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스포츠 칼럼/스타1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가 나타났습니다


예, 위의 제목은 위대한 평론가 슈만이 쇼팽을 음악계에 소개한 유명한 문구입니다




2003 5월 29일 목요일


겜비씨 스타리그 위너스 4강에서 강민은 황제 임요환을 맞아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 보이고 2-1의 승부로 진출 확정


드라마틱한 상황과 (무엇보다)경기 내용 자체만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강민 선수를 처음 알게된건 어느 싸이트에서의 2002년 이 선수를 주목하라는 글이었습니다

처음 그 글에서는 그의 변칙적인 플레이에만 집중을 했고

변칙이상의 것을 평가해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집중력있게 콘트롤을 초반부터 해내며

그것에 곁들여 변칙을 운용해 효과를 본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데뷔전과 어떤 글에서는 이런 평가도 있었습니다

고수든 하수든 승률 50%의 엽기적인 변칙을 사용하는 플토유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전 이 견해들에 대해 강민선수를 알게 된 후부터


조금 각도가 다른 수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임요환 선수를 사파 취급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전략적이며 전술적인 플레이를 승부에 히든카드처럼 사용하던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후에 알게된 사실인데


강민 선수는 어렸을적 이윤열 선수와 같은 게임방에서 동고동락을 했으며

한동안 게임을 오래 쉬었고(2년 가까이), 그리고 무척 자존심이 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달 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다가 본격적으로 나타난건

온게임넷 챌린지 리그 예선에서의 화려한 데뷔였습니다


물론 그때 전 이선수가 바로 그 강민인지 짐작은 못헀습니다만,


해설자의 꽃밭토스라는 우스개로 치부되기에는 놀라운 인상의 경기를 펼쳐보이던구요



그것은 바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플토가 무척이나 취약한 대 저그전에서서)


그것은 단순한 변칙이나 엽기기 아닌,

이기기 위한 그리고 승리를 위한 방법론으로 제게 비쳐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한순간의 놀람과 재미를 위한 변칙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습니다


강민 선수의 말대로 그건 분명 '정석'이었습니다


'내가 정석이다'



그러나 강민 선수는 매 경기마다 감탄을 지어내는 그리고 가능성이 풍부한 게임을 했음에도


정작 본선에 올라가는 중요한 고비(듀얼)에서는 떨어지는 불운을 계속해서 맛보게 됩니다

-어느 정도는 그의 자만심 탓이기도 했습니다-




약 1년여간 그는 메이져 대회의 본선에서는 그다지 얼굴을 볼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애기도 점차 시들해져 갔습니다


불운한 천재, 김창선 해설의 말대로 일단 본선에 올라가기만 하면 파란을 일으킬 선수가 분명함에도 말입니다


'단지 시간만이 문제일 뿐이다'




수준높고 엄격한 온겜임넷의 챌린지와 듀얼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 단골로 등장하며

몇몇의 약소 대회에서 우승하고 2002 WCG에 참가해(한국 예선 4위 입상) 기량을 선보이면서


그래도 그는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붙은 별명은 꽃밭토스,콧물토스등의 우스운 이름이나

얕아만 보이는 변칙이나 엽기라는 이름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아닙니다


창조적 플레이어, 이기기 위한 전략, 또 하나의 정석



그는 창조자 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합니다



대 테란전에서는 옵 드래곤이 완벽하므로 다른 전략에 의존할 필요가 적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분명한 합리주의자이자 실리주의자인 것입니다



그가 창조해낸 여러 경기 운영방식은 정말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리버를 시즈처럼 슬금슬금 전진해 나가며 저그를 압박하는 방식이라던지...)



그리고 2003 겜비씨 리그


그에게 기회가 다가옵니다



테란('극강의') 안에서 살아남겠다, 플토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스타크 최강플레이어이자(동시에 옛 후배이기도 한) 자신의 지명자인 이윤열을 꺽고

파죽지세로 불꽃테란 변길섭마저 꺽어가며 올라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최고의 무대가 마련되었습니다



황제 임요환, 그보다 뛰어난 게이머는 존재할수 있어도

그보다 뛰어난 승부사는 존재할수 없다는 제가 인정하는(아니 존경하는) 최강의 승부사와


위너스 4강에서 승자의 티켓을 놓고 격돌한 것입니다


아시다시 시피 더블 엘리미의 방식상 절대로 패배할수 없는 중요한 경기,
(덧붙여 패자는 '그' 이윤열과 혈전을 치러야 할 상황입니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요환 선수였던 만큼


경기 내내 끔직할 정도의 끈기로 날카롭게 승부의 요점을 찔러 들어오고

강민선수는 그런 요환 선수를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과감한 운영으로 이겨내는


인고에 회자될 명경기가 3라운드 내내 이어졌습니다



아마도 제가 요환선수를 응원하지 않은 최초의 경기였을 겁니다



요환 선수가 비록 저그전에 비해 대 플토전이 약세라고는 하나


저런 식으로 경기하면 어떤 플토유저가 버텨낼까 싶을 정도의 집중력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글세요... 플토전에서 약하다는 인상을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의 플레이 였습니다



본선에서의 그는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첫 라운드 짐레이너 메모리스에서 강민 선수를 완벽히 수세로 몰아넣었지만


강민의 환상적인 플레이로 도저히 이길수 없는 첫 진출을 완벽히 격파...



그후에도 완벽한 수세의 상황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하며


캐리어까지 꺼낸 후 요환 선수의 섬뜩한 고스트 락다운이라는 승부수로

목젖을 날카롭게 겨냥당하나 치명상을 회피하고 난타전끝에 GG를 받아냅니다



그후 2차전 채러티 이번에도 강민선수는 초반 다크드랍의 미적지근한 효과로 수세에 몰리고

본진과 멀티가 날라가면서도 기적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갑니다

그러나 역시 반섭맵 형태가 가미된 맵에서 가장 강하다고하는

요환 선수의 전략적이며 전술적인 최고의 플레이와 환상의 드랍쉽 컨트롤로
(섬맵 최강 방어 포톤,하템라인을 무력화 시키는 그 유명한 복서류 분산드랍)

섬맵에서 절대 질수 없다고 생각되는 강민선수를

핵과 이엠피 러쉬로 심리적위 우위까지 얻어내며 전판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 버립니다



그리고 3차전 '건틀렛 2003' 강민선수가 구상한 전략이(노게이트 더블넥) 어려운 7시 진형에 걸린데다

건틀렛의 황제로 불리는 임요환의 스타일에 잘맞는 맵으로 인해 무척 불리해 보였습니다

요환 선수가 졌기 때문에 요환 선수의 플토전에 문제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을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곘습니다만, 투팩에서 나온 투탱을 투드래곤이 이기지 못했다면

요환선수가 잡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강민 선수가 너무나도 잘 막아낸 탓입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벌쳐가 난입해 일꾼과 드래곤 사이에 마인을 박아냈음에도

프로보로 마인을 제거하는 침착함, 그러나 투탱이 살았다면 피해없이 막아내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나 승부사답게 5시 가스 멀티를 미네랄을 배리어로

탱크 한기로 포톤이 안 닫는 절묘한 위치에서 넥서스를 파괴시키며

중앙의 벽면으로 진출

강민이 위험한 타이밍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마저 타이밍 좋은 원 캐리어로 방어해 내며 GG





플토의 강력한 모습, 비록 숨통을 끝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테란의 본진으로 뚫고 들어가던 드래곤과 셔틀 질럿... 멋집니다

끔직할 정도로 날카로운 끈기를 보여준 승부사 임요환선수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덕분에 강민이 더욱 돋보였던것 같습니다
(강민 선수 조금만 더 방심이 지나쳤다면 위태헀을 겁니다)



반년전 군대간 제친구와 플토의 신예 중 누가 베스트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박용욱을 꼽고(물론 이선수 과거 온겜넷에 한번 등장헀습니다만,)

전 강민을 손꼽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위험한 발언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르러 강민이 한끝차 이상 좀 더 위인것 같습니다



저그를 피해 테란을 잡아나가는것 플토가 우승할수 있는 최선의 조건...

저그전에서 비록 눈물을 흘리지만 테란상대로는 플토도 스페셜리스트들을 충분히 배출할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강민, 저그 상대로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낼수 있는 선수에다
(그리고 절대 저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돌파구를 끊임없이 찾아냅니다)

그의 플레이는 늘 플토유저들에게 많은 영감과 힌트를 주곤 하니... 앞으로 우승의 기회에다.. 놀라운 명성을 거머질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것 같습니다



아직 리그가 끝난것도 아니고 그가 우승의 타이틀을 거머쥔것도 아니지만


아마도 이번이 그가 거물로 성장할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기로 였다면

그는 분명 한꺼풀을 벗어낸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강민선수 앞으로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요

콧물토스나 꽃밭토스같은 우스운 애칭이 아닌 진정 그의 실력에 걸맞는 닉네임을 말입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십시오, 천재가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