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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칼럼/스타2

보는 e스포츠로서의 스타1 그리고 스타2


어떤 사람들은 이 바닥에서 얼빠가 주축을 이루게 된 경위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대개의 얼빠란 스타를 해본 적도 없고 할 이유도 없어서 그들이 경기를 이해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얼빠가 생기게 된 경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선수들이 적당히 잘 생기면 팬이 생기며, 이 바닥에서 선수란 연예인과 일반인의 중간으로서
나름 유명세가 있는 준스타지만 팬과 가까운 사이에 있어 얼빠질의 색다른 묘미가 있다.

그러나 대체 얼빠들이 경기는 왜 본단 말인가?

아니, 어떻게 경기를 본단 말인가?


사실 이건 간단한 문제다. 타스포츠의 얼빠들이 그 스포츠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축구로 치자면 축구의 전술은 커녕 포지션을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인 얼빠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도 축구를 즐긴다.

어떻게?

'골'로.

얼빠들에겐 골이 들어가면 환호할 타이밍이며 골이 먹히면 분해할 타이밍이다.
카타르시스를 떠나 실제적으로도 골은 중요하다.

이것을 경기승패를 가르는 우열의 가시성이라 부르자.


그럼 얼빠에게도 먹히 스타1 우열의 가시성은 뭘까?

바로 전투다. 전투의 승패는 아무리 초보라도 알 수 있고, 격렬한 긴장 후의 해소라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또한 전투는, 특히 대규모 전투는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때가 많으니 얼빠들의 경기 지침이 될 수 있다.

스타1의 최전성기인 2001~2003년의 사대천왕(임요환,홍진호,박정석,이윤열) 시절에
수많은 얼빠들이 이바닥에 유입되었는데

이윤열 특유의 누나 팬 같은 경우엔

TvsZ에서 이윤열의 토네이드 탱크 진격전vs 히드라럴커 중앙교전에서
이윤열의 시즈 십자포화를 맞고 히럴이 녹아내린 후 GG치는 장면을 보면서 짜릿짜릿함을 느낀 사람도 많다.


물론, 얼빠들은 시간이 지나면 좋든 싫은 매니아로 그리고 소소하지만 입스타를 나누는 스덕으로 변태해 간다.

자, 여기서 '얼빠'를 스타 경기에 관람이 낯선 일반인으로 바꿔보자.


그러면 보는 스포츠로서 스타1의 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타1의 관람에선 우열의 가시성 외에도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전투화면 가독성이다.

1. 전투에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와 나쁜놈의 유닛이 잘 구분될 것.
2. (특히, 서사적인 전개의 클라이막스로서의) 전투에서 유닛이 죽고 살아 승패가 갈리는 액션이 이해될 것.



스타2는 어떠할까? 보는 스포츠로서 스타2는 흥행할 수 있을까?


스타2는 우열의 가시성이란 요소는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전략전으론 여러 가는 길이 있지만 아무튼 스타2도 아니 스타2는 지나칠 정도로 한타교전이 중요하니까.

문제는 전투화면 가독성이다.

스타2는 승패를 가르는 한타싸움의 중요성과 상성극대화 탓에 유닛이 한덩어리로 똘똘똘 뭉쳐다니는데다, 3D 특성 때문인지 기술력 부족 때문인지
아군의 유닛들이 딱딱 구분이 가지 않으며, 일반인이라면 전투로 뒤섞인 후에 유닛의 피아 조차 명확히 구분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유닛의 공격력이 강하고 빠른 덕에 조우 후의 전투가 순식간에 끝나버려
전투에서 피아의 유닛이 죽고살아 승패가 갈리는 액션이 쾌락 혹은 고통으로서 인식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타2가 게임성으로 얼마나 대박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전투화면의 가독성을 고치지 않는한 보는 e스포츠로서 성공하기엔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단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블리자드가 이 문제를 바삐 해결하고 보는 e스포츠를 정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