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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마재윤, 이 시대가 원한 저그

 
안녕하세요, 요새 한창 바쁜 삶에 시달리는 주다스페인입니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간다는것,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시간을 내 마재윤 선수에 관한 글을 하나 올리고 사라질려 합니다
엉성한 글이나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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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재윤, 이 시대가 원하는 저그-

-필자는 프로토스 유저다
이말은 프로토스를 그나마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다른 종족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저그가 짜는 판의 윤곽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저그게이머에 관한 글을 쓴다는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무리한 욕심이 생길만큼 마재윤이라는 저그에 관해 생각하는것은 즐겁다-
글이라고 하기도 뭐한 연상의 나열이며 해석이 정확하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이런 마재윤에 관한 연상의 즐거움을 느껴주시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눈물과 회한의 조진락 트리오 시대를 넘어서 저그팬들의 지지세력은 크게 양박으로 분할된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사나이가 대접받는 새시대 새이상을 꿈꾸는 '버관위 혁명당'이라는 극좌세력은 논외로 치자)
박성준은 저그유닛의 기동력과 극한의 컨트롤을 바탕으로 하는 인파이터식 전투저그를 대표하며
박태민은 라바의 오묘한 이치와 눈앞의 전투를 넘어서는 계산과 안배를 통해 승리하는 득도형 운영저그를 대표하고 있고

양극단의 이 두 방법론 사이에서 수많은 저그스타일은 수렴되어 존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마재윤은 득도에 이르러 마술사라는 칭호까지 받고 있는 박태민을 실제로 팀내에서 자신의 목표로 삼고 거울삼을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으며
그가 스스로 밝힌바는 없으나 운영의 득도에 있어 그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는건 지나친 억측은 아니리라
(GO에서 항상 원더보이들이  등장하는건 스승이자 좋은 스파링 상대가 되줄만한 선수가 각 종족별로 한명씩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에겐 너무 미스테리한 이팀에서 루키들을 출산하는 선수들은 각각 서지훈,이재훈,박태민이었다)


허나 그가 보여주는 운영은 단순히 박태민의 아류로 치부하기가 무리로 느껴질만큼 색깔과 질감이 다르며
쪽에서 나온 물감이 쪽보다 푸르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래전부터 저그는 유저간의 개성차이가 적은 종족이라는 말이 많았으나
이말은 저그유저 팬층의 저변이나 스타리그매니아의 저그 이해도가 그만큼 낮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며
(선수출신 해설자중에 저그유저 출신이 없다는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는 마치 중국에 처음 찾아온 서양인이 중국엔 전부 쌍둥이만 있다고 감탄한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는 아직도 필자가 겪고 있는 고충이기도 하다


마재윤의 경기들과 최연성과의 승자 4강의 승부를 보면서
필자는 그가 상황에 맞춰서 플레이 하는것에만 능한 극도로 유연한, 어쩌면 박태민보다 더 유연할지도 모를 저그라고 평했지만

패자조 결승을 치루는 그를 보면서 그건 박태민이 정립시킨 '운영'이라는 두 글자에 무리하게 맞춘 해석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이언 MSL 패자조 결승에서 그는 판을 최대의 넓이로 짜는 스케일을 계속해서 보여줬음에도
지능적으로 상대를 측량해 어떤 판단의 기로나 선택의 순간에서 칼같은 냉철함을 잃지 않았고
그렇게 커진 판을 정말 시작한지 5분밖에 안된 본진화면을 돌보는것처럼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마재윤의 경기에서 아무런 감동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냉혹한 플레이는 어떤 상대방의 어떠한 재기넘치거나 파워풀한 플레이도 생동감을 잃고 얼어붙게 만든다




그의 플레이의 특징을 꼽자면 드넓은 대륙을 연상시키는 스케일큰 운영,
냉혹,침착함과 인내력이 돋보이는 강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고 승리로 이끌어가는것...


필자는 그때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희대의 군사천재 나폴레옹의 혁명군과 최신기술, 돌파력을 바탕으로한 나치독일군 침공을
거대한 대륙의 넓이와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바탕으로 지연작전을 통해 괴멸시키고
역사상의 두 거목을 셧아웃시킨 시베리아의 러시아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쉽게도 한국에는 눈보라치는 시베리아의 광활한 대지를 표현할 말이 없는탓에
마재윤을 수식해줄 퀼리티 높은 닉넴이 떠오르지 않는것이 안타까웠다...)  





박태민이 유연한 병력기동과 체제전환, 몰아붙일때의 강인함이라는 강유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루브감 있는 운영이라면
마재윤은 유연하다기 보다는 지능적이며 강하다기보다는 극도로 냉철한 거대한 스케일의 운영이라 평할수 있지 않을까?






게임내적인 측면을 좀더 파보자


박태민이 관심받기 어렵다는 운영형의 플레이어였음에도 그가 많은 주목을 받고
운영의 '마술사' 라는 어딘지 생동감넘치는 닉네임을 얻은것은
그의 운영에는 게임내에서 '극복'이라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가진  역량의 진가를 증명해주는 한편
동시에 그가 진정한 의미에서 초반부터 완벽한 빌드와 안배를 바탕으로
상대가 자신을 뒤쫒아 오도록 강제하면서 경기를 지배하지'만'은 않았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의 플레이엔 미세한 차이를 점차 벌리는, 그래서 불리한 상황에선 종종 차이를 좁혀나가 역전하는 모습이 있다
(그래서 비등한 출발이면 물흐르듯이 어느새 거짓말같이 그가 유리해져 버렸다)  
물론 이것은 운영형의 저그라면 완벽하게 말려죽인다는 플토전보다는 주로 테란전에 관한 얘기다
이것은 그가 종종 얘기한다는 "빌드와 종족의 불리를 극복하는것이 실력"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운영의 묘란 상대방과의 상대적 경쟁에 있으며
단순한 겉보기의 양적 우위가 아닌 상대적 차이점을 이용해,
맵과 병력기동과 심리전을 통해 적과 나의 차이점을 살려 진정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다는것이
아마도 그가 깨달은 경구가 아닐까?

병력의 복잡한 움직을 통해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며 그 틈을 이용해 멀티와 라바관리를 자유자재로 한다는것에 박태민의 강함이 숨어있다
(박태민의 운영엔 동양식 병력운용의 정수인 손자병법의 형,세,허실의 원리가 녹아들어 있다, '군쟁'의 달인이라 칭하고 싶을 정도다 언젠가 그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같은 춤이면 소매가 긴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깨달음을 얻은 마재윤이 등장한다
뛰어난 경영력에 거대자본이 받쳐지고 낭비없는 플레이를 한다면 경쟁자는 단순한 실수로도 자멸하거나
막대한 자본탓에 조그만한 이득이라도 본다면 최종적으로 결국 지지않는다는 간단한 이론이다





마재윤은 테란전에서 3햇빌드를 열쇠로 이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듯 하다





이제까지의 관념상 테란전에서 3햇이라는것은 저그가 어쩔 수 없을 때 선택하는 페널티를 먹고 들어가는 빌드였다

많은 사람들은  05년 후반기 저그의 부진은 3햇을 강제하는 맵에 원인이 있다고 했으며
한 저그유저는 3햇은 저그특유의 운영력을 살리지 못하게하는 빌드라고 평했었다


그러나 마재윤은 오히려 테란전에서 3햇을 적극적으로 즐겨 구사했고
대 테란전 총합 승률이 60%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는 한편
우주 MSL에선 이윤열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을,
사이언 MSL 최연성과의 두번의 다전제에서 상대를 모조리 셧아웃(2:0,3:0) 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3햇의 장점이라면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풍부한 라바의 확보에 있으며
초중반에 저그에게 3마리의 라바가 더 있다는것은 단순히 6마리의 저글링을 더 뽑을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건 자명한 일이다
초반 다수의 발업저글링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드론도 충원할수 있고,
굳이 가난해지지 않더라도 테란의 더블물량 병력을 막을 병력을 추가멀티없이 확보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다
이건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또한 3마리의 드론은 테란의 다양한 전술에 대해서 운영의 폭을 넓혀주리라 생각되며
마재윤이 받는 주목만큼 이것을 좀더 명확히 보게될 기회가 앞으로 자주 있을것이다


(저그가 플토에게 그렇게 강력한것은 상성상의 이유도 있지만,
대 플토전의 기본 빌드가 3햇이라는것도 한목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강민의 등장이후 더블넥이 상용화되기 전
플토는 원게이트테크 콤보든 투게이트 하드코어든 결국 저그의 운영력이 뛰어나면
늘 아무것도 못해보고 지는 상황이 자연스러웠던것을 기억하라)


테란의 전략과 운영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컴이라는
농담반 진담밤의 저그전에서의 최선의 한수를 기본옵션으로 장착하게 된후

05년 중반을 넘어서자 저그는 양박의 신화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몰락해 갔으며


초반 최선의 한수를 바탕으로 한뒤 벌이는 운영력의 승부에서 저그는 그야말로 압사당해 왔었다





마재윤의 3햇빌드와 그 운영은 아마도 저그의 최선의 한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완벽한 빌드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자신이 서로 양보하고 양보한뒤 자신이 얻어낼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으로
운영으로 승부를 보기에 가장 최적화된 빌드 운영법이며


테란의 대저그 전략의 귀착점이라고 보이는 벙커링&더블커맨드를 효과적으로 맞춰 잡을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마재윤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녹아드는 초반 빌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저그중 가장 스케일큰 최종후반 경기력과 마무리능력을 갖췄다고 보여지며



명확한 빌드를 바탕으로 게임의 그림이 아주 분명하게, 무난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울 정도로 너무 자연스럽게 이겨버려 성적에도 불구하고 포스가 느껴지지 않을정도이다...)
마재윤은 박태민의 운영과는 차별되는 점이 있다



아마도 마재윤은 상대방을 완전히 맞춰잡는 플레이는 보여줘도 차근차근 역전해나가는 모습은 많이 보여주지 않을듯 하다





그렇다! 성학승이 마치 대기업의 성실한 만년부장 같고,
홍진호는 정열적인 영업과장의 이미지가 있으며,
박성준이 신화를 이룩한 벤처사업가를 연상시키고,
박태민이 해외유학을 다녀오고 경영난에 빠진 수많은 기업을 구해낸 이론과 실제가 겸비된 전문 CEO를 떠올리게 한다면


마재윤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냉철하게 사업하는 재벌그룹 총수처럼 느껴진다




그가 MSL에서 무적의 모습을 보이는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OSL의 입성 역시 이윤열과 최연성이 그러했듯이 시간이 문제일뿐이다





이번 사이언MSL 결승에서 수많은 경험과 다양한 패턴을 바탕으로 저그에게 필요한 모든 스탯을 A급으로 갖췄다고 평가받는,
노련미 넘치는 조용호가 마재윤을 물리치고 우승을 거머쥔다고 해도

현 시대가 주목하는 최강의 저그라는 칭호는 마재윤이 가져갈 것이다


이것은 마재윤이 조용호보다 뛰어난 저그라서가 아니라 그가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돌려말하자면 필자는 조용호의 우승을 바란다는 이야기기기도 하다)


3햇이 강제되는 많은 맵이 쓰이는 요즘의 추세와 다양한 맵의 등장을 생각해 볼떄
마재윤의 운영방식과 스타일은 많은 의미를 가지리라 본다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마재윤의 빌드는 대테란전에서 운영을 위한 최선의 수로 보여지며
저그가 완벽한 경기운영을 한다는것의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준 게이머이고
테란을 다시 공격과 전략의 입장으로 되돌려 놓을 힘이 있는 동시에



너무 오랫동안 계속돼왔던,  테란제국의 '꼬우면 테란해라' 주의식 세계화를 끝장내 줄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달이 차면 기울듯이 테란의 발전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렀다
테란은 이제 안일하며,빌드는 정형화된지 오래고, 안정적 한수를 바탕으로한 운영으로 지지않으려고만 한다
(저그전에서 벙커링&더블컴, 플토전의 FD&수비형을 보라)


테란제국의 패권을 항상 선봉에서 저지 시켜왔던것은 프로토스연합의 영웅들이며,
이 천년제국의 마지막 시기에 저그족들은 뼈아픈 원한과 쓰디쓴 경험을 바탕으로 제국과의 해묵은 은원을 청산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흐름은

테란제국 '물량만능주의' 이념의 충실한 전도사인 머슴을
마재윤이 사이언 MSL의 다전제 두번의 승부에 걸쳐 셧아웃 시킴으로서 이미 시작된 일이다




마재윤은 과연 테란제국의 천년치세를 끝내고 시대의 새로운 '패왕'으로서 등극할 수 있을까?


스타의 판도가 크게 흔들리는 난세의 시대에 이런 거물을 보는것은 흔치않은 즐거움이다




새로운 시대는 그를 원하고 있다


어떠한 나라라도 깨뜨릴수 있는 백만의 대군도 대륙의 냉혹한 겨울눈보라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누구가 있어 마재윤의 운영에 정면대결하는 용기를 보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