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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미분류

카테고리

최근 엑셀로 독서노트/구입계획을 정리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타이핑..이 아니라 주제 항목을 작성할 때다.


최대 5칸 계열의 유동적인 항목 트리를 쓰는데 예를 들면 역사-조선-강점기-미시-패션 이런 식이다.
내 생각엔 앞으로 분류 칸 수가 더 늘어날 거 같다.


항목 작성은 해당 책의 지식과 그 지식이 편입된 총체적 이해의 체계를 반영한다.
항목 분류는 그 한권의 독립적 내용이 아니라 지금까지 읽고 앞으로 읽을 책 내에서 위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항목을 만들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
만약 10만권의 책을 흡수한다면 내 속에서 그 양이 질적인 비약이라도 할 듯한 환상에 젖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책들 간에 뿌리에서 가지로 가는 항목의 순서 혹은 명칭이 다르나 비근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다.

예를 들어, 역사-패션인지 패션-역사인지가 애매해지는 경우에 나는 내 나름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계통(카테고리)을 가르지만 분류를 해나가 무수한 책이 쌓일 경우 결과적으로 비슷하고 연관있는 내용이 분류체계에선 다른 계통에 들어가 버린다. 이 문제는 트리가 점점 세분될수록 점점 까다로워진다.

진화심리학처럼 문란한 족보의 새 주제를 다루는 책의 경우가 이런 문제를 잘 보여 준다. 진화심리학은 A.I를 포함하는 컴퓨터 학과 진화 생물학의 짬뽕에서 시작된 가설로서  기존 심리학의 기반 위에 서 있지 않고 접근방식도 다르지만 인간의 심리와 (명시하진 않지만) 가치판단 문제에 깊게 천착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심리학에서 출발하는 계통에 넣어도 문제며 진화론에서 출발하는 계통에 넣어도 문제다.



해결 기법은 차차 만들어야겠지만 책과 책을 순수하게 언어추론으로 개념화한 뒤 선형 트리 계통에 의존해 연결하고 분류하고 총합하는 고리의 완성도가 어디까지 가능할진 의문이다. 엑셀은 주제 외의 정보(작가별 전집 같은)를 보조로 써먹을 만한 툴을 제공해주지만 내 상상력이 만족할 만한 이상적인 관계도가 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