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후로 인간의 진보에 있어 종교가 도움이 될 가능성은 매우 회의적으로 봐야겠지만 그와 별개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신이 존재한다는 것도 그렇고. 이 점에 대해선 '인간은 우연히 생겨났다'는 확고한 판단을 내린 자연과학자라도 같은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개신교처럼 자본주의 시대 이후로 기업가로서 인상적 수완을 보여 준 몇몇 세속 종파가 자신들의 편협한 경전과 유치한 해석을 근거로 신에 대한 해석을 독점하려는 시도는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유서 깊은 폭력 말곤 신에 대한 특허를 주장할 권리가 없다.
사실을 정교하게 기술하는 자연과학이 얼마나 발전하든 존재의 의미를 질러주는 한 원초적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신에 대한 학적인 그리고 보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신학이 인류에게 공헌할 것 혹은 갚아야 할 빚이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