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Text

위무제손자주

pain_ 2009. 9. 5. 18:24
압도적 인간 조조.


조조는 보통 만능형 군주로 표현되는데, 역사 업적도 그렇고 남긴 저작도 그렇고 압도적인 인간이다.



그중에 내 인상에 강하게 박힌게 손잡병법에 주석을 붙인 위무제손자주다.

손자병법은 전승의 문제 때문에 판본 텍스트가 다양했는데, 조조가 손자주를 달면서 아마도 취사하거나 정리했을 판본이 현재 우리가 보는 통행본이 되었다.
 

조조는 낮엔 정무를 보고 밤엔 공부하며 책을 저술해서 총 33권으로 짐작되는 저작을 남겼지만 거의 실전되었다. 현재 조조글모음집은 여기저기의 인용을 모은 단편들 뿐이다. 이는 위-진이 망하면서 400년간의 막장 난세기가 있었고 송대 이후엔 조조의 캐릭터가 역전간신간웅으로 격하되었기 때문일텐데 그럼에도 위무제손자주 만큼은 손자병법의 명성에 힘입어 살아남았다.


당대의 정치가이자 군웅이며 전쟁을 지휘해서 난세의 중원을 지배한 야전사령관인 조조의 생각을 직접 엿볼 수 있는 재밌는 자료다. 조조는 실질을 중시했고 또 실전을 수없이 겪은 사람이므로 군사이론으로서의 손자병법 그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둘 필요가 있다.


조조는 문장가로서도 이름을 날렸고 덕분에 위무제손자주는 꽤나 가오가 산다. 일체의 번잡이 없고 간결하게 핵심을 짚어나가는게 일품이다.


다만 현재 정리된 조조글모음집 중에선 전혀 병가답지 않은 전쟁미신을 적어논 구절들도 있는데 위작이 아닐까 의심되지만 내 학식에서 판별은 어렵겠다. 위무제손자주엔 전혀 그런 일면이 없고 병가 특유의 냉철한 현실인식만 엿보인다.





mire337님의 위무제손자주의 서문 번역만 옮겨 둔다.  

손자략해서 조조


 조(操)가 듣기로
  상고시대에는 "활과 화살의 이로움"이 있었다 하였으며
[주역 계사전 (周易 繫辭傳)에서 인용]
 
  논어에서 말하기를 "군대를 넉넉히 하라" 하였고
[논어 안연편(論語 顔淵篇)에서 인용]
 
  상서에서 팔정에 대하여 말하기를 "군대" 라 하였으며
[상서 홍범(尙書 洪範)에서 인용]
 
  주역에서 말하기를 "군대는 곧아야 하니 장인(丈人-엄정하고 씩씩한 것)이라야 길하다" 하였고
[주역 사괘(周易 師卦) 에서 인용]
 
  시경에서 말하기를 "왕께서 크게 노하시어 군대를 이끄셨다"하였으니
[시경 대아 황의편(詩經 大雅 皇矣篇)에서 인용]
 
  황제(黃帝)와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은 모두 간척(干戚-방패와 도끼, 즉 무기를 말한다)을 사용하여 세상을 (도탄에서) 건져내었으니 사마법(司馬法)에 이르기를 "사람이 일부러[故] 남을 죽였으면 (그를)죽여도 괜찮다" 하였다
 
  무(武)를 믿는 자는 멸절되고 문(文)을 믿는 자는 망하나니, 오나라 부차(夫差)와 언왕(偃王)이 이런 자들이다. 성인은 군대를 부림에 있어 병기를 모아두고 때에 맞추어 움직였으니 부득이 할 때 그것(군대)을 썼다.
 
  내가 병서와 전쟁 책략을 본것이 매우 많은데 손무의 지은 바가 가장 심오하였다.
 

  (이들은) 깊은 계략으로 신중히 행동하며, 밝히 계획하고 깊이 꾀하였으매  낮추어 볼 수 없다.
 
  그러하되 다만 세상 사람들은 뜻을 깊이 밝혀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글을 번다하게 만들었으니 세간에 유포된 것은 그 지극하고 중요한 것을 잃게 되었다. 그러므로 간략한 주해를 붙여 짓는다.
 
- 魏武帝注 孫子序 -