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스로 전향을 고려했었는데 SKt1원의 김모 토스는 연습할때 최연성이 토스를 고르면 자신보다 물량이 더 나온다고도 했고 심지어 본인은 저그를 질드라로 압살한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만약 토스로 전향했다면 아주아주 사랑스런 토스가 되었을 것이다. 최소한 나에겐 흥미로운 이슈였다.
그런데 저그를 질드라로 밟는다고?
토스는 초반 8분대 이하의 아주 짧은 타이밍이 아니면 절대 비등한 상황에서 저그를 질드라 소모전으로 누를 수 없다. 주 원인은 드라군이 저열한 원거리 보조 유닛이라 레어 삼지창의 완충제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게이트 회전률이 저그 라바회전의 효율을 못따라가기 때문이기도 하다.(이때도 주 원인은 드라군) 게다가 비등한 상황이라니? 저플전 상성하에서 치열하게 운영하는 토스에게 그건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토스는 조합을 지향한다. 토스의 후반마인드에 짜여져가는 조합과 유지의 개념을 각인시킨 임성춘은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었다. "저그하고는 질럿드라가 싸우는게 아니예요, 템플러가 싸우는거죠" 임성춘 뒤로 저플전 조합의 시점과 다양성과 비율의 정교함은 계속해서 연구되었다. 럴커 조이기를 사랑한 전태규는 조합갖추는 시점의 예술을 보여줬고 박대만은 셔틀 투리버를 첨가해 소울류를 무력화 시켰다.
원천기술을 가진 현존하는 최고의 또는 순혈의 물량토스라는 도재욱은 왜 예전엔 허구헌날 저그에게 2~3배 물량으로 처발렸고 보완됐다는 지금도 종종 '치열한' 소모전을 보여주며 패하는가? 고찰해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질드라 만으로 저그를 밟는 경기를 가끔 보여준 토스가 있다. 강민, 박지호 그리고 기욤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소수유닛을 판제어를 위한 포석으로 쓸줄 안다는데 있었고 저그와 정정당당한 맞춰가기 싸움이 아니라 저플전에서 저그를 꼭두각시 다루듯 몇몇기의 유닛만으로도 대응->역대응 연계를 쉽게 연결해 내는 재주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걸 응수타진이라 부르고, 무겁고 비싸지만 강력한 유닛들 특히 하이테크 유닛이 그러한 토스에게는 가장 상급의 운용중 하나다. 강민이 보여준 3질럿 1드라 운용들엔 그리고 원겟테크의 유기적이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들엔 그 묘미가 자주 녹아 있었다. 박지호의 커세어도 그랬다. 컨 그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다. 판을 제어하는게 중요하다.
토스가 저그를 질드 물량으로 밟을려면 7:3 정도의 우위가 있어야 한다. 최코치의 그말은 물량이 터지기 전에 판이 이미 토스에게 한참 넘어왔다는 이야기다. 최연성 본인이 응수타진을 여러모로 써먹던 머리가 있었던 만큼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컨데 저그를 힘으로 제압할려면 작은 생선을 굽듯이 섬세해야 한다.
최연성은 결국 종족전향을 말린 코치와 저플전 대련 게임을 하고 패한뒤 토스 전향을 포기한다. 게임 이해도가 더럽게 높은 경험많은 저그라면 일정한 패턴의 응수타진은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운영으로 물량을 뽑는 최연성이 그 느리디 느린손과 반응속도로 머릿속 시뮬을 통해 저그를 질드라로 밟는 신기는 신기가 아니라 사실 한계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조언이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토스에선 적당한 기본기와 함께 현란하게 빠른손에 얹어진 창조적인 센스로, 더블넥 자원을 통해 빠른테크와 게이트를 접목시켜 견제와 더불어 빠르게 제2멀티 타이밍을 안정화시키고, 자유자재한 응수타진 후 그려진 저그의 밑그림에 따라 직물을 짜는듯한 맞춤 조합을 통해 게임을 풀어가는 최초의 토스가 나오게 된다.
타토스가 열폭하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무던히 처다봐야 했던 혁명가.
3.3의 김택용이었다.
ps1- 결국 김택용은 전성기에 온니 드라군으로 저그를 밟는 경기도 보여주게 된다. (상대는 이제동)
ps2- 훼손되었던 김택용의 응수타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vs김민호in 추풍령에서 근래 토스를 맞춰잡는 정석이라는 3햇 스컬지를 물먹이는 2->3커세어의 쓰임에 주목해서 보면 재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