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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박성준, 그 절대적인 폭력의 미학

안녕하세요 2월의 마지막이 다가오는게 자꾸 안타까워지는 주다스페인입니다
근래에 많은 글을 마지막 불꽃인양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지 못할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번에 또다시 잘 알지 못하는 저그에 대한 글을 용기내서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부분들 어긋난 부분들을 적어주셔서 모자란 글이지만 보충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성준선수에 대한글은 신한은행 결승을 지난 시점에서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늘 그렇듯이 긴글입니다 편한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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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저그의 넘버1은 홍진호였으며
홍진호는 1.07시대까지 수많은 저그들의 패권을 공고히 한 '사우론', 물량과 확장이라는 방법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플레이를 하는 저그였다


가장 저그답지 않으면서도 저그만이 할수 있는 플레이를 한다는 표현말고는
달리 말하기 어려웠던 홍진호의 독특한 스타일은
가난,폭풍,영리함의 삼박자를 가지고
1.08시대 이후 서서히 몰락했던 저그의 영광을
너무나도 강력해진 테란과의 전쟁에서 마지막까지 지켜낸 저그의 자존심이었다

비록 눈물과 회한만이 지금의 그에게 남겨진 전부지만
일반 저그유저는 물론이고 저그프로들마저도 그의 스타일을 동경했다


홍진호의 삼종족 상대 승률은 톱클래스의 테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그가 명성을 얻었던건 저그가 테란에게 그토록 강할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근 1년간의 형편없는 테란전 경기력과 승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저그의 테란전 승률 종합 1위는 홍진호다-

당대 최강의 테란들, 임요환,이윤열,서지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건 지금 생각해봐도 놀랍다



그러나 개념이 다른 테란이었던 최연성의 등장이후,
그리고 그런 최연성을 이겨낸 박성준이라는 또다른 구세주의 등장이후
자신이 짊어진 많은 책임을 넘겨주게 된다
(물론 홍진호는 아직도 스스로 자신의 한과 한계를 뛰어넘야 할 책임이,
그리고 그를 아직까지도 믿고 기억하는 팬들에게 보답해야할 책임이 있다
홍진호는 저그의 역사였고, 그가 매듭을 지어야만 저그의 팬들은 진정으로 계승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박성준은 완성형 저그라고 불리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홍진호의 유산을 이어받은 적자라고 할수 있다
저그라는 종족은 특별한 전략이 없이 운영과 컨트롤만으로 승부를 해야하는
해처리 중앙통제 시스템의 무정형한 형태를 지닌 종족이다
여유를 가지게 된다면 막강한 맵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갈수 있지만
각각의 상황에서 어디까지 그 여유 드론,병력,해처리를 확보해야 하냐는게 가장 중요한 문제고
홍진호는 그때까지의 저그와는 다르게 그 균형감각, 밸런스가 무척이나 뛰어났다
이 밸런싱이 과거 테란전에서 고승률의 비결이었다
그는 그 최소한의 한에서 게임의 주도권을 쥐고 놓치 않았었다
가난,폭풍, 영리함의 삼박자를 가진 전투와 난전, 견제를 즐기는 저그, 공격의 미학을 가진 저그였다


박성준 역시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고
홍진호보다 더 파워풀한 판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컨트롤,더 강렬한 전투본능,맵에 맞춰 변화하는 확장,운영력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박성준 역시 저그의 타이트한 밸런싱을 맞추는데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밸런싱을 유지할수 있는 최대의 상한선 최저의 하한선의 폭이 무척이나 넓다



무엇보다 그에겐 그 이전의 저그가 부릴수 없던 배짱을 부릴수 있게하는 특별한 자산이 있다
전체적인 스팩의 밸런싱, 엄청난 전투력 그리고 게임의 축을 읽는 통찰력




신한은행배 안기효,박지호의 8강 4강 경기에서 볼수 있듯이
투신은 단순히 저돌적인 타입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복잡한 경기양상에서 어느 지점이
게임의 주도권을 정면으로 잡을 수 있는 축이 되는지 알고 있고 그는 반드시 그곳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경지에 다다른 저그에게 주도권을 이미 내준 프로토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걸 증명하는듯한 경기들이였다


레퀴엠에서 오영종에게 입구를 막히고 완벽하게 움직임이 봉쇠된 상황에서
몇수앞을 내다본듯한 본진에서 무리임이 분명해 보였던 테크로 수송업을 통한 저글링 드랍,뮤탈등으로 한번에 경기를 역전한것  
에버2005 16강에서 박용욱에게 초반 완전히 압도당한 상태에서 무리하는듯한 전투로 비등한 상태를 만들어내고
그후 박용욱이 경기를 잡게되는 흐름에서 한번의 타이밍으로 경기를 끝낸것


구룡쟁패 듀얼에서 보여준 공격을 통한 저그전에서의 역전,

그리고 질레트배 4강에서의 최연성 전, 스니커즈배에서 이윤열의 벙커링에 대해서 드론링으로 응수한것
에버2005배 뮤탈의 미친듯한 움직임으로 역전한 이병민과의 결승 5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박태민이나 마재윤의 판을 채우고 호흡을 고르는 운영과는 다른 또 하나의 게임을 읽는 눈이고
저그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지다
운영이 가장 중요시되는 저그지만
박성준은 저그들이 그 운영때문에 놓친 공격을 잡는 타이밍의 위력을 입증시켰다

박성준이 단순하게 콘트롤이 뛰어나기 때문에 무적의 전투력을 보이는것이 아니다
투신급 전투력은 두리뭉실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운영의 종족인 저그로도 게임의 축을 읽어 내는 통찰력이 없으면 성립할수 없는 무력武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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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님의 아직 신인이었던 박성준에 대한 소고에 보면
투신적인 모습보다도 그를 100개의 눈을 가진 거인으로 묘사한걸 볼수 있다
그는 맵의 모든구석에 유닛을 퍼뜨려 유닛의 시야로 정보를 수집하는것에 굉장히 집중하는데
아마도 이런 그의 특성이 그가 게임의 축, 타이밍과 전투위치선정을 잡아내는 감각을 길러준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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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때 싸우는, 들어갈때 들어가서 이기는 폭력의 미학을 가진 유니크한 저그
투신이라는 호칭은 그에게 붙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닉네임이 아닐까?





저그들의 총체적인 암울기인 2005후반~2006 초인 지금
현재 박성준 역시 테란전에서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맵이 박성준의 에버2005 우승이후 저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선회했고
테란들이 벙커링&더블의 완전 수비모드로 돌아서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좀 느슨하게 정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자신감넘치게 공격하는것도 눈에 띄었다)

테저전의 경기양상 변화에 대해서 명확한 짚어낼수는 없지만
현재 저그가 테란을 잡아내는 방식은 수비적인 테란에 대해서 더 천천히 더 넓게 맵을 장악하는
마재윤식의 운영이 대세가 되고 있는것으로 보이고
박성준 역시 신한은행 배 16강에서 본진 4햇으로 이전처럼 몰아치기 보다는
빠른 타스타팅 멀티를 바탕으로한 히럴의 힘싸움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테란전에서 높은 승률을 보이는 저그는 언제나 공격적인 저그였다는 전통에서
과연 박성준이 이번 결승에서 최연성 또는 한동욱을 만나
어떤 경기양상을 보여줄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것이다


현시대에서 스스로 테저전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장소가
프로게이머 개인에게 있어 최대의 영광인 3회우승의 골든마우스를 거머쥘 수 있는 무대인
온게임넷 결승이라는점은 이번 결승전에 실린 무게를 더더욱 가중시키고 있는듯 하다



그리고 나 역시 박성준이 마재윤이 보여준 수준이상의 것을 보여줄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양박의 신화가 박태민의 부진으로 빛이 바랜 지금(부활할것으로 믿는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저그는 마재윤과 박성준이고
부동심의 마재윤은 저그에게 가장 중요한 테란과의 전쟁에서 그것도 머슴에게 완승했다
테란의 라이벌과 저그의 라이벌 모두에게 답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성준은 아마도 여러의미에서 최연성이 올라오길 바랄테지만
누가 올라오든 결코 쉽지는 않을것이다 한동욱 역시 최고의 저그킬러중 한 사람이니,

임진록이 그랬고, 팀달록이 그랬고 저그vs 테란의 라이벌구도는 늘 우리를 즐겁게 한 카드였다
이번 결승을 통해 새로운 그리고 치열한 라이벌 관계가 써지기를.
(그런의미에서 최연성의 저그라이벌은 좀 안타깝다 그는 박태민에겐 너무 강하고 마재윤에겐 너무 약하다
질렛배 4강과 itv랭킨전의 모두를 열광시켰던 박성준과의 라이벌관계가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박성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선수일까?

입장할때의 환호보다 경기가 끝난뒤의 박수가 더욱 큰 선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질레트배 4강에서 당대 최강의 포스인 최연성을 잡아낼 때의 충격과 환호를 난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어두운 조명아래서 최연성을 시종일관 압도하고서
수백만 저그유저의 '한'을 풀어줄수 있다는 해설자들의 흥분과 함께
관객들이 일어나서 박성준을 연호하고 팬이 아닌 이들조차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박성준이 저그를 택한것이 아니라 저그가 원했기에 박성준을 택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플레이어들에게 감히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이길 꺼려하는 나이지만
박성준은 그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동시대에 이 정도로 격이 다른 저그가 있다는건
저그에게 축복이자 동시에 좌절을 안기는 동전의 양면이였음이 분명한데


오로지 박성준을 기준으로 타종족의 유저와 맵퍼들이 경기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투신 박성준 양박의 신화때 우리는 시대가 한순간 역행해서
1.07이전 저그가 스타의 패권을 잡고 잔인하게 타종족을 학살하던 그 암울한 시절의 트라우마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결국 박성준이 테란!유저인 이병민을 잡아내고 에버2005 스타리그에서 2회 우승을 차지하자
맵퍼들은 저그를 견제하기 위해서 불리한 맵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타 종족 특히 테란 유저들은 박성준의 공격력에 맞춰서 경기의 기준을 잡았다


결국 OSL의 상위권엔 저그중 항상 박성준만이 올라가 있는 씁슬한 결과가 되풀이되고 있으며

더 안타까운 것은 수백만(오해하지 말자 이 표현은 전세계가 기준이다) 저그유저의 희망이라는
박성준은 그 위치에 걸맞는 인기나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좀 떨떠름하긴 하지만 온게임넷이 그를 오프닝에서 소외시키는 작태나
같은 2회 우승자이자 최소한 플레이어로서의 업적에서는 동급인 임요환만을 챙기는 불공정함,

스타 커뮤니티에서는 항상 박본좌라 찬양하면서도 정작 치어풀도 없던적이 있으며 오프에 응원오는 열성팬도 적은 아이러니

케스파랭킹 1위와 POS팀의 수장이라는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무연봉의 현실

멋진 외모가 아니어서인지 그가 자기들의 멋진오빠들을 박살내서인지
몇몇의 팬들이 오프에서나 커뮤니티에서 그를 비웃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미워하는 촌극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되기위한 꿈을 안고 오로지 실력만을 갈고 닦고 또 노력했던
그의 성실한 그리고 올바른 자세에 경기의 승패를 제외하고는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이판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지만


어쨌든 박성준은 불합리한 환경에서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만 지금도 투쟁하고 있고
저그의 희망을 넘어서 이스포츠의 역사에 남는 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많은것을 얻기도 전에 그는 도전자에서 어느새 반드시 물리쳐야할, 미움을 받는 강자가 되어버렸다

새파란 신인으로 등장해 저그 극도의 암울기에 구세주 전설을 써나간것도 어느새 옛일이다
그 열기와 환성과 모든것을 다 가질듯 했던 순간들을 지나
투신이라는 이름과 짊어져야할 많은 책임말고는 어느것도 남지않은 현실에 그냥 쓴웃음이 나올테지만


한가지 기억해 줄것은 게임자체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과
수백만저그유저들에겐 박성준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스타판의 가식과 허위를 깨부수는 악역이 되는것도 멋진일이 아니겠는가?
무시하고 싶어도 무시할수 없는 실력으로 환경의 불합리한 질문에 답하는 거다
스타는 스포츠다 이건 이쁘장한 연예인들의 쇼가 아니다 라고 말이다




승부란 도전이며 도전은 질서에 대한 공격이자 폭력이다
투신의 플레이엔 주어진 환경에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들의 미학,
환경에 맞서 늘 투쟁해야했던 남자들의 절대적인 폭력의 미학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리고 나는 투신이 이스포츠의 역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고
먼훗날에 박성준_July라는 이름의 위대한 저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추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결승에서 멋진 승부를 보여주길, 난 늘 당신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