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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1

강민, 몽상가는 아드레날린 질럿의 꿈을 꾸는가

 
-편안한 의자와 쓴 커피한잔을 준비하세요-


subtitle: 프로토스 게이머 열전 part 3 '강민, 무장한 예언자'







"새질서를 확립하려는 자는
자기 힘으로 하려는가,
아니면 남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는가로
나누어질 수 밖에 없다.

남의 도움을 기대하는 경우는 실행 과정에서 반드시
장해가 생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자기 힘으로 하려는 자는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타고 넘어 나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무장한 예언자는 승리할 수 있는 것이고,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는 멸망하는 도리 밖에 없는 것이다."


- 군주론 , 마키아벨리 -




[무장한 예언자]


프로토스에겐 오래된 시련의 역사가 있고 그 절정은 2002년 스카이배 전설 이후의 시간들이었다
1.08 패치 이후 테란이 상성을 메카닉으로 극복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저그가 과거의 유산인 수많은 고수층을 바탕으로 종족 전체가 집단적인 향상을 이루어 나갈때
프로토스는 늘 같은 방식으로 경기하고 늘 같은 방식으로 패하는 일들이 당연하게 느껴졌으며
그건 힘과 물량의 종족이라는 프로토스에겐 어쩌면 숙명처럼 느껴졌다

적은 인재풀, 획일적인 스타일
맵에 대한 적응력 부족, 운영의 유연성 결여, 전략성의 부재, 이젠 변화하지 않는 종족밸런스...


1.07시대에 임성춘으로 대표되는 인내와 힘의 프로토스는
혁명적인 1.08시대를 맞이하면서 더이상 고귀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잃었고

전략/심리전과 컨트롤, 타이밍으로 대표되는 스타 제2의 시대에 영악하게 적응한 김동수의 활약은 길지 않았다

김동수의 유지를 이어받아 보기드문 압박/물량으로 대표되는 박정석의 전투적인 프로토스로도
한순간의 전설을 쓸수 있을 뿐 근본적인 현실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2002년을 뒤로 하고 프로토스중에선 박정석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프로토스의 상처뿐인 영광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때는 가장 훌륭한 플레이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던 시기였다
그가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음에도 자꾸만 패배를 거듭하고 있었다


프로토스유저들은 모두 분노했지만 누구도 해결책을 얘기할 순 없었다
박정석이 하는것 이상으로 잘할 수는 없다... 영웅은 가장 영웅답게 패배했다  
[하드코어 컨트롤 죽여주네, 드라군 드라이브 환상이네, 무당스톰 대박이네, 물량 끝장이네 그런데 게임은 졌네...]




시대는 프로토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게임내용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그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 뻔한 전개 그리고 뻔한 결말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종족의 한계,강력한 적들




프로토스에겐 진보가 필요했고, 그 진보의 가능성을 믿을 수 있을만큼의 희망이 필요했다

그것은 단순히 잘한다는것 이상의것을 요구받는다는 의미였다
기계적인 기교의 훌륭함이 아닌 새로운 대안이, 또다른 질서가 필요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커뮤니티에서의 담론과 아마추어 레벨에서의 프로토스의 다양한 시도와 전망이 있었지만
그 비전들은 구체성과 지속성을 지닌채 프로의 세계에서 나타난적이 없었다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듯 예언자는 많았지만, 힘을 지닌 자는 없었다



시간이 그토록 흐르고 2006년도의 가을을 맞이하는 지금도 다시한번 저그가 패권의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프로토스는 최악의 시기를 또 한번 맞이하고 있다

테란과 저그의 격렬한 다툼속에서 항상 방관자적인 구경꾼으로서
저그에게 압살당하고 극강테란에게 치였던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재앙을 또 한번 되풀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때는 한줄기의 빛이 비치기도 했었다
프로토스 유저들의 염원이 종족의 속죄를 한 인물에게 명한듯이 보인 때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나이는 바야흐로 그 빛나는 전성기의 절정에 이르는 순간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강민[Nal_rA]이 스타의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건 김동수가 우승한 2001년 스카이배를 지나  2002년의 시간부터였다
이 당시의 그는 온게임넷의 챌린지리그에 MBC게임에서는 종족최강전 그리고 i-tv의 무한랭킹전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고수든 하수든 승률 50%라는 엽기적인 프로토스로 알려져 있었고
엄청난 양의 캐논과 데뷔전에서의 콧물 퍼즈사건으로 인해 좀 개그틱한 꽃밭토스, 콧물토스라는
그리고 변칙에 의존하는것을 비아냥거리는 엽기토스 뽀록토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등
스타매니아들과 업계관계자들은 대부분 강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임성춘으로 대표됐던 당대의 프로토스는 근본적으로 힘의 종족이었고 안정성과 맞춰가는 플레이가 중시되었기 때문에
변칙이나 필살기에 의존하는 플레이는 뭔가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기에 해야하는 발버둥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단하나의 예외가 인정된 프로토스는 김동수 뿐이었고 그역시 힘과 뚝심을 바탕으로한 게이머였다


이말은 지금도 유효한데 일정한 수준이상을 넘어선 플토게이머 중엔 결코 가벼운 플레이를 하는 프로토스가 없다



2001년도에 아직 프로게이머가 되기전의 강민은 그때부터 변칙적인 플레이를 즐겨 한것으로 보이는데
초반의 콘트롤에 집중하고 변칙적인 전략을 활용하되 후반을 도모하는 것이 좀 남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변칙적인 전략을 중시하는탓에 플토전의 기량이 좋지가 않았다


거의 2년가량 게임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한 그의 각오는 분명 남다른것이었을 테지만(주*1)

챌린지(지금의 듀얼 1라운드) 1차부터 시작된 그의 도전은 결코 성공적이진 않았다
챌린지의 해설자들에겐 반가운, 그러나 본인에겐 그닥 반갑지 않았을 마이너에서의 장수생 생활을 마감하고
화려하게 비상한건 2003년도 스타우트배 MSL에서 이윤열 꺽고 우승한 바로 그 시점이었다


이미 02' 3차 챌린지 1위 결정전에서 앞으로 질긴 악연을 쌓게될 박용욱에게 3:2의 스코어로 패배하고
역시 스타리그 역사에 기록될 인상깊은 라이벌전을 펼치게 되는 질긴 인연을 가진 이윤열과 한조에 편성된 03'1차 듀얼에서
이윤열의 압도적인 탱크물량을 슈팅스톰으로 막아낸 후 어이없이 같은 병력을 또다시 뽑아내며 진격한 이윤열의 탱크월(Wall)에
결국 무릎을 꿇고 난뒤에야 본선진출을 결정지었지만 사실상 그때의 강민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2001년도에서 2002년에 이르는 기간은 강민이 정신적으로나 게임을 대하는 자세로나 크게 성숙한 단계였다면
2002년에서 2003년에 이르는 시기는 게임 내적인 스타일의 완성을 이루었던 시기라고 할수 있다


그를 지탱해주는 특유의 자부심(혹은 오만함)은 피시방을 떠돌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결과였고

단순한 변칙토스와 100년의 거리를 가진 우아한 냉혹함을 겸비한 몽상가의 경지에 이르는 간극을 메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것은 G.O팀의 입단 그리고 이재훈 서지훈 박태민과 동료로서 같이한 경험이었다


이재훈은 은거하는 초고수의 이미지를 풍기는 플토로서 온라인 최강자로 유명했고
뚜렷한 움직임 없이 자연스레 자신이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중후반의 경기운영이 상당히 뛰어난 유저였다
대 테란킬러로도 상당히 명성이 높았는데 역대 극강테란들과의 전적에서 항상 우위를 점한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완벽한 기본기로 테란의 초반 필살기를 가볍게 막아내며 알고도 못막는 옵드라로 테란을 거의 압살했던 이 게이머는
당시 가장 운영형에 가까운 프로토스였다 상대를 마치 보자기처럼 감싸는듯한 게임운영을 보여주곤 하는데
수비형 테란이 등장한 이후에도 그는 상대테란의 멀티를 선점하면서 타이밍러쉬를 강요해 수비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비록 승부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프로게이머로서 명성을 떨치진 못했지만
팀내에서 보고 배우고 또 묵묵하게 게임으로 말하는 스파링상대로서는 최고라 할수있다
후에 GO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는데 서지훈과 함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02년도 후반기의 강민의 테란전은 이재훈을 거의 빼다박은 모습이었다
그는 실제로 대테란전에선 옵드라가 완벽하므로 변칙에 의존할 필요가 적다는 말을 당시에 했고
MBC게임에선 대 테란 스페셜리스트로서 승률 80%를 넘기며 서서히 알려지게 된다

비단 테란전 뿐만이 아닌 강민식의 전략운영을 뒷받침 해줄 독특한 기본기와 뼈대를 완성하는데에는 이재훈의 도움이 컸음을 생각해 볼수 있다



2002년도에서 2003년에 이르는 강민에게서 발견되는 모습중에 가장 눈여겨 볼것은
이길수만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어떤 방식이든 개의치 않고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높은 평가는 받기 힘든 무수한 변칙으로 게임중에도 승부의 추가 몇번이나 아슬아슬하게 기울었지만
그는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경기에선 절대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특히 대저그전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는데
원게이트 테크를 탄 강민이 상대방의 입구 해처리러쉬를 당하자
밖으로 나와있던 한기의 프로브가 상대방 본진 아래 지형에서 게이트를 올리고 그 자리에 멀티를 하면서 밀어버렸던 경기는
그때의 강민이 얼마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경기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였다

지금까지의 프로토스가 어딘지 자기만족적이고 낭만적인 경향이 강했던데 비해서
그는 '승리'와 '가능성'이라는 그 두 단어에 미치도록 집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정석이다'란 말을 하는것을 주저치 않았다
확실히 극강테란과의 전쟁이였던 스타우트MSL을 우승하고 시상식에서 한 인터뷰를 보면
그는 자기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종족인 프로토스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아주 확고했다(주*2)


그는 프로토스의 새로운 질서를 구상하고 있었고, 그건 완벽하게 통일된 하나의 체계를 지닌 새로운 프로토스의 유형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방해가 되는 모든것을 간단하게 무시했고 전통이나 상식같은데 연연하지 않았다


일견 안목이 있다는 사람들이 강민에 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와중에도
그는 마이큐브 배에서 대파란을 연속해서 일으키고 있었다


메이져 대회에서 처음으로 저그를 상대로 원게이트 플레이, CDR(주*3)을 성공시키면서 홍진호를 꺾자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에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원게잇이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무너졌고

조용호를 상대로 기요틴 더블넥으로 압도하자 더블넥은 이론상에서만 가능한 지나치게 난해한 빌드라는 평가역시 재고되었다

임요환이 처음으로 힘이 아닌 머리싸움에서 뒤통수를 맞고 패배한 캐논+다크 전략은
빌드의 심리전에서 우위를 가지는건 테란이 아니라 프로토스라는 사실을 입증한것이었다


강민의 일관성없어 보이는 경기들은 게임 하나가 아닌 연속된 경기를 봐야지만
그가 추구하는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능한 전시회의 연작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일으킨 그 모든 파란중에서 가장 놀라웠던것은 4강에서 박정석과의 대결이었다
기본기와 정면의 싸움에서 약하되 잘 계산된 초반의 전략으로 승리한다는 평가를 받았었지만
그 경기에서 강민이 PvsP 최강자인 박정석을 정면에서 이김으로써 마치 그가 완벽한것처럼 오인받게 할 정도였다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지금도 그렇고 강민은 결코 힘싸움(주*4)에 능한 유저는 아니다
칼같이 날카롭고 뛰어난 콘트롤과 좋은 타이밍의 멀티를 바탕으로 먹은만큼 나와주는 물량과
테란과의 대규모 중앙한타 싸움에서 대승을 이끄는 전술적 운용탓에 오해받을 수 있지만

강민은 항상 '이길 수 밖에 없는' 전투를 하는 게이머였다
돌이켜보면 강민의 콘트롤이 빛난것은 소수유닛으로 견제하거나 접전을 벌일때, 빠른 멀티를 방어할때,
그리고 강민이 준비하고 선택한 전장에서 대규모한타 싸움을 벌일때 뿐이며
강민의 물량이 폭발할때는 항상 상대방보다 많은 멀티를 먹을 때뿐이었다




프로토스의 진보를 자신이 내딛는 걸음의 거리만큼 확장시켰던 전성기의 강민으로부터
마치 구도자처럼 자신의 완성에 대한 치열한 고행을 거듭하는 지금의 강민에 이르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재능은 게임의 흐름을 아찔한 높이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는 시야와
그로인해 비롯되는 예측력 그리고 판을 넓게 확장해서 쓰는 운영의 깊이였다





강민은 운영형 프로토스로서 최초의 완성을 보여준 게이머고 아쉽게도
지금도 완성도있는 운영형 프로토스는 진화중인 송병구를 제외하면 그가 유일하다  


운영이란 직접적인 병력간의 전투나 힘싸움에 의지하지 않고서 객관적인 승산(勢)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정보력,업그레이드,물량,자원(멀티)과 테크,거점 장악 등에서 조금씩 앞서나가는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기본적인 틀은 소수유닛으로 견제 및 게릴라를 하고 물량과 멀티로 승부를 굳히는게 그 방식인데
강민 역시 운영형으로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는 전략적인 프로토스라고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전략적인 게이머가 보여주는 가벼움이 강민에게는 잘 보이진 않는다
극후반을 마무리해내는 경기운영력은 잘 알려져 있고 매크로적인 컨트롤에도 무척 뛰어나다

어쩌면 이건 종족적인 특징인지도 모르겠는데 프로토스는 전략+매크로컨트롤의 싱크로율이 세종족 중 가장 좋다
테란이 운영으로 승부를 볼때 키가 되는것은 거점방어와 수비이고 저그는 병력과 생산의 기동성에 바탕을 두고있다
그리고 프로토스는 전략적인 선수(先手)라 할 수 있다

테란의 화력과 사거리, 저그의 스피드와 숫자를 갖지 못하는 프로토스에서
완벽하게 운영적인 프로토스가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주*5)
(그러나 강민 이후로 정상급을 두드리는 프로토스라면 전략적인 플레이의 소화는 거의 필수적인 덕목이 되었다)



게임내에서 압도적인 우위의 확보를 중시하는 그가 전략에 눈을 돌린것은 사실 필연적인 결과였다

그랬기에 그는 전략이 가지는 필연적인 무리수를 2타 3타로 이어지는 콤보와 노련한 운영과 철저한 준비로 보완했고
쉽게 이기려해 쉽게 패배하는 전략가들이 자주 보여주는 나태함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강민은 그 전까지와는 다르게 프로토스의 하이테크유닛을 전략의 핵으로 삼고 있었고
미개발 되었던 수많은 고급유닛과 인터셉트셔틀(주*6)이라고 불리었던 대 전술병기로
운영형의 게이머였음에도 불구하고 몽상가란 닉네임과 함께 화려함 그 자체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전략으로 성공률을 극대화한 하이테크 유닛 중심으로 게릴라를 하며
멀티와 게이트숫자 업그레이드 그리고 테크를 모두 확보한후 상대방에게 중앙에서의 싸움을 강요한다'



이런 세련된 운영방식은 개인적으로 프로토스가 보여줄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이라고 보이는데


첫째, 플토 전략의 핵인 비싼데다 인구수와 많은자원의 투자를 요구하는
      프로토스의 하이테크유닛의 효율성은 소수일때 가장 극대화되며

둘째, 건물의 특성 및 테크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략의 가짓수 및 응용력이 풍부한데다 뛰어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고


셋째, 전략적인 아이디어+매크로컨트롤의 조화가 가장 좋은 종족이며


넷째, 값싸게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할수있는 게이트의 회전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주력 소모유닛인 질럿 드라군+ 템플러 스톰(삼종족을 상대로 다 쓰인다)이
      한번의 막강한 화력을 바탕으로한 타이밍러쉬나, 200풀 화력전, 기동전 싸움,방어선 파괴 보다는
      힘의 균형이 무너질때 강제되는 중앙에서의 유닛간의 대규모회전인 백병전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좀더 강민의 경기문법을 파고들어가 보자



<1>그는 반드시라고도 해도 좋을만큼 먼저 전략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상대방의 전략을 봉쇄한다
이 모습 떄문에 그는 몽상가란 별명을 얻었고 창의적인 전략을 개발하는데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

<2>그후에도 상대방에게 이득을 보여주어 움직이게 하고 손해를 생각해 멈추게 하는 속임수로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것을 바탕으로 경기를 이끈다 지능적으로 최소비용의 최대 효율을 노리는 것이다  

<3>상대방이 유리한 타이밍엔 최소의 유닛으로 완벽한 방어를 하고
적이 테크나 병력배치상에서 허점을 보이는 불리한 타이밍엔 꼭 적절한 유닛조합으로 약점을 찌른다
전략적인 수가 거의 봉쇄되는 PvsP전투에서 박정석을 이겼던것은 이 경지에 강민이 이르렀기 때문이며
마이큐브를 지나서 한게임배에서 박정석과 대결할때의 강민은 거의 차원이 다른 높이에서 싸우는것처럼 보였다

한게임배 8강의 네오기요틴 경기에서
빠른 멀티를 택한 강민이 오히려 박정석을 먼저 압박하고 그뒤 박정석의 반격을 완벽히 읽어내면서 그를 제압했는데

이건 상대방과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상대의 선택과 그것에 의한 자신의 선택을(혹은 그 역이든) 모두 다 알고난 뒤에 시작하는 모습으로
강민의 연습량과 함께 그의 독특하고 효율적인 연습방식을 엿볼수 있는 단면이라고 할수 있다(주*67)
그의 엄청난 기억력은 팬들 사이에선 유명한데 실제로 그는 자신이 한 모든 게임을 몇년전것 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4>견제와 전략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한순간에 끝내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이렇게 얻은 이득을 그는 착실하게 수비를 통한 멀티와 물량으로 환산한다  
이 점은 유연한 경기운영과 달인의 경지에 오른 테크닉을 바탕으로
뛰어난 견제와 카운터를 보여주는 김성제의 전술적인 프로토스와 잘 대비되는 점이다


<5>그리고 마지막으로 압도적으로 자신의 우위를 형성한뒤 상대방이 중앙으로 진출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게 만들고 이미 자신이 준비하고 예상한 정면대결에서 힘을 집중해 바위로 계란을 치듯 병력을 깨뜨린다





재밌는건 이런 모공(謨功)-허실(虛實)-형(形)-세(勢)로 이어지는 운영은
동양식 병력운영의 정수라 평가받는 손자병법의 핵심원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주*8)

직접 물어봐야 알겠지만 강민이 손자병법을 읽어봤을 확률은 적고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전략사상가와 이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성을 보유한 게이머가 공통으로 찾아낸 방식으로 보인다







김동수의 대담한 배짱과 치밀한 계산이 돋보였던 전략적 필살기로도,
아마추어 사이에서 수없이 연구되었던 전략적인 아이디어들로도 결국 이뤄내지 못했던 것을

강민은 강렬한 자부심에서 비롯되는 배짱,오랜 연구,운영에 대한 역량,연마된 날카로운 컨트롤을 통해 극복했다

새로운 질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프로토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기반해 이룩해낸 것이다


그는 전략가였지만 쉽게 이기려 하지않았고 예언자였지만 말로만 증거하지 않았다
게임에 대한 예측력을 바탕으로한 완벽한 안배와 상대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한하는 전략적플레이는
강민을 '무장한 예언자'로서 종족의 미래를 그 자신의 시야와 플레이 안으로 끌어들이게 했다





스타우트 MSL- 마이큐브OSL - 한게임배OSL- 피망 프로리그(MVP)로 이어지는 길지않은 기간동안
강민은 테란을 격파하고 저그를 꺽어내며 동족들을 제압하면서
프로토스로는 사상 최초로 완벽한 패권을 이룩했다... 종족을 불문한 절대강자의 위치에 프로토스가 오른것이다

마이큐브배에서 숙적이자 집념의 스트리트파이터인 박용욱을 과소평가해 당한 대패도 그의 성장과 각오를 더욱 다져주었을 뿐이었다(주*9)

'역사상 최강의 프로토스' 이것이 그때 그에게 주어진 평가였다
  

한순간만 더, 한발만 더 다가가면 강민은 지배를 확고히하고 황제를 넘어선 이스포츠의 역사로 길이 남게 된다

엄청난 명성과 우승의 성적으로써 기나긴 프로토스 한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의 의미를 주면서 팬들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게이머가 될수 있었다



그 손에 잡힐듯한 승리와 영광과 찬미의 미래들...


그가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 게임계의 레알마드리드라 불리는 KTF로 이적하면서 그건 기정사실이 되는것처럼 보였다


그는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위해 많은것들을 희생하며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가난한 환경에 유리공장에서 일을 할수밖에 없는 처지에 프로게이머를 한동안 포기했고
다시 돌아와 멸시와 비웃음속에서 피씨방을 전전하며 느꼈던 울분으로 죽고싶어했던 그였기에
그는 스스로를 가장 두려워하면서 극복하고 원대한 목표를 지향 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생애 절정의 순간에 거짓말처럼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것이 질레트배에서 자신이 호기롭게 지목한 다음시대의 패자가 될 최연성에게
레퀴엠에선 막을 수없다던 질럿캐논을 최연성이 막아낸 패배에 대한 충격이든(주*10)

KTF로의 이적한 새로운 환경이 그에게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든

그 지나친 자부심이 결국 오만함이라는 날이되어 자신에게 돌아온것이든


MSL 센게임배와 스프리스배를 거친 후의 그는
한순간만 늦었다면 패배했을 경기를 결단력이 돋보이는 분노의 역러쉬로 종종 역전해냈던
지난날의 강민과는 천년의 거리를 느끼게 하는 판단력을 게임내에서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가 자신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버팀목이 되었던
순간적인 반응속도와 정교하고 날카로운 컨트롤마저 눈에띄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얘기지만 강민은 라식수술을 받고도 안경을 써야할만큼 선천적으로 눈이 나빴고
유리공장에서 일하면서 얻게된 눈의 혹사는 검은타일의 맵에서 럴커가 버로우한것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시력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슬럼프와 시력의 악화라는 최악의 수가 두번이나 겹쳐 강민에게 돌아온 것이다...





장장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는 스타리그의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경기력은 서서히 저하되어 갔다

듀얼과 피씨방을 넘나드는 그 많은 기회의 순간에 강민은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어이없는 전략적 무리수로 쉽게 이기려했으며 날카로운 판단력은 빛을 잃었다


강민은 더이상 그 날카롭고 오만했던 예전의 강민이 아니었다
몽상가란 닉네임처럼 그는 성격도 인상도 부드럽고 온화하게 변했고... 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경기 역시 그런 그를 닮아갔다

새로운 팬들은 푸근한 인상과 함께 적절히 유명해지고 스타군단에 있게 된 그를 좋아했고
몽상가의 '꿈'이란 단어는 어느새 두근거림을 간직한 강렬한 비전이 아닌 회사의 기업로고같은 이미지 상품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쉽게 꿈을 말했지만 쉽게 말해지는 꿈은 쉽게 잊혀지는 법이다 그것은 아무런 힘도 없는 장식같은 말이었다


그는 칼을 놓았고 흐르는 별처럼 덧없이 세월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를 포기하지 않았던것은

프로리그 절대절명의 에이스 결정전에서의 미스테리한 강력함이
오랜 시간동안의 침묵과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배짱과 승부근성만은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주었고

수비형 프로토스를 다듬고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강민이 예전 무명시절과 마이너에서 해맸을 당시에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객기를 부리던 때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스타 역사상 가장 임팩트있는 한 장면으로 꼽히는
이병민과의 패럴렐라인즈 할루시네이션 리콜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강민은 아직 반짝이는 희망이었다(주*11)







[몽상가는 아드레날린질럿의 꿈을 꾸는가]




어느덧 그와 함께 한 영광의 3대 프로토스는 그 후계자들이 그들이 성취해낸 영욕의 순간들을 발판삼아
자리를 빛내고 활약함으로서 어느덧 그들 앞에 옛 '구'자를 붙여 칭하기에 이르렀다



강민의 경기력이 부활할 조짐을 보였던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세대교체가 끝나버린
2005년도 연말에 있었던 MSL 사이언배 최연성과의 패자4강에서의 패배 이후였다
비록 패자4강까지 올라간 대회였지만 강민의 경기력은 그 대회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극강의 수준을 보였던 플플전이 하락하고 있었다는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전태규와 박정길이라는 플플전 약자들에게 고전하면서 겨우 올라가야 했고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렸던 최연성에게도 예전처럼 전략으로 한번 이기고 기세와 운영에서 두번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닥 표현은 안했지만 강민은 최연성과 자신이 높은곳에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2년만에야 마주칠 수 있었고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패배한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패배에서 목표를 찾았다
다시한번 날고 싶다... 절정의 순간에 자신을 떨어뜨리고 시대를 제패한 상대와의 재회
강민은 예전에 기분좋게 달려나가면서 꾸던 꿈에 대해 생각했으리라


패배이후 강민의 경기력은 점점 좋아졌고, 눈빛또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블리즈컨이나 듀얼을 거치면서 보여주는 경기력은 어느정도 믿음을 갖게했고
듀얼1라운드 1위 결정전에서 염보성에게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결국 그는 3년만에 OSL에 오르고 양대 메이저에 진출하게 된다



전성기의 강민과의 차이점은 절정의 포스를 보여주는 결단력이 사라졌다는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것은 기본기와 반응속도의 저하였다
시력의 악화라는 물리적 문제는 연습량으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기묘하게도 실마리는 전성기가 지나면 가장 빨리 승률이 떨어진다는 역상성 종족전에서 찾아왔다


강민이 프로토스의 역사에서 이룩해 놓은 업적중에서 평가절하가 불가능한 것 중의 하나는
저그에 대한 끊임없는 반항과 실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전성기 강민의 화려했던 저그전 스타일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강민은 저그전 승률이 매우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전략적 공격이 먹히기 위해서 지불해야 되는 위험부담은 테란전보다 훨씬 높았고 그건 50%에 가까운 승률로 나타났다
이 당시 강민이 저그전에서 보여준 카드는 원게이트 테크트리의 다양한 가짓수를 갖는 테크니컬한 전략과
더블넥을 하고선 선수비후 저그와 물량싸움을 거는 두가지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의 강민은 저그전에서 한계를 느끼고 더블넥을 파고 들었고
초반에 뚫리는 어이없는 패배를 자주 기록하면서 '져블넥'이란 별명이 이 전략에 붙었지만
강민은 개의치 않았고 어느덧 어떤 맵에서든 안정적으로 더블넥을 하는 방법을 완성시켰다

상당히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테크니컬한 스킬이 요구된 탓에 원게이트는 크게 보급이 안되었지만
더블넥은 저그와 대등한 힘싸움을 할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많은 플토게이머에게 받아들여졌고  
이젠 왠만한 맵에선 저그 상대로 기본적으로 더블넥을 하는건 정석이 되었다


그러나 강민은 여기서 더 발전해 나아가 원게이트 테크트리의 분파중 하나인 커세어 리버와
더블넥의 자원을 접목시킨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

흔히 수비형 프로토스, 혹은 스플래쉬 프로토스 라고 불리는 이 전략은
경기를 장기전으로 이끌고 가면서 프로토스에게 우직한 힘과 생산력의 승부를 강요하는 메카닉처럼
경기를 초장기전으로 이끌고 가면서 저그에게 대등한 입장에서 오로지 운영으로 승부를 볼것을 요구할수 있었고
PvsZ에서 새로운 틀을 제시해 줄수 있는 변화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


강민특유의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유닛움직임과 완벽하게 계산된 빌드의 안배를 바탕으로한 초반을 넘기면서
플토가 저그에게 상성상 보이는 대부분의 약점을(특히 초반 정찰력의 우위와 저글링, 그리고 하이브이후의 파워)
무효화 시키면서 운영의 저그에게 오히려 운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이 뻔뻔함이야말로 강민스러운 부분이었다


강민이 2년의 시간을 걸려 만들어낸 작품이었고 알고도 막을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질만 했지만

문제는 프로토스는 운영형의 게이머가 거의 전무하고 TvsP의 마린탱크 조이기 보다는 훨씬 강력한
하드코어와 원게이트 그리고 더블넥이 PvsZ엔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강민의 전략은 너무 오리지날리티가 강해서 준프로급이 아니라 프로레벨에서도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그 유니크함은 희귀함으로 인해 강력할 수 있지만, 만약 집중적으로 연구당한다면 혼자서 부담을 짊어져야 할 위험부담 역시 있다


게다가 게임타임이 30분을 가볍게 넘기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전략은 사실 다전제에서 마음대로 구사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민은 수비형을 완성한 뒤에는 오히려 실전에서 다양한 기술을 섞기 시작했고
수비형을 완성하느라 연마된 운영력과 시야는 강민에게 어떤 경로에서든 저그의 약점을 캐치해내는 눈을 제공했다
2006년도 초반기의 강민이 저그전에서 대충하는듯한 힘싸움과 스톰 컨트롤로도 이겨나가는건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타종족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의 강민은 뛰어난 기본기와 칼같은 유닛반응속도를 바탕으로 날카롭고 강인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그는 먹줄을 댄것같은 자로잰 준비와 행동으로 이전의 플토가 보여줬던 게임운영과 병력운용상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던, 원게이트 테크트리의 화려함과 인터셉트 셔틀의 정밀한 움직임으로 인상지어지는 플레이어 였다

슬럼프가 2년넘게 장기화되고 그에 맞춰 전성기의 기본기 기량 저하와 동시에
예전에 유리공장 일을 하면서 얻은 눈의 부담이 원인이 된
극도의 시력 악화로 인한 필연적인 반응속도의 하락은 그에겐 큰 시련이었다
당시의 그가 보여준 경기들 특히 vsP,T전에서 깔끔하지 못한 병력운용
그리고 저그전에서의 대충하는듯한 게이트유닛의 힘싸움컨트롤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지만
그는 자주지진 않았고 오히려 이기는 횟수가 많아졌다
천적인 저그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방법론의 귀착점인 수비형 프로토스는
그에게 전성기를 능가하는 더 넓고 더 깊고 더 유연한 운영의 묘, 또하나의 눈 '심안'을 키워준 것이다



근 3년만에 부활한 강민의 경기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절묘한 수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사전 공격의도를 완벽히 파악하는것에서 시작되는 지금 이곳이 뭔가가 필요해 라는 생각이 들때면
딱딱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반박자만 빠른 대응으로서
수비의 형과 범위 그리고 자원낭비를 최소한 줄이는 모습은 완벽하다기보단 오히려 긴장감을 자아내는 모습이다


본래 승부에 있어서 선공이 중요시 되는것은 공격자는 공격의 위치를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반면에
수비자는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병력과 신경이 모든 범위로 분산돼 엷어지기에 자연스럽게 병력의 집중력에서 밀리기 떄문이다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상성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초반부터 저그의 기동력과 테크와 정보부족에서 밀리기에
자신의 세력권에서 자원과 병력과 테크가 항상 분산되어 저그에게 늘 휘둘리는것이 당연스럽고
저그는 그 당위성을 바탕으로 항상 플토보다 많은 자원과 병력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강민의 저그전은 비단 수비형이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이 드물다
그의 저그에 대한 방어는 언제나 적절한 타이밍의 적절한 유닛과 적절한 심시티와 적절한 포톤과 적절한 테크로 마무리된다
그와 상대하는 저그는 저그가 늘 당연스레 주장하는 운영상의 기득권을 요구하기 어렵다
(재밌는 일이지만 박지호는 강민과는 정반대의 방법론으로 저그의 기득권을 포기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운영의 거장인 마재윤이 질럿과 드래군만으로 강민에게 무너진 경기가 발생하는 원인이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곧이어 테란전과 플플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하게 된다
신한은행 2차 듀얼에서 안기효와 플플전에서 강민은 딱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유닛으로
안기효의 여러차례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보이는'것'처럼 막아내고 승리했다


그러나 그가 하는 방어력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런 강민의 심안을 뚫고
상대방의 공격이 히트했을때 그 충격을 흡수하고 상대방에게 공격을 유도하여 마치 빨려들어가듯이 힘을 빼버리는 듯한 능력이고
조금만 더 때리면 쓰러질듯한 공격이 연거푸 들어가고 상대가 이미 아차 싶었을땐
자신은 이미 무리하게 소비를 해 지친데 반해 강민은 멀쩡히 서있거나
방어와 동시에 수행한 게릴라에 의해 본진의 자원수급이 무너진 상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고
상대방은 이 상태에선 장기전에 승산이 없다는것을 깨닫고선 무리한 공격을 하다 결국 자멸하게 되는것이다


Kswis 듀얼에서 소울팀 저그인 김남기를 상대로 본진넥서스가 드랍에 날라가고도 오히려 저그가 스스로 자멸한 경기
마찬가지로 엘리트학생복 대회에서 마재윤이 본진드랍으로 넥서스를 날리고도 때마침 완성된 타멀티로 프로브가 이송되면서
연속적인 공격을 한 자신이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것을 깨달은 마재윤이 그답지않게 무리한 싸움을 걸다 스스로 무너진 경기가 그렇다
비록 졌지만 염보성과의 프로리그 경기에서 강민이 불리했음에도 염보성의 공격에 강민이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으면서
리버로 카운터를 계속해서 날리자 오히려 그쪽에서 강민보다 더 다급한 모습으로 몰아친 경기도 이 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플토는 원래 방어가 강한 종족은 아니다
방어에 강점을 지닌 종족은 테란으로서 scv와 마인,벙커,값싼 터렛,긴 사거리의 시즈모드 그리고 결정적으로
건물의 수리와 띄우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바위같은 단단한 방어로서 그리고 방어선의 확장으로서 공격이 가능한게 테란이다
프로토스는 결코 그럴수 없다 복구력도 단단함도 이 종족에게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최연성의 플레이스타일이 절대 프로토스에게 나올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넥서스는 완파되기도 쉽고 멀티와 앞마당뿐인 상태에서 넥서스가 완파된다는건 반은 패배했다는 의미다


강민에게 있어 수비의 형은 바위가 아닌 물의 모습이 이상적으로 비치는것 같다
물은 높은곳을 피해 낮은곳으로 흐르고, 강민은 강점을 피하고 동시에 게릴라로 약점을 친다
물은 땅의 형태에 따라 자연스런 흐름을 만들고, 강민은 공격에 따라 적합한 수비로 방어한다
물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것처럼 강민 역시 고정된 방식으로 승리를 이루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한번 자신만의 무기를 손에 쥔 강민은 거칠것이 없는것처럼 보였다
OSL에선 비록 안타깝게 16강에서 그쳤지만 24강의 전략을 통한 3승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엔 충분헀고
MSL 프링글스에선 최연성을 지목해 정석적인 운영으로 꺾고 극악의 럴커조이기가 가능한 디아이에서 조용호를 게이트유닛으로 뚫어내고
자신의 오랜 숙적이자 라이벌인 박용욱에게 자신이 그동안 당한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3:0으로 승리했다


시람들 사이에서 다시한번 꿈이란 단어가 유령처럼 수근거리듯 웅성거리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과거만큼의 두근거림과 힘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젠 더이상 그 단어엔 식상한 광고문구같은 가벼움은 없었다


분명한 약점을 장점으로 커버하며 그는 훌륭히 시대에 적응하고 다시 재기했다

또다시 한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수비형의 완성과 함께 주어진 역사상 저그에게 가장 강한 프로토스라는 수식은
상대가 이 시대의 패자에 가장 근접한 마재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더구나 강민은 이전까지 마재윤과의 승부에서 항상 우위를 점해오지 않았던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강민은 마재윤을 상대로한 다전제에서 수비형(더블넥-스플래쉬) 토스를
처음부터 구사하지 않았고 연속해서 사용하지도 않았다 1경기 815에서의 전진게이트 전략을 완벽하게 봉쇄하자
2,3경기에서 그는 오히려 저그에게 소모전을 강요하면서 약점을 찌르는 박정석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결국 3경기에 패해 최후의 궁지에 몰린 그는 4경기에서 수비형 프로토스를 꺼내들었고
마재윤의 뮤탈 훼이크에 멋지게 속은 강민은 3:1로 결승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다전제에서 마재윤급의 저그는 흔들지 않고선 힘들다는 것에대한 강박관념
서서히 수비형에 적응하기 시작한 저그들, 그리고 완전하게 성장한 마재윤에 대한 부담감...
강민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완벽한 패배였다


그 스스로 가장 아쉬웠던건 4경기였을 것이다
초반유닛의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과 빌드의 완벽한 안배를 바탕으로 커세어-리버의 운용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춰놓는것은
강민식 수비형 프로토스의 기본적인 전제였고, 마재윤은 이 작업단계에서 강민을 누른 것이다
'운영싸움으로 넘어가면 지지않을 수 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나서도 타임머신에서 나가지 않고
리플레이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강민의 마음속에 맺힌 메아리와
시상식에서의 오늘을 잊지 않고 다시 이 자리에 서겠다는 한마디는
예전 마이큐브배에서 박용욱에게 패배한 후를 떠올리게 하긴 했지만
과연 예전만큼의 오만과 자부심이 그에게 남아있을지는 알수 없는 일이었다



강민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하늘에게서 버림 받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3년이 걸렸고 수비형을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기에 메이저로 돌아온 시기는 너무 늦었다
수비형의 완성에 맞춰 좀더 빨리 기량이 회복되고 그때 결승의 무대에서 저그를 만날수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강민의 꿈, 그리고 그가 완성시킨 수비형 그 자체가 깨진것은 아니다
비록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가지는 한계를 정면으로 노출했던 결승이었지만
'더블넥-스플래쉬'라는 작지만 확고한 희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고
그건 저그가 처음으로 프로토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한 방법론이었다


프로토스의 그 수많았던 영웅들중에서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에서 저그를 두렵게한 사나이가 강민 말고 있었던가?

그러나 강민은 과거 두번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잠에 빠질듯한 모습이다
새로운 무기를 완성하는데 이번에는 과연 몇년의 준비와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될까...





06년, 스타가 제4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판도는 테란에게서 저그에게로 기울어지고 있다
프로토스에겐 이스포츠가 태동한 이래 사상 유래없던 최악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과거 한명의 예언자가 일어나 모든 질서를 써나가야 할만큼 프로토스는 이제 기반없는 소수종족은 아니다
자생력이 있고 다양한 스타일이 있고 점점 인재풀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소한 위기쯤은 이겨나갈 것이었고
어쩌면 진정으로 저그를 극복한 게이머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배짱을 가진 박정석을 보는듯한 박지호와 기본기를 잃지 않은 강민을 보는듯한 송병구와
박용욱을 뛰어넘는 밸런싱을 보여주는 오영종과 그외의 수많은 프로토스의 재목들이,

전대의 선배들을 뛰어넘는 역랑과 기개로서 위기에 처한 프로토스들 속에서 분연히 일어설 것이다
프로토스의 영광과 미덕은 결코 끝나지 않을것이다
오랫동안 밸런스의 미명아래 불합리한 압제에 시달려온 우리들에게 이 싸움은 정의롭고도 정당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쥐고 일어설 것이다




그러나 강민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종족의 빛나는 비전과 희망인가? 아니면 자신의 자책과 회한속의 망상인가?



몽상가는 아드레날린질럿의 꿈을 꾸는가?













<제 글에는 주석이 달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글의 흐름이 끊기길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그대로 쭉 읽고 나중에 주를 한꺼번에 정리해서 읽으셔도 되지만 정히 궁금하고 꼼꼼하게 글을 읽는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음의 방법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있는 주는 (주*X)로 주를 단 밑의 풀이부분은 (주X*) 로 말꼬리를 달았습니다
키보드에 있는 Ctrl+F키를 누르면 단어 검색기가 나오는데 주가 나오는 문단에서 그대로 '주X'을 치시면 아래로 내려가 주석을 확인하고
다시  (검색방향을 위로 하고) *X을 치시면 본문으로 돌아갑니다


주1*)강민은 99년에도 게임대회에 참가한 기록이 있다 물론 그때는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아직 정립이 안된 시기였다
그뒤 그는 가장형편상 생계비를 위해서 1년 7개월동안 게임을 쉬었는데 강민의 재능과 성실함을 알아보고
물질적/정신적으로 강민을 후원해주었던 직장인 동호회 119클랜이 없었다면 지금의 강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119클랜 회원분들과 캐노피님 항즐이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주2*)스타우트 MSL 결승에서 강민은 첫메이저 진출에서 우승하고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담담히 시상대에 오른 후 이렇게 말했다
"프로토스는 좋은 종족입니다. 배신하지 마시고 계속 지켜나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주3*)CDR-> 커세어 -드라군-리버, 원게이트 테크트리 빌드의 한 분파
커세어로 오버로드를 견제하고 리버드랍으로 타격을 주고 나서 정면에서 드라리버의 화력으로 뚫는다


주4*)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전투와 적절한 보급생산력의 우위를 소모적으로 다투는 행위


주5*)강민의 그 수많았던 객기와 변칙은 아마도 이것의 완성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략이라는것은 파괴력은 좋아도 기본적으로 안정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며
토너먼트나 단판전에서 프로토스가 종종 미치도록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비밀이기도 하다

Teamliquid.net 인터뷰에서 질문받은 플토가 단기전에서 보여주는 변칙적 전략에 대한 이재훈 선수의 평을 들어보자
이재훈 왈 "음… 그런 전략이 잘 먹히기만 한다면 상관없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전략이 잘 듣지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강민 선수는 예외지요. 강민 선수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 생각하고 경기하거든요. 그래서 그가 특별한 거죠."

전략과 연동되는 후반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할 선수는 기욤이라고 할수 있는데 강민 이전에 프로토스적인 운영의 가능성에 가장 가까웠던 선수라 생각되지만  게으른 천재에 손이 매우 느리고 한번 써먹었던 전략을 재탕 삼탕 사탕으로 골수까지 우려먹는 이해할 수 없는 패턴을(겜티비 대회에서 우승하고 다음시즌에 떨어질 때까지 패스트 캐리어만을 끝까지 써먹었던 선수다...) 보여줬던점은 강민과 잘 대비가 되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다


주6*)여러기의 속업 셔틀을 어지럽게 활용하면서 테란전에선 질럿+아콘+하템+다크+드라군의 종합세트 드랍으로
어려운 교전을 승리로이끄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테셉트의 움직임을 보이는 셔틀이랄까?
강민의 셔틀이 파고드는 경로는 예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짐레이너 메모리스에서의 유인봉/임요환전, 엔터더드래곤과 U-boat에서 이윤열과 벌인 혈전은 특히 유명하다


주7*)강민은 연습시에 상대가 할것과 상대에게 자신이 할것을 모두 알려주고 연습한다고 한다


주8*)
모공- 전략으로 공격하거나 상대의 전략을 봉쇄하는것을 말한다
허실- 강점과 약점, 노자의 영향을 받아 생긴 군사사상으로 쉽게 말해 '속임수'
형  - 전장상에서의 병력의 숫자 배분과 위치 진형등 물리적인 형태
세 -  형의 우위에서 비롯된  물리적+심리적 우위가 응축된 상태나 혹은 그것이 발휘되는것


주9*)강민이 전성기에 범한 가장 큰 실수중의 하나는
마이큐브 결승때 박용욱을 과소평가한 것과 시상식에서 오만하게 그를 무시한 발언이었다
이 강인한 프로토스는 집념으로 전투의 결과를 뒤집고 악랄한 견제로 강민의 운영을 원천봉쇄하면서
강민이 어떤 유저이며 무엇에 약한지 잘 증명해 주었다
MSL에 이어 OSL에서 로얄로드의 동시달성과 가을의 전설의 계승자라는 전무후무한 위업이 꺾인 강민은
준우승 이후 패배를 바탕으로 더욱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온게임넷 준우승 징크스를 무산시켰지만
후에도 박용욱은 강민과의 대결에선 120%의 집중력을 항상 유지하면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스스로를 극복할 줄 알았던 이 존경스런 프로토스를 한번 화나게 한 대가치고는 꽤나 가혹한 일이었다
강민의 팬이라면 박용욱과 함께한 모든 경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주10*)다음시대의 패자이며 테란중 역대 최강의 운영능력을 보유한 괴물 최연성의 등장과 강민은 맞물려 있다
강민은 최연성과 마주칠 때마다 기본 3연타로 들어가는 콤보를 먹였는데도
최연성은 절정의 방어능력을 보여주었고  종이 한장차이면 뚫릴 수비는 결국 뚫리지 않았다
같은 운영형임에도 강민은 추상적인 흐름과 종적인 변화를 중시했고
최연성은 구체적인 실리와 횡적인 맵장악을 중시하는 면에서 상극에 위치한 게이머라고 할 수 있다
  

주11*)당시 나는 군대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스타는 할줄 알지만 프로게이머에 관심이 없는 후임이
이 경기를 생방으로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저 사람은 단순한 게임을 하면서 어떻게 이런 감동을 주는걸까'라고
환상의 GG타이밍을 보여준 이병민 선수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참고 및 자료 글, 글쓴이들 목록]

마키아벨리_'군주론', 시시오 나나미_'체사레 보르자', 손무_'손자병법', 김명근 _'애노희락의 심리학', 김연우님(천재...),sylent님, kimera님, 김동수님, Daydremer님, 폭풍저그홍진호님, 항즐이님, Forgotten_님, 난폭토끼님, lovehis님, Unipolar님, legend님, Peppermint님, 그외에 강민에 대한 글을 써주신 PGR-스갤-비타넷-Yg클랜 등등의 모든 스타커뮤니티 여러분들 그리고 엠비씨와 온게임넷의 해설&캐스터분들



Ps-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강민 선수에 대한 정리이자 이곳에서 몇년을 보낸 저 자신에 대한 정리이기도 합니다
이글엔 강민에 대해 고찰하고 담론을 나누었던 수많은 분들의 이야기와 정보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더해 군주론에서 영감을 얻어 주제를 구성해 나가고 2년동안 구상했던 제 자신의 분석과 견해안에 그것들을 통일적으로 정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글은 그 모든 글들에 대한 패러디이자 오마쥬이기도 합니다

*이글의 제목인 '몽상가는 아드레날린질럿의 꿈을 꾸는가'는 '필립 K 딕'의 SF고전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따온 것입니다

Special Thanks- 강민 당신, 그리고 당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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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상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이글은 대략 총 10번을 새로 쓴 끝에 나온 글입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글의 어려움을 깨닫습니다...
나름대로 어떤 주제를 잡고 글을 쓰는 편인데 10번째에 이르러선 머리가 하얘지더군요
강민이 변할때마다 쓰던 글을 지우고 다시 쓰고 포기하고 다시 쓰면서 2년이 흘러
마키아벨리씨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완결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정작 이 글쓰는데 주어진 시간은 5일뿐...)
글의 분량을 줄이지 못한것, 애증을 가장 많이 갖는 게이머이면서도 이정도의 글로밖에 그를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상당한 후회가 남지만 여기서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했던 얘기는 그 어두운 터널 같던 시절

스무살 초반의 목적없는 방황과 공감될수 없는 고독을 프로토스라는 종족에게 투영시키며 울분했던
저에게 친구로서 그리고 나의 데미안으로서 함께 걸었주었던 게이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2년의 전 자의식과잉과 자기비하 사이, 원대한 이상과 변변찮은 그릇의 경계,
그리고 고귀하지만 사실은 별볼일 없는 프로토스라는 분신이 전부던 21세의 청년이었습니다


스타의 삼종족은 각각 저그와 테란 그리고 프로토스입니다
그리고 개발자가 반은 의도적으로 반은 무의식적으로 설정한듯 하지만 각 종족은 각각 인간 내면의 심층구조인
격렬한 본능(이드)의 저그, 냉철한 이성(에고)의 테란, 드높은 이상(이데아)의 프로토스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프로토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주의자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닭살돋는 멘트를 종종 잘 날리는 것도 주로 프로토스 매니아들입니다)



저 역시 프로토스라는 종족에 제 자신을 투영시키며
자조어린 비극에 즐거워했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이 현실이 바뀌길 바랬습니다
그건 자조와 분노와 원망의 무게를 더해 내심 깊어져만 갔던 소망이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가능성만을 담보로 한채 무언가 선천적인 결함을 지닌듯한 프로토스가 구원받을 수 있다면
저 역시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거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현실에서 강하게 살아남고 싶었지만 저 자신조차도 명확히 짚을 수 없는 꿈 또한 포기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한단 말인가?'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용납될수 있는 일일까?'
'하루하루 만족한것도 아니면서 시간이 흐른것을 멍하니 초조하게 바라보는 고깃덩어리처럼 살고 싶지 않다'
'... 어쩌면 결함은 이 세상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막연한 기대와 원망을 뚫고 그가 나타났습니다




그 당시의 전 왠지 모를 열기에 들떠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알고 있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단 몇번의 경기를 보고 그의 미래를 정확히 예견했던건
그게 제가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었고 또한 프로토스에게 바라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바로, 꿈을 밤의 침상이 아닌 대낮의 태양아래서 꾸는 자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자'의 분명한 형체였던 것입니다



전성기의 강민이 그 경지에 오르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몰락했던 것처럼
그 화려했던 경기들이 사실 너무 아슬아슬했던 것처럼


꿈이란 결국 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백주도로에서 꿈을 꿀수 있는 자는, 그리고 그 꿈을 현실적인 냉정함과 효율성위에 쌓아올릴줄 아는 자는
우리의 현실을 꿈과 조금더 가까워지게 합니다,

하나의 나라나 종족 혹은 조직 또는 개인을 수년 혹은 수십년 앞서게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입니다

합리적인 이상주의자로서 분석적인 관념론자로서 대담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것.
꿈꾸는자 최대의 아이러니는 그가 얼마나 몽환적인 꿈을 꾸든  날카롭고 냉철한 태도를 지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몽상가는 시즈모드 드래군이나 아드레날린 질럿의 꿈을 꾸지 않습니다
몽상가가 꾸는 꿈이란 예컨데 돌격하며 산화하는 질럿과 드라군의 우직한 희생을 딛고서 만들어지는
환영 아비터 리콜의, 전율의 다크아콘의, 꽃밭캐논의,더블넥의,인터셉트 셔틀의, 수비형의, 원게이트의 현실과 같은 것입니다  

'몽상가'의 이름을 얻게된 그옛날의 마이큐브 홍진호와의 신개마고원 경기에서 엄재경 해설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저그에게 원게이트 플레이를 하는 프로토스는 바보란 소리 들었습니다.
하지만 강민선수는 지금 그것으로 저그를 이기고 있어요!!!!"



이제 연말까지 글을 쓸일은 없을 겁니다 모두 꿈같은 여름날과 결실의 가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