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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新 메카닉, 팩토리 체제의 기원에 대해서

지난 경기들을 훑어보고 성제양의 Sk toss1 vs 이스트로 팀배틀 평가전을 보며 느낀것.


대 저그전 팩토리 체제, 그러니까 메카닉은 이미 정석화 되는게 흐름인것 같습니다.

정석이란 말은 좀 어감이 부족하고 팩토리 생산 체제로도 저그와 맞춰가는 운영싸움이 충분히 가능함이 증명되어가고 있습니다.



대 유행이네요. 각팀의 테란들이 거의 모든 맵에서 여러 빌드를 시험하면서 또 선수 개개인의 운영특성까지 입혀가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재밌는건, 저그는 메카닉을 상대할 때 토스를 상대하는듯한 유닛 구성과 대응을 보이며, 테란은 저그를 상대로 메카닉을 시전할때 토스전 메카닉을 하는듯한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점이랄까요.

테란은 오래도록 토스상대긴 하지만 메카닉 운영을 갈고 닦아와서 익숙한 연결점이 있는 반면, 저그는 전혀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가는 개념들에 어색해하며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요새 新 메카닉의 기원과 창시에 대해 사람들과 논의하며 느낀건데 저도 그렇고 다들 너무 도식적으로 이해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발리앗, 벌리앗. 이런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고. 대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들의 메카닉 운영실력과 이해도 자체가 늘었다고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원팩-커맨드가 아니라 투팩 출발로도 수쌈이 먹힌다면 후반 운영까지 이끌 수 있습니다.
전진 8배럭 벙커링 후 상황에 따라 투팩을 가지도 하고 원팩 멀티를 먹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팩토리체제 운영 안정화의 바탕이 되는 베이스가 있습니다.
바로 원벌쳐 커맨드의 성립 그리고 대 다수뮤탈 체제에 대한 안정성입니다.

대 토스 메카닉의 수많은 빌드가 원팩더블의 자원/방어 안정성에 기대는것과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대저그 팩토리 체제 운영의 시발점이 된건 분명히 최연성의 원팩-벌쳐-원스타/커맨드-마인과 속업 4벌쳐 드랍-발키리-5팩-> 방1업 골럇 중심의 유닛조합 빌드입니다.

그러니까 08'08'03 라이브배틀에서의 5드론으로 인한 패배 후 호언과, 08-09 프로리그 개막전의 특별전에서 최연성이 보여준 강도경과의 시범경기와, 그후 OSL 인크루트 8강 vs이영호in메두사에서 3-2업 한방메카를 3햇 다수뮤탈 이후 하이브테크 및 자원력 우위로 밟아 무력화 시킨 김준영에 대해 바로 이어진 4강에서 정명훈이 2,4 경기로 보여준 그것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가는것이 최연성의 줄여서 발리앗이라 불리는 그 빌드가 똥이 되었고 무용지물로 사장되었다는 말인데, 원팩-원스타/커맨드 빌드는 여전히 테크차로 인해 3햇 저그에게 좋은 상성을 지니는 카드입니다. 방송경기에서 일반적 경향을 크게 벗어난 레얼2같은 컨셉맵에서 시도되는 시험적/제한적 메카닉도 발리앗이라 불리고 T1팀이 쓰는 메카는 고전 2팩속업 벌쳐도 발리앗이라 부르면서 4강의 충격 이후 응용/반사이익을 바라고 시도된 시험들의 실패로 그리고 최연성 개인에 대한 반감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기 보단 그저 가쉽성 흥미거리로서 필요 이상의 이미지 폄하가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최연성의 '1배럭 더블(그러니까 바이오닉)을 대신하는 혁명적 빌드며 어떤 맵이든 다 쓸수 있고 메카는 그냥 세다'는허세가 불러들인 업보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최연성의 빌드 자체는 커리지 준비하는 층에선 최연성과 연습을 하면서(최연성은 전성기 때도 전략 연습을 할때 아마추어를 구해서 했습니다) 4강이전에 이미 퍼졌었고 몇일 빌드빨로 저그를 눌렀으며 그후엔 2햇 레어로 5:5 운영싸움을 시작하게된, 그리고 4강 이후엔 타팀의 저그들도 연습을 통해 합의된 선입니다. 후에 메카를 상대로도 3햇 체제를 선택하던 저그들이 4강 이후엔 메카 상대로 2햇레어로 돌아선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될 일입니다. 원팩-원스타/커맨드의 체제의 약한고리라 할만한건 대놓고 짓는 빠른 커맨드고, 이 체제의 안정성에 금이 가게 했던 부분도 올인 발업저글링이었습니다. 해서 현재 원팩-원스타 빌드를 쓰는 테란은 본진에서 커맨드를 지어 날리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빌드가 대 메카닉 3햇 대 벌쳐 심시티 후 다수 뮤탈 체제를 사장시킴으로서 고전 2팩 메카의 단타성,도박성 경향이나 특정 조건이(아예 보장된 앞마당 이나 뒷마당 혹은 시간형 반섬맵 등의 안적하게 마련된 다수 가스 자원)  갖춰진 맵에서 꽉꽉 모은 후 한방승부 구도에서 벗어나 저그와 운영싸움을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걸 부정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굳이 2팩 속업벌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크루트 4강 이전의 08년도 대저그 메카닉이란건 카트리나의 맵지형(뒷마당, 진출로 가스멀티, 협곡형 전장) 을 활용한 이영호 3-2업 메카닉 한방을 제외하곤 대개 기습 전략형식이거나 뒤를 보는 운영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팩 체제만으로 앞마당을 언제 어떻게 먹고 막아야 할지 감도 확신도 없어 아카데미를 올리고 파뱃을 뽑고서야 먹는 모습들이 확인됩니다.


벌처로 저글링을 솎아내고 저그에게 성큰을 강제해 저그를 수세로 돌려 앞마당 커맨드를 올릴 여유를 확보한다. 마인/속업 벌쳐를 활용해 저그를 기습하고 멀티를 방해하고 저글링/히드라의 기동을 억제한다.  빌드 테크를 팩 체제 중심으로 완전히 구성하고 다수 팩을 확보해 저그 체제에 맞춰가는 생산 운영기반을 마련하며 미리 확보한 아머리로 다수골럇을 체제완충과 조합의 중심으로 삼고 유연한 타이밍을 가지며 빠른 업글을 통해 시간대비 화력우위를 지향한다.

이전의 메카와 달리 저그에게 널럴한 여유와 시간을 주지 않는 좋은 짜임새는, 최연성이 대저그전 부진 시기의 시행착오 기간으로 치면 2년여 정도,  아이디어 정립 후 최적화 시간을 치면 3개월 가량 연구한 끝에 내논 체제입니다.

위의 발상에서 지금의 新 메카닉은 얼마나 다릅니까? 신희승은 절박한 자신에게 들린 최연성의 허세에 속아서 또는 믿어서 발리앗을 파고들었고 좋은 빌드다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했고 그 결과물들을 전위적으로 내놓고 실제 9승 1패의 승수로 증명해 내면서 팩토리 체제의 부흥을 이끌었습니다.

(1). 3햇에서 2햇으로 회귀했으니 다수 뮤탈체제를 의식해 발키리를 빨리 뽑을 필요는 없다.
(2)  혹시 모를 올인 발업저글링에 잘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벌쳐의 커맨드 건설구도 확보 후 스타포트가 아닌 두번째 팩을 짓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은 최연성의 개념제시 후엔 자연스런 연상입니다.

신희승은 원벌쳐 커맨드 투팩에서 터렛과 골리앗으로 6뮤탈을 막아냈고 여기에 더해 레얼2에서의 얻은 경험과 다른 테란들(특히 전상욱)의 시행착오를 보고 벌쳐의 활용도와 전술의 수준을 높였습니다. 또 다채로운 진격 타이밍을 상황에 맞춰 선보였습니다. 지금의 팩토리 체제가 정립되는 시대를 이끈 중심은 최연성이 아니라 신희승 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인/속업한 벌쳐들을 통해 운영 여백을 메꾸는 저그 견제는 이미 최연성의 개념과 실제의 진행안에서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2햇은 원벌쳐커맨드투팩에 심하게 취약한게 증명되어 저그는 이제 3햇에서 시작하는 부유한 진행을 일반대응으로 다시 삼아가는 양상을 보입니다만, 역시 팩토리 체제도 벌쳐전술의 발전과 팩체제 맞춰가는 운영의 발전으로 커맨드가 빠르다면 3햇을 상대로도 어느정도 대응해 나갑니다. 메두사 같은 맵에선 앞마당의 입구를 막고 커맨드 후의 초부유한 메카도 가능하며 원팩원스타도 다시 쓰이고 사기적인 전진 8배럭 벙커링 메카닉은 저그를 가난하게 만들 카드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단순 1팩 커맨드 빌드 자체는 이윤열이 훨씬 더 과거에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윤열은 원팩 커드맨드를 하고도 배럭을 늘려 바이오닉을 갔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엔 저그와 어떻게 팩체제로 안정된 운영싸움을 할 수 있는가? 테란의 메카닉 한방병력이 모이기전에 여유넘치는 저그에게 어떻게 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는가? 초반 속업벌쳐가 난입해 일꾼대박을 내며 휘두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수 뮤탈에 어떻게 끌려다니지 않고 경기할 수 있는가?란 문제제기에 대한 개념이 서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연성은 은퇴 시점에 분명 테저전에서 문제를 보였고, 그 문제 중 두드러진 하나는 오버뭉치기 뮤짤컨에 대한 느리고 둔한 손으로 인한 대응력 부족이었습니다. 은퇴 후 인터뷰에서도 코치일을 하면서 전략을 개발하고 트렌드를 이끌고 싶다 했고 현실의 이 바닥 코치일이란게 전략개발보단 매니져 업무에 치중되서 좌절도 했습니다만, 자신이 은퇴하지 않고 경기를 계속할 경우를 상정하고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갖고 연구를 계속했다는건, 그리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만한 불길을 지폈다는건 분명 칭찬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 돌파구의 과제 역시 팩 체제를 짓눌렀던 뮤탈의 극복에 중점이 있었다는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전 인간 최연성은 잘 모르고 호감도 없지만 스타 테란게이머로서의 최연성은 훌룡하다 생각합니다.


공은 공으로 사는 사로서, 과거엔 대단했던 그리고 대단하지 않은 근래도 게으르지 않은 지적 열정을 보여준 한명의 테란 게이머의 노력에 대한 허심탄회한 평가가 자리잡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현역 복귀했으니 실전에서 게임 잘 못하면 까도 됩니다.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