 이긴다'는 나태함으로 몰락할 뻔 했다. 이영호는 본디 탄력적인 마인드로  패배한 게임에서 빠르게 배우고 실용적인 최적화 빌드를 적절한 시기에 창조했던 영특한 테란이다.




높이의 박성균이란 표현도 박성균의 머리쓰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스타일에 관한 표현이었다.



내가 종종 박성균은 프로토스를 해야한다고 말하는건 예측에 바탕한 프로토스 중 강민식 해석의 강함을 박성균이 테란식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경험과 분석으로 쌓여진 직관을 통해 판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운영상황을 정형화 시키지 않고 자신만이 아는 경로로 상대방을 끌어들여 창조적인 운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테란이기 때문이다. 즉, 상대의 행동을 넘겨짚는게 박성균의 두뇌쓰는 방식이다.


예컨데, 판의 진행과 전장의 전투를 미리 설치한 부비트랩에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게임한다. 뛰어난 컨도 없고 빌드빨을 통해 점수를 따놓지 않음에도 괴물같은 선수들조차 농락하고 어려운 상황을 종종 타개하며 이기는건  머리의 구상과 그 구상을 정확하게 표현시킬 수 있는 집중력 그리고 그 집중력을 만드는 머리와 손의 싱크로가 잘 맞는 정확 깔끔한 손놀림(260~300 apm에 eapm은 230~260대에 이른다. 테란치곤 느리면서 헛손질이 정말 적다.)때문이다. 테란에겐 불필요할 정도로 운영능력이 높고 지나치게 창조적인 전술을 쓰면서도 빌드빨 의존은 적으며 컨트롤엔 무성의하다.



당연하게도 넘겨짚기를 실패하면  황당한 뻘짓 게임이 나온다. 15차 서바이버 vs김명운in비잔티움에서 박성균은 상대의 저럴 압박에 대해 원벙커와 마린 낚시로 럴커사냥 꼴아박을 유도했으나 상대는 진심으로 올인을 준비하고 있었고 다수의 저글링을 뽑아논 상태라서 박성균은 걍 허무하게 밀렸다. 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테란은 일단 투벙커를 짓고 방어하고 본다. 그런 식이다.



이게 소위 말해지는 박성균의 바이오리듬이다. 그러나 박성균은 외려 컨디션이 아주 안정적인 게이머다. 집중력 자체는 거의 일정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쉬운 방편이 컨트롤 수준의 변화인데 박성균의 컨트롤 수준은 늘 일정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나 대충대충한다. 놀라운 전투 결과는 대부분 전술의 힘이다. 박성균의 대패는 대개 혼자 뜬구름 잡다가 한대 처맞거나 제 꾀에 지가 넘어가는 식이 많다(vs송병구 in 콜롯세움)


말 나온 김에 컨트롤 이야기 좀 하자. 이제동을 필두로 지금은 액션의 시대라 하고 저그도 액션, 테란도 액션이라 하는데 그럼 박성균의 액션수준은 별 변화가 없음에도 저그전에서 이제동도 잡고 기타 잘나가는 저그를 때려잡고 다니는건 무슨 이유인가? 진영수는 아주 액션이 훌룡한 저그전 강자이나 저그들은 진영수보단 박성균이 더 꺼림직할 것이다. 저그의 운영을 이해하고 꿰뚫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vs윤종민 in 안드로메다에서 윤종민이 나름 창조적인 진행으로 양섬을 먹어가며 4가스 하이브를 완성했음에도 박성균은 슥슥 저그를 말려가며 승리했다 왜 일까? 컨트롤? 빌드빨? 빌드진행에선 졌고 컨트롤은 그저 그랬다. vs이제동 in 블루스톰에서 비등한 출발후 이제동은 두번이나 센터 마메 병력을 괴멸 시켰음에도 일방적으로 그후 교전에서 말려 패했으며 아주 아름답게 2연속 투드랍쉽에 강타당하며 무너졌다. 왜?  -물론 빠르고 정교한 컨은 테란의 미덕이며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컨이 모든걸 결정하진 않는다.


또한가지 심각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자 김태형 해설의 세례 이후 박성균은 김정민과의 정석 테란이며 안정적인 선택만 하는 단단한 테란이란 말이 있다. 박성균은 정해진 정석 패턴 재현을 얼마나 정교하게 끝내주는 컨으로 풀어나가냐를 의식하는 테란이 아니다. 반대로 너무 생각을 꼬고 꼬는게 탈이다. 결과적으로 토나오는 조이기에 토스 병력이 패배했다고 해서 그가 정석테란이란건 전형적인 결과론적 해석이다. 이건 마치 박쥐가 하늘을 난다고 조류라 하는것과 다름이 없다. 박성균은 해야 한다면 소수의 병력으로도 토스의 목에 생선가시 같은 조이기 라인을 과감하게 던져두고 상황을 봐서 포진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면서 이득볼만큼 보고 뚫릴만한 상황이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병력을 뒤로 후퇴해 보존시키는 테란이다.(vs김택용in조디악) 이건 전장을 아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시야 밖의 토스의 움직을 읽어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플레이다. 테란의 그분(일제)시즈모드라는건 기습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인데 테란의 사거리 간격안에 들어와 덮치는 토스 병력에겐 속도차로 인해 후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토스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교전 시간과 교전 장소와 병력규모를 읽어내지 못하면 무조건 그분시즈가 일어난다. 요컨데 빌드빨로 인한 압도적 화력차나 초중반 타이밍러쉬가 아닌 이상 테플전의 교전은 컨트롤이 아니라 예측력에서 만들어지는 전술운용의 문제다. 마인을 사이드로 깔아 토스 진입로를 제한시키고 탱크를 분할 배치하고 벌쳐의 동선을 결정하는덴 충분한 사전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시간이 소모된다. 토스의 꼬라박을 유도할 유혹적인 또는 압박적인 거점과 모양새를 만들지 않으면 그냥 토스에게 시간을 주는 뻘짓이 되버리는 것이다. 김정민의 끈질긴 천만년 조이기는 저런 계산을 못했던 시절에 처음부터 진형을 잡고 구조물을 쌓고 자기앞마당부터 기어가면서 전진했기에 나온 플레이였고 박성균의 농염한 메카닉 운용의 백미는 메카닉을 과감하게 기동하면서도 그분시즈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되려 더럽고 치사한 라인 구축과 옵저버 커트를 통한 시야 차단으로 토스의 선택을 계속 애매하게 만드는데 있다.



박성균(정확히는 이윤열 계파의 테란)을 무시하는 레-나씨는 "박성균은 원래 상당히 수비적인 선수이고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다." 라고 하면서도 "애초에 그렇게 안 할 줄 알고 선택한 전략이다? 먼저 손해보고 나서 유리하기는 커녕 불리한 수싸움을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라면서 박성균이 원팩 앞마당 후 투팩에 대해 원팩-원스타 (역언덕) 조이기 후 정명훈의 애매한 4팩 1스타에 딱 맞는 밀봉&드랍쉽 격추 수싸움으로 이긴 vs정명훈 in 왕의귀한에서의 선택을 의아하다 말했는데,[조이기 후 박성균의 수싸움 선택은, 앞마당 빌드 이익은 있으되 주도권은 잃은 정명훈의 애매한 선택을 예측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정명훈에겐 아직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나씨에겐 박성균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생물같은 혐오감을 주는 테란이 아닐까 싶다.  저 두평가가 양립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박성균은 물론 빌드조립빨 차를 그닥 선호하는 테란은 아니고 빌드 진행에 있어 그냥 유불리가 적당히 5:5라도 만족하고 마는 테란이다. 그보단 특정 배제&최적 빌드에 의해 자신의 타이밍이 고착되는걸 더 꺼려한다. 일단 맞춰갈 가능성을 두고서 상대의 병력구성이든 운영이든 전술이든 뭐든간에 역으로 카운터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런 경향이 저그전 주력 빌드진행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1배럭 더블->2배럭->아카->엔베->3배럭->팩->스타포트->퍼실리티->5배럭. 극정석적인 평범한 빌드진행(by 라비)이다. 그러나 운영에 있어선 일반적인 수쌈을 하는 테란은 아니다. 유리할때도 1/2 확률로 불리할 수 있는 선택을 해서 대박으로 아름다운 경기를 만들거나 대박 개그겜을 만드는게 박성균이다. 저그전 투드랍쉽의 운용만 해도 그렇다. 투드랍쉽을 뽑기 위해선 베슬 생산을 포기해야 하고 전장에선 마메의 공백이 필히 생긴다. 카운터 펀치를 날리거나 혹은 게임을 그대로 굳히게 하는게 중반이후 투드랍쉽이고 그런 묵직한 도박수를 적기에 정확히 명중시키기 위해선  수비적이고 모험을 꺼리는 성향이 없어야 한다. 필요한건 치밀한 계산과 그 계산을 실현시킬 배짱이다. 그래서 독사란 별명이 박성균에게 붙은 것이다.


테란이 빌드 우위와 컨트롤 단련에 의지하지 않는다는건 놀라운 일이고 스캔에 의지한 테란 특유의 경로가 분명한 딱딱한 진행을 탈피해 여백이 있는 빌드진행을 밑그림으로 해서 상대 선택을 넘겨짚어 한발 앞선 교묘한 함정을 짜두는 경향이 있다는건 더 놀라운 일이다.(vs김윤환in안드로메다) 그만큼 상대와 주고받는 호흡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고 상대의 성향과 게임내의 패턴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듣보선수와의 대결에서 박성균의 약함을 낳고 운영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심한 기복을 낳았다.






다만 맵은 어디 도망가거나 갑툭튀하지 않기 때문에 박성균의 창조성은 맵의 해석에 있어서 종종 놀라운 선도력을 보여준다. 3차 곰티비 MSL결승에서 토스맵이었던 로키를 맵 운영과 병력 운용을 통해 테란맵으로 바꿔버린 눈은 본좌로드를 걷던 김택용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피니쉬 블로우 였다. 추풍령 맵에서 정명훈이 가스러쉬 후 벙커앞마당-> 드라압박-> 트리플-> 정찰차단 이후 송병구에게 처참히 발린것과 달리 박성균은 2인용 맵이란 개념을 전제에 깔고, 유사한 진행이나 더 불리한 출발에서 추풍령 특유의 독특한 지형에서도 반땅 싸움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내며 일상적인 센터 장악 진격적 만을 의식한 박대만을 개관광 시키며 승리했다. 박성균 뒤론 이런 진행을 변형시켜 따라하는 테란이 줄을 이을것이라 장담해도 좋다. 이영호 조차 대 송병구용 안티캐리어 빌드 진행의 영감을 박성균의 로키 경기에서 얻었다 밝힌 전례가 있을 정도다.



박성균은 풍요롭지만 빈곤했던 양산테란 시대에 갑툭튀한 작지만 알찬 블루오션이었다. 그래 '이었다'
그리고 다시 흐름을 타고 있다. 높이 올라가면 추락의 충격도 클것이다.

그래도 재밌는 테란임은 부정할 수 없다.


박성균vs송병구 5전에 이게 내가 근래 가장 기대하는 매치다.
강력한 안정성을 지닌 토스 vs 잠재력 충만한 테란이라니 하!
마치 05 년 이전 TvsP의 구도가 거꾸로 바뀌어 재현된 느낌이다.

토스종족은 송병구의 무난한 경기력 차이가 뭔지 보여주는, 특별한거 없이 우승한  OSL과 함께 삼종족 밸런스의 정점에 올랐다.

MSL은 4강에 2플토를 안착시켰고 2토스가 대기 중이다. 저플전 상성은 김택용 이후 심하게 약화되었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박성균이 어떤 타종족전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던 테테전이 안되면 개인리그 상위권엔 올라갈 수 없을 것이다.

난 테테전은 잘 볼줄 모른다.
노스캔 플레이로 대표되는 명경기들과 함께 테테전 운영의 초고수라 불렸음에도
막장화로 치닫았었던 박성균의 현 테테전은 어떠한지 이야기 해 줄 테란빠를 즐겁게 기다리며 글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